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할 때 말씀드렸던 일과 지금까지 편지로 적어 보낸 일들. 그 모두를 통틀어 이제부터 적을 일을 회상하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고통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사담을 적을 기분이 아니네요. 아, 부담을 드리고자 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럼, 바로 잇도록 하겠습니다. 전에 보낸 편지에 마지막으로 구매한 각성제와 돌려받은 보증금이 다 떨어졌다는 데까지 적었지요?
저는 판매자에게 호소했습니다. 아니, 구걸했습니다. 부디 가진 자의 자비를 베풀어 단 한 번의 투여량만이라도 좋으니 각성제를 내어 달라고. 처음에는 ‘1회 투여량은 얼마입니다.’라는 사무적인 답장이 왔습니다. 구걸이 계속되자 판매자의 답장은 ‘구걸하지 마세요, 자꾸 이러시면 차단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그전까지 거래로 이어져 온 관계가 무색하게 변했습니다. 끝내는 정말로 저를 차단했는지 제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메신저의 통화 기능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받지 않았습니다. 지랄 같은 금단 증상을 멈추려면 돈이 필요했기에 고시원 주변에 위치한 일수, 소액 대출 등의 간판을 내건 사무실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금단 증상 때문에 떨리는 몸을 양팔로 끌어안아 애써 진정시키며 대출을 의뢰하는 제게 어느 한 곳에서도 돈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채꾼도 약쟁이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거절 사유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에서는 몸이라도 아니면 장기라도 팔겠다고 배짱을 부렸습니다. 문신으로 온몸을 도배한 덩치가 큰 사내는 그런 저를 보고 코웃음 치며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장기를 사고파느냐고 비웃었습니다. 그러고는 마약에 찌든 장기는 개 먹이로도 못 준다고 덧붙여 저를 쫓아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당시 저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어떤 노동조차도, 설사 그것이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더라도 해낼 만한 수준이 못됐습니다. 정말로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으니까요. 다만 한 곳 제 기능을 하는 것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재산으로 아랫도리에 달린 구멍이었습니다. 당시의 비참함을 온전히 담고자 상스러운 표현을 그대로 적습니다.
미림텔, 그러니까 제가 지내고 있는 고시원에 숙박하고 있는 사람 중 여자는 극소수였습니다. 극소수의 여자 중 아줌마라 불리는 나이대에 속하지 않는 여자는 저 한 명뿐이었고요. 물론, 당시 제 육체는 삼십 대 여자의 것이라기보다는 병들어 임종을 앞에 둔 노파의 것에 더 가까웠고 이보다 성할 때조차도 정확히는 미림텔에 들어오기 직전에도, 남자들에게 이미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을 만큼 하자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몸 상태가 그럴지언정 싸구려 창녀조차도 안기 힘든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미림텔 남자들에게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미림텔 남자들을 상대로 아랫도리 장사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오피스텔을 떠나올 때 챙겨 온 짐가방에는 색조 화장품 몇 가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챙긴 것이 아닙니다. 가방 안에 넣어 두었던 화장품 파우치가 그대로 딸려 온 것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화장이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마주한 것도 오랜만이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니, 작년까지 갈 필요도 없지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잡티 하나 없던 뽀얀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여드름과 흉에 뒤덮인 노파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괴롭고 서글퍼야 맞았습니다만, 금단 증상은 감상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중독자에게 감상이란 각성제 앞에서나 허락되는 것이니까. 떨리는 손으로 화장품 용기를 여는 것이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몇 번이나 놓쳤습니다. 겨우 뚜껑을 열어 베이스를 얼굴에 펴 발랐습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양만큼 발랐으나 여드름과 흉을 가리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습니다. 그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르다 보니 화장하지 않은 목과 베이스를 바른 얼굴의 경계가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선처럼 뚜렷했습니다. 별수 없이 목에도 베이스를 덕지덕지 발랐습니다.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찍고 타고난 흰 피부와 잘 어울렸던 새빨간 입술을 발라 화장을 마무리했습니다. 성근 머리숱이 가리지 못한 두피는 화장품 파우치에 있던 고무줄로 머리를 묶어 가렸습니다.
