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온도

Seared Scallops with corn Ristotto

by Hye Jang

내 인생을 통틀어 다닌 학교들 중,
나는 지금, 이 학교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배우고 있다는 게 큰 이유지만,
내가 더 즐겁게 느끼는 건 아마도 지나 때문일 것이다.


그녀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낀다.


행복.


행복이라는 감정을

지금껏 깊이 생각하고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하지만 이렇게 의식적으로 행복하고,
이 행복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오늘도 내일도 계속 행복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며
행복이라는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무언가를 지키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처음인 것 같다.


나는 요리에도,
그리고 지나에게도,
나의 모든 열정과 최선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Seared Scallops with Corn Risotto를 만들었네?”


내가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좋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순간은
실습 레스토랑에서 배워온 요리를
집에 와서 다시 만들어 보고
서로 맛을 보는 시간이다.


지나는 마치 미슐렝 평가사처럼
접시를 이리저리 돌려 보고,
향을 맡아보더니
포크로 가리비를 먼저 집어
천천히, 맛을 음미하듯 먹는다.


“음, 가리비 익힘은 저번보다 좋아.
질기지 않고, 익힘이 좋아서

단맛이 잘 살아 있어.”


나는 지나의 평가에
“예스!”를 외치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만다.


“아주 맛있어.”


지나는 좋은 점수를 준 보너스처럼
내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다.


놀란 나에게 그녀는 말한다.
“잘했다는 선물.”


이런 그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그녀와 함께하면서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나는 수저로 리소토를 떠
끈적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다.
수저 위의 리소토가
부드럽게,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녀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맛을 본다.

“부드럽고 크리미 한데,
약간 신맛이 있어.”


“맞아.”


“잠깐, 잠깐. 내가 맞혀볼게.
레몬즙은 아니야.”


나는 리소토의 맛을 음미하며
오물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본다.


이번에도 ‘참 잘했어요’라는
입맞춤을 받고 싶어진다.


“Muscadet.”


“와… 와인을 맞힌 것도 대단한데
어떤 와인 인지까지 맞혔네.
역시 지니 지나.”


“저번에 레몬즙 넣었을 때는 상큼했는데,
오늘은 감칠맛이 더 좋아.
얼마나 넣은 거야?”


“3 테이블스푼.”


“1인분 기준이면 적당한데,
양은 우리가 더 연구해 보면 좋겠어.”


“맞아. 처음엔 1 테이블,
그다음엔 2 테이블,
그러다 3 테이블스푼까지 넣은 거야.”


“근데 진짜 맛있어.
이제 이 요리는
눈 감고도 만들겠다.”


“나 잘했어?”


“응.”


“그럼 칭찬해 줘야지.”


내가 입을 비죽 내밀자,

지나는 그런 내게 다가와

입술을 가져올 듯 말 듯하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참 잘했어요.”


“에이, 뭐야.
아까 했던 칭찬이 난 더 좋은데.”


“머릿결 진짜 좋다.
이런 머리를 그렇게 밀어버린 거야?”


석 달쯤 지나니,
머리카락이 손에 잡힐 만큼 자랐다.


다시 밀고 싶지만
지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걸 좋아한다.
나 역시
그녀의 손길이 좋다.


“넌 늘 숏헤어야?”


지나는 항상
귀가 보이고,
앞머리가 이마를 살짝 덮고
뒤는 짧게 정리된 스타일이다.


“난 머리빨 아니고 얼굴빨이니까,
쇼트커트도 괜찮아.”


그 말에
나는 ‘아니야’라고 말할 수 없다.


지나 말이 맞다.
쇼트커트를 한 지나도,
긴 머리의 지나도
지나는 언제나 예쁘다.


지나라서.

지나니까.





행복이란 감정이

요리처럼 손끝에서 완성될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그녀와 함께 행복의 온도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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