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엘을 본 여람이 그녀에게 달려간다. 여람과 함께 달
려오는 수아를 본 밧세가 팔을 벌려 맞이하려 하지만,
수아도 사엘에게 달려간다.
밧세가 벌린 팔을 멋젖게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
며, 기지개를 켜는 시늉을 하며, 하늘을 보고 말한다.
“하늘이 좋네. 좋아.”
수아가 밧세의 어깨를 치며 말한다. “하늘 볼 때야. 가
자 빨리.”
밧세가 헛기침을 하며, “그렇지. 하늘 볼 때가 아니지.
아니야.” 라고 말하며, 먼저 앞서 가는 이들을 서둘러
따라간다.
모두들 동굴로 돌아와 모여 앉는다. 사엘은 그동안 있
었던 이야기를 전하고, 이야기를 들은 이들의 마음에
이제 다 왔구나,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마음에 기쁨이 넘친다.
이야기를 마친 사엘이 동굴 밖으로 나오자, 카야도 따
라 나오고 둘이 해안 절벽을 향해 말없이 걷는다. 카야는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지만,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해안 절벽에 다다르자, 사엘은 절벽에 서서 바다와 하
늘을 바라본다. 라단과 있었던 하룻밤이 꿈만 같다. 그
동안 많은 날들을 그와 보냈었고, 한동안 떨어져 있었
지만, 그날 밤처럼 강렬하게 열망되는 날이 없었던 거
같다. 사엘의 귓가에 라단이 말한 그렇게 살게 해 줄게.
그렇게 살자 라는 말이 맴돈다.
사엘은 쌓아 놓은 제단 앞에 앉아, 그녀의 열망만큼 간
절히 기도 한다. 마을과 사람들을 위해 기도 해야 하는
데 어느덧 그녀를 위한 기도가 너무 간절해지고,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불안과 염려가 가득하
다. 그동안 기도 하면서, 걱정하고, 염려하지 않았던 것
은 아니지만, 이제는 라단을 향한 사랑과 보고 싶은 마
음을 넘어, 그가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열망 때문에, 불
안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사엘은 그녀의 욕망과, 열망
을 떨쳐 버리기 위해,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는 기도에
집중해 본다.
평소와 달라 보이는 사엘을 뒤에 서서 바라보는 카야
도 걱정이 된다. 그녀의 얼굴은 행복하고 상기되 보이
면서 걱정과 초초함도 가득해 보이기 땨문이다. 그가
하라난과 함께 하던 때와 비슷하다. 너무 사랑하고, 소
중한 나머지, 함께 하지 못할까 걱정되고, 그녀를 향한
숭고한 마음과, 열정이 공존하며, 마음이 늘 애달았었
다.
카야도 무릎을 꿇고, 사엘과 그녀를 살아 숨 쉬게 하는
라단을 위해 기도 한다.
“제가 정하예요.”
라단이 방으로 들어오자, 앉아 있던 후보자는 바로 일
어나, 가면을 벗으며, 그녀가 누구인지 밝힌다.
자기소개를 먼저 해 버린 정하에게 라단도 얼떨결에,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네. 안녕하세요.
제가 라단입니다.”
인사를 한 둘이 어색해 잠시 서 있는다.
라단이 먼저 바닥에 앉으며, “좀 앉으세요. 며칠 힘드
셨죠?“ 라고 묻자, 정하는 “네.” 라며 간결히 대답하고
는 그녀도 방바닥에 앉는다.
둘이 잠시 또 말이 없다.
라단이 먼저, “사엘이 어떤 분이시고, 무슨 일을 하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네.”
정하의 짧은 답변에 라단은 어색해 옷자락을 만지작 거리며 침묵한다.
잠시 후, “말씀 많이 들었어요.” 라고 정하가 말하자, 라
단은 “네? 아. 네.” 라고 의도치 않게 정하 처럼 짭게 말
한다.
라단이 뭐라도 더 말하려 하자, 정하가 먼저, “친구분
들께서 이야기 많이 하셨어요.”
