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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Sep 24. 2023

평생 그리워  만 하고 만나지 못한 사랑

상사화와 꽃무릇

 우리는 들에 피어있는 한송이의 꽃에도 의미를 부여해 준다. 그러면 그들도 우리에게 사랑으로 보답해 준다.

요즘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이 꽃무릇이다. 남쪽 지역인 선운사와 불갑사, 용천사는 꽃무릇 축제에 한창이다. 맨날 사진으로만 접하고 한 번도 축제 때 못 가본 곳 들이다. 내년에는 기필코 가야지 다짐해 둔다. 우리 아파트 안에 꽃무릇이 한창 피어 돌아보니 벌써 9월이 훌쩍 지나가나 보다. 작년 이맘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꽃이 피었나 싶었는데 열매를 맺어가는 나무를 쳐다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상사화와 꽃무릇은 전혀 다른 꽃인데 일반적으로 상사화와 꽃무릇을 구별하지 않고 같이 사용하기를 좋아한다. 축제 마당에서도 꽃무릇 앞에 상사화 축제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있는 걸 보면 일부러 그런 듯하다. 뻔히 알면서도 거짓을 말해야 하는 이유는 상사화라는 꽃이 담고 있는 단어의 의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상사화는 다들 알아도 꽃무릇은 잘 모른다. 슬픈 꽃무릇은 이름까지 상사화한테 빌려줘야하는 너무 슬픈 꽃같다.


상사화는 장성 백양사 등 아래쪽 지방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봄에 싹이 올라온다. 그러다 어느날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7월이 되면 화단에 뜬금없이 긴 꽃대가 쑥 올라온다. 일반적인 꽃들은 싹이 나서 잎이 나면서 자라 꽃이 피기 시작하여 사람들과 서서히 눈인사를 하지만 이 상사화는 그렇지 않다. 어느 날 보면 꽃대가 올라와 끝에 꽃이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날  소식도 없이 꽃이 져 버린다. 그때 땅속에 묻혀있는 알뿌리를  포기 나눔 하며 심으면 번식이 잘된다. 땅 속에 알뿌리를 숨기고 있다  단거리 달리는 선수처럼  어느 봄날에  순식간에 잎을 올린다. 다른 꽃과는 달리 서서히 조금씩 자라는 게 아니고 피고 지는 속도가 참고 참던 애절한 맘이 한꺼번에 구치는 느낌이다  상사화는 색상이 다른 종류가 있다. 백양사에서 발견된 백양상사화도 있다


진노랑상사화


대다수 꽃들은 여리디 여린 여자가 죽어서 환생하지만 상사화는 남자가 죽어 환생한 꽃이라고 한다


마음에 정말 효성이 지극하고 예쁜 고명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일찍 병이 들어 돌아가시게 되자 이 처녀는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위해 절을 찾아 백일기도를 하게 됩니다. 매일 간절한 기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어린 스님이 계셨습니다  매일 마음은 두근두근 하지만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안절부절만 하게 됩니다. 마음은 점점 붉게 타오르지만 누가 볼세라 들킬세라 맘을 조리다 보니 백일이 훌쩍 다가오게 됩니다. 백일이 되는 날 처녀는 무심하게 떠나게 되지만 가슴이 타들어가던 스님은 말 한마디 못하게 결국은 보내게 됩니다. 평생 독신의 삶을 강요받는 어린 스님의 가슴은 터질 듯 애절함이 점점 커지게 됩니다. 그 뒤 스님은 처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됩니다. 그다음 해 봄. 그 스님의 무덤 옆에는 꽃대를 길게 느린 꽃 한 송이가 피어나게 됩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혼자 맘 졸이다 저 세상으로 간 스님의 애절한 사랑이 담긴 꽃인 상사화입니다.



꽃무릇은  남쪽지역 절 근처나 계곡에 무더기로 핀다. 여름이 익어가고  9월에 가을을 불러들이는 중순이  되면 흔적도 없던 곳에서 꽃대가 올라온다. 그리고 꽃대 끝에 산방형으로 꽃이 피기 시작한다.  8개의 긴 꽃술이 꽃잎보다 길게 밖으로 나와있다. 5장의 꽃잎은 뒤로 말려 빨간 곱슬머리 처녀 같다

그리고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서 잎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겨우내 잎을 내고 살아간다


이렇듯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나와지고 난 후 여름에 꽃이 피고

꽃무릇은 여름에 꽃이 피고 지고 난 후 잎이 나서 겨우내 꽃잎이 살아있다



꽃무릇의 알뿌리가 마늘을 닮은 모양이다. 그래서 석산이라고도 부른다. 좋은 전분이 많이 탱화나 절에서의 장식품 접착제로  사용하기 좋기 때문에 절 근처에 많이 심어 가꿨다.



꽃무릇과 이름이 비슷한 무릇도 있다. 나무그늘 밑이나 양지 녘에 연분홍꽃을 차례로 달고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2GUIub7E10

임영웅 상사화

이 저녁 임영웅의 상사화를 들으며 슬픈 전설을 다시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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