출근용으로 입었던 긴소매 셔츠와 정장 바지를 꺼내 입었습니다. 정장풍의 옷을 입은 이유가 비단 몸의 상처와 흉을 가리기 위함만은 아니었습니다. 미림텔 남자들에게는 노출이 과한 옷보다 정장풍의 옷이 더 자극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용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는 가스레인지에 라면 물을 올려 두고 그 옆에 서서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식탁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는 척 그를 관찰했습니다. 제 멋대로 자란 머리칼이 코까지 닿았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기름기가 끼어 번들거렸습니다. 코와 입 주변에는 수염이 덥수룩했습니다. 깡마른 몸에는 누런, 본래는 하얬을 러닝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아랫도리는 짧은 반바지인지 팬티인지 정체가 다소 애매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휴대전화에 집중하던 그가 저를 알아채곤 흠칫 놀랐습니다. 그러더니 부리나케 주방을 나갔습니다. 이내 주방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입고 있던 짧은 반바지는 팬티가 맞았나보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알아채기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그가, 이제는 가만두어도 알아서 익을 냄비 속 라면에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기를 쓰고 제게 시선을 주지 않는 그의 행동은 오히려 그가 저를 다분히 의식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
제가 부르자 그가 흠칫 놀라며 돌아봤습니다.
“오, 오만 원만 주면, 제 방에 드, 들어오게 해 줄게요.”
몸이 각성제를 갈구하며 떠는 탓에 목소리도 덩달아 떨렸습니다. 부끄럽다든지, 긴장된다든지 어떠한 감정 때문에 떤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아랫도리 장사에는 베테랑이었으니까.
그는 말없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살피듯이. 저는, 또 거절당하겠구나. 하고 이미 반쯤 체념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들어가서 다음은요? 다…. 돼요?”
그가 물었습니다. 그의 질문에 저는 고개를 힘겹게 위에서 아래로 한 번 끄덕였습니다. 그가 두 번째로 주방을 나갔습니다. 나가자마자 다시 돌아온 그는 가스 불을 끄고 세 번째로 주방을 나갔습니다. 한참 만에 다시 돌아온 그가 식탁에 탁 내려놓은 것은 일만 원권 세 장과 오천 원권 한 장, 천 원권 여러 장과 동전 여러 개였습니다. 저는 숙련자답게 그 자리에서 돈부터 세었습니다. 제가 돈을 셀 동안 그는 제 옆에 서서 두 손을 앞으로 모은 공손한 자세로 돈을 세고 있는 제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지폐만 사만 칠천 원이었습니다. 지폐를 겹쳐 바지 주머니에 넣고 동전들은 세어 보지도 않고 그의 쪽으로 밀었습니다. 그가 동전을 챙겨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이번에는 그와 제가 같이 주방을 나섰습니다. 방으로 향했습니다.
몸을 섞기 전에 우리는 잠깐 실랑이를 했습니다. 꾀어낼 때는 다 허락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키스는 안 된다고 조건을 변경하는 제 행동이 그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을 테지요.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키스를 허락해서는 안 됐습니다. 훗날 사랑할 남자를 위해 입술만큼은 지키겠다는 순정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무릇 남성이란 생물은 성기에 피가 몰리면 지적 수준이 짐승과도 다름이 없어지기에 키스를 허락하면 떨리는 손으로 애써 바른 화장을 금세 먹어 치우고 말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입을 빼쭉 내밀고 볼멘소리를 해대는 그에게 저는 “대신 삼천 원 빼 드렸잖아요.”라고 일축했습니다.
윤활제가 없어 입안에 모은 침을 손에 뱉어 성기에 발랐습니다. 그러는 제 모습이 그에게는 자극적이었는지 전희도 없었는데 아래는 벌써 화가 나 있더군요. 제가 침대 위에 엎드리는 것으로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곧 그가 몸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역시 뜨거운 이물감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미국 슬럼가의 창녀처럼 휴대전화로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사만 칠천 원어치 각성제를 보내 달라고요. 이내 남자가 요란한 신음과 함께 제 위로 쓰러졌습니다. 저를 덮은 그를 신경질적으로 치우고 내쫓다시피 방에서 내보냈습니다. 그가 나가고 휴대전화 알림이 울렸습니다. 판매자였습니다. 제가 각성제를 구걸할 땐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끝내는 정말로 메시지를 확인조차 하지 않더니, 구매 메시지에는 곧장 답장을 줬습니다. 판매자는 전과 같이 약도를 보내는 대신 그간 투약하던 각성제 말고 더 괜찮은 약이 있는데 받아 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고는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양을 구매할 수 있다고 꼭 회유하듯, 달래듯 덧붙여 말했습니다. 뭐가 되었든 급했기에 수락했습니다.
