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꿀 시간이다
저녁 산책 중, 나는 남편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여보, 당신은 나이 들어감을 느낄 때가 있나요?"
사실, 이 질문 속엔 나의 속내가 담겨 있었다.
"나는 요즘 나이 들어감을 뼈저리게 느껴요.
몸도 마음도 점점 작아지고, 자신감이 사라져요.
당신도 혹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나요?"
나는 남편이 "아직 젊은데! 나이 들다니요!" 같은 답을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음... 가끔 몸의 내구성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있어요.
하지만 마음은 아직도 20대와 다를 바가 없어요."
남편의 대답에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나이 들어감을 둘러싼 내 생각들은 머릿속을 맴돌았다.
특히, 스트레스에 대한 내 몸의 반응이 달라졌음을 느낄 때 더욱 그랬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열정과 끈기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어떤 업무량이든 "괴물처럼" 해치우며, 주변에서는 종종
"이제는 살살 일해. 몸 좀 챙겨가면서 살아."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구토를 경험했다.
어떨 때는 이석증, 어떨 때는 메니에르...
그 후 몇 년 동안, 어지럼증은 내 몸의 고질병이 되었다.
조금만 어지러워도 불안감이 엄습했고, 나는 일을 덜어내며 몸을 챙기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공주체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젠 공주병을 앓는 듯 조금만 무리해도 불안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호기심 많고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많은 나.
하지만 무언가에 도전하려 할 때마다
"그러다 또 어지럼증에 두통이 오면 어떡해?"라는 생각이 나를 잡아끈다.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매번 꺼트리며 스스로와 씨름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뜸 남편에게 나이 듦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다음 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기도 시간을 가졌다.
전날 남편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하나님께 고백했다.
"하나님, 저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비전을 품고,
저의 힘이 아닌 성령의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저는 미천하고, 나약하며, 힘이 없습니다."
기도를 드리던 중, 마음속에 잔잔한 음성이 들려왔다.
"잘됐다! 네가 네 힘으로 살지 못해 괴로워하지만,
너의 자리가 비워졌기에 이제야 내가 너를 더 살아갈 수 있게 되었구나.
참 잘됐다!"
그 음성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자, 놀랍게도 평안이 찾아왔다.
'그래, 괜찮아! 나약하고, 힘이 없고, 넘어지고, 더 이상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때가 바로 하나님의 절묘한 때지. 그렇지, 맞아.'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 (히브리서 11:3)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내가 삶의 주인 행세를 할 때다.
예수님이 계실 보좌에 슬그머니 올라가 주인 행세를 하려 할 때,
마음은 무거워지고 두려움이 커진다.
아마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사도행전 2:17)
하나님의 말씀이 나이 든 이에게 꿈을 꾸게 한다면,
그 말씀에 거짓이 없으므로 내 삶 역시 그러할 것이다.
나이 들어감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나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꿈과 비전을 품고 살아갈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