“네. 저에 대해 그리 좋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죠? 이곳
에 같이 있을 때도 저에 대해 그렇게 좋은 말을 하던 녀
석들은 아니라서.”
“네. 좋은 말씀만 하신 것은 아니었어요.”
정하의 말에 라단은 그 당시 그 녀석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여, 피식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걱정은 많이 하셨어요. 혼자서 많이 힘들실 거
라고.”
“녀석들. 여기 있을 때는 그러지 않더니. 그새 생각들
이 깊어졌나 봅니다.”
“생각들이 깊어지셨는지는 모르겠어요. 가끔은 아 이
런 상황에서도 저런 우스개 소리를 하시는구나 할 때
가 종종 있었거든요.”
“맞아요. 그 녀석들이 그래요. 한 번은 사엘이 첫제사
를 드린 날이었는데, 그날이 사엘에게 얼마나 힘들고,
긴장된 날이었겠어요. 사람들도 다 모이고, 제단에 불
이 들어오고, 그렇게 큰 일을 치르고, 오후에 함께 모였
는데, 그때도 녀석들은 장난을 치고, 농담을 했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울던 사엘도 웃었지만요.”
라단이 말을 하며, 입가에 옆은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본 정하는, “친구분들 이야기하실 때 웃으시네요. 특히
사엘님 이야기하실 때요.”
“제가요? 그런 거도 같네요. 그들과 함께 했던 때가 가
장 많이 웃었던 거 같아요. 지금도 그들을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져요.”
“저도 그분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웃었어요."
“사엘에게 이야기 들었어요.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요.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진 않았고, 함께 오지 않아도
됐지만, 그분들과 함께 이렇게 웃으면서 살면 좋겠다
고 생각해서 왔어요. 도움은 제가 더 많이 받았는지도
몰라요.”
정하는 아비갈과 현의 사랑을 넘치게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의 엄마처럼, 누구 집 하녀였고,
폭력과 버림과 외면 속에서 마을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이 모여 살면서, 소녀로 살기보다는 검술과 무술
을 익히며 살았다. 정하는 우리는 왜 마을에서 떨어져
산속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위해 검술과 무
술을 익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어렸지만 그녀
의 삶이 가끔은 지루하고 지친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아비갈을 따라 마을에 가면, 새롭고 잠시 즐겁다가도,
그녀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웃고 특히 예쁜 옷을 입고
있는 여자 아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정하는 사엘
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마을에서, 소녀들을 많이 봤
지만, 사엘에게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제사장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엘이 그녀의 친구들과 있
을 때, 그녀의 스스럼없고, 친근하며, 다정하고, 때로는
짓궂은 모습은 더 인상적이었다. 다가갈 수 없는 신비
로움과, 다정하고 친근한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이었
고, 꾸미지 않아도, 그녀처럼 무사의 옷을 입고 있어도,
아름다웠다. 특히 그들의 우정이 부러웠다. 그들 사이
에 함께 하고 싶었지만, 오랜 시간 그들이 만들어낸 끈
끈함 속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있
거나,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정
하의 지루하고, 지친 일상에 그들이 오면서, 희망도 목
표도, 삶의 즐거움과 이유도 찾아가는 것처럼 활력이
생겼다. 그녀가 지금까지 목적 없이 익혀온 검술과 무
술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도 생겼다. 그녀는 그들을 돕
고자 따라온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녀의 삶을 돕고 있
기에 함께 왔는지도 모른다.
정하와 라단은 잠시 그들의 생각에 잠겨 말이 없다.
잠시 후, 정하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저도 그렇게 할게요.“ 라고 묻는다.
라단도 지금 이럴때가 아니다 싶어, “일단 내일 사람들
에게 당신이 왕비가 되었다 말하고, 누구인지 말할 것
입니다. 그런데 당분간 당신의 얼굴을 보여 주진 않을
거예요.”
“왜요?”
“만약을 위해서요. 제 아버지는 치밀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당신이 진짜 누구인지 알아 내도, 당신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면, 누구인지 찾아내진 못할 테니
까요.”