각성제를 받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약을 전달 받았습니다. 그것을 품에 안고 미림텔로 돌아와 포장을 뜯었습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초라하게도 웬 알약 몇 알이었습니다. 한 알 삼켰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렴풋이 정신이 들었을 땐 영화에서나 봤던 좀비처럼 모종삽으로 허리쯤에 놓인 흙을 퍼내는 것 같은 기괴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 제 손에 모종삽은 없었습니다. 정신이 들고도 동작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런 동작을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입에서 흐른 침이 바닥에 떨어져 고였습니다. 또 얼마가 지나고 비로소 통각이 느껴졌습니다. 팔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팠습니다. 그제야 동작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침대 위에 몸을 누이고 싶었습니다. 움직였습니다. 침대로 향하는 몇 걸음이 굉장히 고되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금단의 고통이 찾아오기 전에 두 번째 알약을 삼켰습니다. 첫 번째 복용했을 때 느끼지 못한 약기운을 온전히, 최대한 즐기기 위해 정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약기운은 바로 나타났습니다. 온몸이 마비되는 듯 나른해지더니 이윽고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떠나온 엄마의 품보다도 더. 각성제가 지치지 않는 활력을 주었다면 새로 받은 알약은 극도의 안락함과 포근함을 주었습니다. 약기운에 취해있는 동안은 세상 어떤 위협과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약기운이 그런가 하면 금단 증상은 약기운과 반대로 가만히 있어도 무수한 칼이 동시에 몸 여기저기를 베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그것이 기본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느낌이 통증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부푸는 것이 통증이었습니다. 걸을 때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것 역시 통증이었습니다. 물을 마시면 식도를 타고 물이 흐르는 차가운 느낌과 음식을 입에 넣으면 입안에 음식이 닿는 느낌이 곧 통증이었습니다. 금단 증상을 겪고 나서 이 알약(지금은 약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만, 곧이곧대로 적을 수는 없으니 계속해서 알약이라고 적겠습니다.)만큼은 절대로 동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랫도리 장사는 성업을 이뤘습니다. 첫 번째 손님이었던 ‘라면남'이 다녀간 이후로 굳이 누군가를 꾀어내려고 하지 않아도 미림텔 남자들 즉, 손님들이 알아서 제 방을 찾았습니다. 모두 라면남 덕이었을 테지요. 그가 제 이야기를 퍼뜨렸을 것입니다.
당시 저는 틈을 두지 않고 약기운에 취해 있었기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도 반응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상황을 인지는 하고 있었습니다. 미림텔 남자들은 문을 두드리고 잠깐 틈을 두었다가 멋쩍게 웃으며 방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한 손에는 오만 원을 쥐고. 그리고 침대 위에서 인사불성이 되어 기괴한 동작을 반복하는 저를 마주하고 멈추었습니다.
