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닿는 음식.

수제비

by Hye Jang


지나가 몸살감기로 고생 중이다.

며칠 동안

실습과, 레스토랑 일로 무리를 해서 그런 것 일 것이다.


“미국 와서 아파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

기댈 곳이 있어서… 아프기도 한가 봐.”


지나는 아파서 핼쭉해진 얼굴에

미소까지 지으며, 농담을 건넨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농담이라기보다는

현실에 가깝게 반영된 것이기는 하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아픈 건

사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는 것도 부담이고,
가더라도 한국처럼 약을 잘 주거나
영양제를 한 방 놔주는 일도 없다.


게다가 온 가족이 다 와 있지 않은 이상,

아파도 혼자 다 해야 한다.


타지에서 아프면 서럽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그동안 아파본 적이 없다.
몸보다 마음과 정신이 먼저

아프면 안 된다고,
여기서 아프면 약도 없다고,

돌봐줄 가족도 없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해 온 건지도 모르겠다.


지나가 기댈 곳이 있어서 아픈가 라는 말이,
그리고 그게 나라는 것이 기쁘다.


물론,
지나가 아픈 게 기쁜 일은 아니지만,

지나가 나에게 기대고,

그녀가 기댈 곳이 나라는 것에,

왠지 묵직한 책임감 마저 마음에 스며든다.




다음날, 레스토랑 일이 없어,

수업만 마치고 집에 온 나는

서둘러 밀가루를 반죽하고,
신선한 조개로 국물을 낸 뒤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반죽을 듬성듬성 찢어 넣어
수제비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소울 푸드.


특히 감자와 조개가 들어간
수제비를 좋아한다고 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자주 해주셨고
함께 밀가루 반죽을 하는 시간이
참 재미있었다고.


그래서인지
비가 오는 날이나,
날이 유난히 춥거나,
기분이 울적한 날이면
한참을 밀가루를 반죽해 만들어 먹은 수제비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소울 푸드가 되었다고
예전에 말해 준 적이 있다.


나는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고, 지나를 깨우러 간다.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니 열은 내려간 듯해 다행이다.


"지나야. 뭐 좀 먹고 더 자.”


지나가 부스스 일어나자,

나는 그녀의 몸에 따뜻한 카디건을 덮어 주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한다.


“음식 냄새가 너무 좋더라.”


“그래?”


식탁에 앉은 지나는, 수제비를 가만히 바라보다,

“고마워.” 라고 말한다.


“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울 푸드잖아.”


“네가 했던 말이 기억나서.

식기 전에 얼른 먹어 봐.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맛이 조금이라도 나려나.”


지나는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그 동아 열 때문에 입맛이 없던 입에 군침이 돈다며,
따뜻한 국물이 위장을 지나 온몸으로 퍼지며

감기 바이러스까지 모두 물리치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맛 괜찮아? 먹을 만해?”


음식이 한가득 든 입으로, 대답 대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릇을 깨끗이 비운 그녀가 말한다.

“소울 푸드는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붙잡아 주는 음식이잖아.

마음도, 몸도 너무 따뜻해졌어. 고마워.”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나는 냅킨으로,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며,

“이제 따뜻하게 한숨 자고 나면 다 나을 거야.”


수제비.

그녀의 소울 푸드.
그리고
나에게는
그녀의 음식이 된 음식.



하지만,

나는 그 뒤로,

수제비를 먹지도,

그리고 만들지도 못했다.




어떤 음식은 배보다 먼저 마음을 데우고,
그 온기는 오래 남습니다.


그런데 송 원은 왜 그 뒤로

그 따스함을 맛보거나

만들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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