“그럼 어떻게 말씀하실 려고요?”
“내 부인 내가 안 보여 주겠다는데 뭐 할 말이 있겠습
니까? 나중에 공식 혼사가 있는 날 보여 주겠다 하면
됩니다. 혼사는 한 달 후에 할 예정인데, 그전에 친구들
이 이곳으로 무사히 돌아오도록 준비해야죠.”
“알겠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 궁은 안전하지 않아요. 말하는
것, 돌아다니는 것 모두 조심하셔야 해요.”
라단의 말에 정하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동안
어떻게 사셨어요?”
“몸이야 안전했겠죠. 아버지가 심어 놓은 자들이 내 목
숨하나는 지키려고 난리들이니, 하지만 그로 인해, 내
주변 밖의 사람들이 위험해졌죠. 마음은 늘 걱정이 가
득하고 불안했어요.”
“그래서 친구 분들이 많이 걱정하셨나 봐요. 그런 모든
것들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말이죠.”
“네.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날만을 기다리며 버텼습니
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들이 이곳으로 돌아와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요.”
생각만 해도 기쁜지 라단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번진
다.
“저는 제 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려고요?”
“네?”
“제 자리라면, 저곳, 여기 오기 전인데, 저는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그분들과 함께요.”
“그럼요. 그러셔야죠. 그들은 정말 좋은 세상을 만들
거예요. 그런데 이곳에서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
으세요?”
“여자로 살고 싶어요. 이쁜 옷도 입고 치장도 하고, 손
에 검이 아닌, 꽃을 들고, 아무 일도 없는 듯, 세상은 그
저 평온하고 아름답기만 한 듯 미소만 지으며 살고 싶
어요.”
라단은 정하의 얼굴을 쳐다본다. 지금까지 이야기할
때는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허공을 본다거
나, 다과가 놓인 상이나 옷자락을 보고 있었다.
정하는 그녀가 말한 것처럼 검을 쓰고 무술을 익힌 자
답지 않게, 저 몸으로 어떻게 했을지 모를 정도로, 작고
여려 보이지만, 눈매와 야무지게 다문 입술에서 강인
함과, 진지함이 보인다. 그들 보다 조금 어린것 같지만,
생각이 깊고, 성숙해도 보인다.
라단은 정하의 모습을 보고는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
같다. 작고 여려 보여, 지켜 줘야 할 것 같지만, 스스로
는 충분히 지켜 내고, 다른 이도 지켜 낼 만큼 강단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혼자 버티고 있던 이곳
에서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동지를 만난 거 같은 기분
도 든다.
정하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라단에게 묻는다. “그러
면 라단 님은 어느 자리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예전처
럼 그 자리로 가고 싶으세요?”
정하의 물음에 라단이 옷자락을 다시 만지작 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글쎄요. 예전이라면 그들과 함께 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때로 가고 싶지 않아요. 아마 저도 그들과 함
께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거 같아요. 그들과
함께 하는 세상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도 몸도 자
유롭게 살고 싶을 것 같아요.”
“저는 여람님과 함께 하고 싶어요.”
정하의 뜬금없는 고백에 라단이 놀라 묻는다. “네?”
“처음이었어요. 계속 보고 싶고, 함께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그냥 즐거운 사람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고 싶어요. 그분 옆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요”
라단은 넬의 딸 보도 그렇고 여람을 좋아하는 이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며, 여람이 가진 매력이 무엇일까
생각하는데, 정하가 말을 잇는다. “이런 감정이 좋아하
는 거라면, 저는 그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여람이도 알아요? 말은 해 보셨어요?"
라단의 질문에 정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아니요.
아직은요. 아마 눈치도 못 채셨을 거예요. 그분은 늘 다
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것을 더 많이 생각하시거든요.”
“그랬을 거예요. 리만투어, 집, 부모님 곁으로 돌아올
생각만을 하느라,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못했을 거예
요.”
라단의 말에 정하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정하는
여람의 마음이 늘 사엘을 향해 있기 때문에 그녀의 맘
을 그가 모를 것이라고 말한 건데, 라단은 여람을 둘러
싼 상황을 말하기 때문이다. 라단도 여람이 누구를 바
라보고 있었는지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싶고, 말하고
싶지 않다.