건강하고 올바른 자세로 삶을 대하는 자와 삶에서 도망친 자의 차이는 여기서 드러납니다.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면 신고한다든지, 사람을 불러 도움을 요청한다든지, 저를 어떤 방법으로든 추슬러 보려고 했으리라 장담합니다.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미림텔 남자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인사불성이 되어 기괴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는 저를 보고도 모르는 체하고 제 몸을 써 욕구를 해소한 후 침대 머리에 오만 원을 두고 방을 떠났습니다. 약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들면 아랫도리는 벗겨져 있었고 침대 머리에는 꼬깃꼬깃한 지폐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습니다. 돈을 세어 5로 나누면 약에 취해 있는 동안 몇 명이 욕구를 해소하고 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저는 다만 며칠 분의 알약이라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침대 머리에 놓인 돈이 5로 정확히 나누어떨어지는 것은 단 며칠뿐이었습니다. 점차 놓인 지폐와 동전들의 액수가 줄더니 또 며칠 뒤에는 오만 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끝내는 약에 취해 있는 저를 조롱하듯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요, 구매해 두었던 알약 또한 수입이 끊긴 것과 거의 동시에 떨어졌습니다. 그다음은 차마 이루 적을 수 없습니다. 온몸을 수천 개의 불에 달군 바늘로 찌른다면 금단 증상의 고통에 비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주 예리한 칼로 전신의 살갗을 동시에 포를 뜬다면 비할 수 있을까요? 물 대신 깨진 유리 조각이나 끓는 기름을 채운 수영장에 몸을 던진다면 비할 수 있을까요? 간지러움은 또 어떻고요. 개미 수천 아니, 수억 마리가 온몸을 기어다닌다면 비할 수 있을까요? 빈대 수억 마리가 온몸을 물어뜯는다면 비할 수 있을까요? 그런 상황에서도 미림텔 남성들은 제 방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고통과 간지러움에 견디지 못해 몸부림치는 저를, 그런 중에도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저를, 김 대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 손으로는 짓이기듯 제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제 양 손목을 한데 잡아 간단히 제압한 후 욕구를 해소하고 떠났습니다.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앞니가 그들의 우악스러운 손바닥에 짓눌려 잇몸에 겨우 매달린 채로 덜렁거렸습니다. 그들은 다시 제 방을 찾을 때 둘 또는 셋씩 짝을 지어 왔습니다. 무리 지은 남자들은 저를 무참히도 추행하고 유린했습니다.
언제 씻었는지도 모를 몸과 언제 마지막으로 갈아입었는지 모를 옷에서는 썩은 내가 진동했고 제 방을 다녀간 남성들이 벗겨 놓은 아랫도리는 언제부터 그 꼴로 방치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입안에서는 지혈이 잘되지 않는지 상시로 피 맛이 돌았고 입 주변은 입안에서 새어 나왔을 피가 굳어 떡이 졌는지 피부가 땅겼습니다. 성기 주변 또한 흘러나온 피인지 애액인지가 굳어서 입 주변과 마찬가지로 땅기고 쓰렸습니다. 온몸을 덮은 여드름과 종기에서는 진물이 흘렀고 진물은 침대에 스미다 못해 겹겹이 쌓이고 굳어서 오줌 색의 결정이 되었습니다. 잇몸에 겨우 붙어있던 앞니는 오래 못 가 빠졌습니다. 그 앞니 두 개가 침대 머리에 제가 뱉어낸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미림텔 남자들이 제게 직접적인 폭행을 가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버둥거리는 저를 제압하려고 누르고 비트는 행위 자체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아니, 죽어가는 제게는 폭력이었습니다.
생명은 경이롭습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생명의 창조와 탄생을 보고 그 경이로움을 깨닫는다고 합니다만, 저는 제 심장이 그 많은 약물의 투여와 복용을 견디고 여전히 뛰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그렇게 뛰고 있는 심장이 곧 멎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 보내드린 편지에 저는, J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때 죽기를 바랐었다고 적었지요? 당시에는 진심이었습니다. 각성제 없이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인간 참 간사합니다. 인간 참 비겁하고요. 인간 참 어리석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비로소 맞닥뜨린 진짜 지옥, 참 지옥이라고 적겠습니다, 참 지옥이 도래하고 발치까지 죽음이 다가오니 이제는 두려워졌습니다. 침대 어딘가에 놓여 있을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손을 더듬었습니다. 지옥에서 빠져나가는 동아줄을 찾듯이 말이지요. 손가락에 휴대전화가 치였습니다. 그것을 툭, 툭 건드려 손바닥 안에 놓이게 하고 벗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집어 들었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저는 울부짖었습니다.
살려달라고, 나 좀 여기서 꺼내달라고.
십 분 남짓 흘렀을까요?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저는 스스로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윽고 여러 개의 급박한 발소리가 미림텔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 소리는 계산대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제 방을 향했습니다. 방문을 연 그들은 잠시 멈칫했습니다. 저의 몰골과 행색을 보고 그랬겠지요. 이해합니다. 경찰이기 이전에 그들 또한 사람이니까요. 당시 제 꼴을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입니다. 방문을 연 일행 중 한 명이 다급하게 “들것! 들것 가져와!”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