정하가 옷자락을 만지작 거리며 말한다. “맞아요. 그러
셧을 거예요. 이제 곧 이곳으로 돌아오면, 달라지겠죠.
그때는 저도, 그분께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네. 꼭 그러세요. 이곳에는 그를 좋아하는 다른 이도
있어요.”
“정말요?”
“네. 하지만 전 정하님을 지지할게요.”
라단은 이곳에 오면, 좋아하는 이에게 마음을 표현하
고 함께 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하는 정하가 참으로 멋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람도 그런 정하의 멋지고, 솔직
한 모습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고, 그녀를 지지한 것이
다.
어느새, 잠들었는지, 앉은 채로 방 안의 가구에 기대어
잠들었던, 라단이 먼저 깨어 눈을 뜬다. 여전히 가구에
기댄 채, 방 안을 둘러보자, 며칠 전 사엘과 함께 이 방
안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잠을 자도 그녀가 떠오른다. 정말 보고 싶고 그리운 사
람이다.
이불에 누워 잠든 정하도 일어나 앉더니, 생각이 많은
얼굴로 방 안을 둘러본다. 이제부터 가짜 왕비 행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되고, 또 들키지 말고 잘
해야 모두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에
부담도 가득하다.
그렇게 앉아 있는 정하를 보던 라단은, “잘 잤어요? 어
젯밤은 좀 불편했죠?”라고 먼저 인사를 한다.
라단이 깨어 있는지 몰랐던 정하는, 동이 트는 새벽녘
어스름한 방구석에 앉아 있는 라단을 바라보며, “아니
에요. 잘 잤어요.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잤
어요. 오히려 오랜만에 편안하게 잔 거 같아요.” 라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듯 밝게 말한다.
“다행이에요. 저는 이제 보연당으로 가봐야 해요. 곧
하갈님께서 같이 오신 무사 분들을 모시고 오면, 왕비
처소 집사로 보내드릴게요. 그러면 좀 더 안전 하게 계
실수 있을 거예요. 저는 저녁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니,
그게 다른 뜻은 아니고, 잠시 왔다가 제 처소로 돌아갈
거에요."
“당분간은 이곳에 머무르세요. 그래야 왕궁 사람들도
왕이 진짜 왕비를 맞이 하긴 했구나 라고 의심하지 않
을 테니까요.”
스스럼없이 방을 함께 써도 좋다고 말하는 정하에게
라단이 오히려 당황스러워, “네? 아. 그렇죠. 그게 그렇
긴 하지만.”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일 잘 보고 오세요.”
라단은 정하의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에 마치 그녀
의 명령을 따르는 부하처럼,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그녀에게 허리를 굽
혀 인사 까지 하고 방을 나온다.
방을 나온 라단은 그의 행동과 말이 멋쩍은 듯 웃음을
짓는다.
정하의 시원시원한 생각과 행동에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라단도 마치 명령을 받은 부하처럼
행동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 정하의 군더더기 없
는 깔끔한 행동과, 계획을 실천하는 강단, 그리고 정확
함에 라단은 오히려 마음이 놓이고, 오랜만에 의지가
된다고 느낀다. 라단이 정하의 이런 행동과 말 하나에
도 의지 하는 것을 보면, 그가 그동안 이곳에서 얼마나
홀로 버티며, 마음 고생이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멀리서 라단이 미소를 지으며 왕비 처소를 나오는 것
을 본, 신하가 사울진에게 가서 전한다.
“웃으며 나오셨다고?”
“네.”
“누군지는 못 봤고?”
“네. 아직은.”
“그래, 주변을 계속 살펴봐.”
신하가 떠나자, 사울진도 보연당 갈 채비를 하며, 생각
이 많다. 왕이 된 후, 한 번도 웃지 않던 라단이 미소까
지 짓게 한 자라면 아비로서 기뻐해야 할 일인데, 오히
려 라단의 그런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