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Chapter Forty Five 기대는 밤

by Hye Jang

“마을에 있는 병사들은 모두 준비를 마쳤습니다.”


동굴 속에 둘러앉아 있는 이들에게 카야가 말하자, 라

함이 놀라 “언제부터 준비한 건가?”라고 묻는다.


라함뿐만 아니라, 모여 있던 이들 다들 놀란 것은 마찬

가지이다.


“제가 제사장님 댁 병사 총 통솔권자가 되면서부터 준

비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니 빈틈없이 진행될 것입니

다.”


“그래서 웃날이 그런 말을 했었군.”


“네?”


“카야의 병사의 수는 가늠할 수 없고, 그들의 실력 또

한 알 수가 없다던 말이세. 나도 자네가 이 정도로 병

사를 준비해 놓은 줄 그동안 몰랐었고.”


카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하란을 그렇게

보내고, 그가 사엘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사들이라

생각하여, 제사장 병사 외에도 사병들을 은밀히 모으

고, 훈련시키고, 마을에 위장을 시켜 놓았었다. 생각

지도 못하게, 사울진이 약초를 쓰는 방법을 쓰지 않았

다면, 그 무사들이 이들 모두를 지켜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훈련하고, 예비했던 것과 달리, 그때, 병사들과

마을을 떠났지만, 훗날을 위해 사병들은 모두 남겨 두

고 왔었다. 아비갈이 있던 곳에서는 그들과 연락할 수

없었지만, 그와 연락이 되지 않아도, 늘 준비하며 기다

리라고 미리 알려 두었었고, 카야는 이 곳으로 돌아와,

은밀히 그들과 연락을 했고, 지금은 모두 카야의 명령

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마을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야 해. 우리는 쳐들

어 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니까.”


사엘이 말하자, 카야도, “네.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마

을 사람들도 지킬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그럼 이제 마을로 어떻게 들어 갈지 이야기해 볼까?”

수아가 말하자, “리만투어를 건너가는건 어때?“ 라고 사엘이 말하자, 둘러앉아 있는 이들은 그녀의 말이 무

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놀란듯 그녀를 바라 본다.


“산을 통해 가는 것은 너무 오래 걸리고, 가다가 사울

진이 알고, 병사들을 움직이면,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보다가, 리

만투어를 건너서 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 카

야. 정하에게는 연락은 왔어?”


“네. 한 달 후에 혼례식이 있다고 전해 왔습니다.”


카야의 말에, “그러면 우리는 그날에 맞추어서 가면

되겠어." 라고 사엘이 혼잣말 처럼 중얼 거리자, 수아가

“그런데, 리만투어를 어떻게 건너 가지? 생각해 놓은

거라도 있어?” 라고 묻는다.


며칠 동안, 카야는 그들과 함께 있는 무사들을 다시 재

정비 하고, 마을에 잠복해 있는 무사들에게도 은밀히

연락을 하며 준비를 한다.


여람은 아비갈의 사람들과 함께 검술과 무술을 다시

연습하면서 사람들을 챙긴다.


수아와 밧세는 비밀 통로를 통해 하갈의 집을 드나들며, 라단의 소식과 계획을 주고받는다.


“하갈님과 헤어지고 오는 건 늘 힘들지?”


앞서 걷는 밧세에게 수아가 묻자, "그러게. 여러 번 했

지만, 엄마를 혼자 두고 오는 건 늘 걱정이 돼. 차라리

모시고 오면 좋겠다고도 생각하고.”


“맞아. 어쩌면 우리들 보다 이곳 마을에 남은 이들이

더 위험해 보이기도 해.”


“응. 정하도 아비갈님도 늘 걱정되고.”


“여람이 녀석은 마하살 수장님과, 레이님을 아직도 못

만나 뵈었잖아.”


“그러니까. 그래도 녀석 내색 한번 안 내고.”


앞서 걷던 밧세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수아를 본

다.


그런 밧세에게 수아가 의아해하며, “왜? 왜 그렇게 보는데.”


“내 기분이 어떤지도 먼저 묻고, 여람이 걱정도 하고,

수아 너 많이 컸다.”


밧세의 말에 수아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참내. 난 또 무슨 말이라고. 그럼 컸지. 그대로 겠냐."


밧세가 말 대신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돌아

걷기 시작한다.


밧세의 미묘한 미소를 본 수아는 그의 뒤를 따라 걸으

며, " 그 미소는 뭐야? 무슨 말이 라도 해 봐.“


“무슨 말을 해. 다 컸다며.”


“뭐지 이건. 왜 기분이 나쁜 것 같지?”


“뭘 또 기분이 나빠. 다 컸다며. 그럼 됐지.”


“근데 이 찜찜한 기분은 뭐냐고. 뭔데. 왜 말을 하다 말

아?”


“됐어. 빨리 가자.”


밧세가 먼저 앞서 뛰기 시작한다.


수아가 같이 뛰며 말한다. “왜 말을 하다 마냐고.”


밧세가 더 빨리 뛰자, 수아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따라

뛴다.


둘이 그렇게 한참을 뛰어, 사람들이 숨은 동굴을 지나,

해안절벽 사엘이 만들어 놓은 제단 앞에 다다른다.


수아가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그러니까. 왜 말을 하

다 마냐고."


“아오. 정말 그만해라. 이런 거 보면 아직도 옛날 열여

섯 살 수아 같다니까.”


수아가 웃으며 말한다. “내가 그때도 그랬어?”


밧세도 수아를 보며 웃으며 말한다. “넌 늘 그랬지.”


“아깐 또 컸다며?”


“맞아.”


“뭐야?”


“그때도 지금도 나는 좋고.”


“뭐야. 이젠 또 뭐가 좋다는 거야. 너 오늘 좀 이상해.”


“뭘 이상해. 네가 모르는 거지.”


“내가 또 뭘 몰라?”


“넌 몰라. 그런데 계속 몰라도 돼.”


“하참. 얘 오늘 진짜 이상하네.”


“뭐가 이상해?” 사엘이 다가오며 묻는다.


사엘과 카야, 여람이 해안 절벽으로 온 것이다.


사엘의 물음에 수아가 묻는다. “밧세가 이상 하다고.

갑자기 내가 컸다나. 그러더니, 내가 다시 열여섯 같대.

그러더니 좋대. 뭐가 좋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뭐가 좋

냐고 물으니까. 넌 모른대. 이상하지 않아?”


사엘이 듣고는, “이상해.”라고 대답하자,

“안 이상한대.”라고 여람이 말한다.


“그렇지? 안 이상하지?” 밧세가 묻자, 수아랑 사엘은

여람과 밧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수아가 사엘을 보며, “너랑 나랑 같은 마음을 가진 건

처음인거 같지 않아?”


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다. “그러게. 너 보다 재

들이 더 이상하게 보인건 오늘이 처음인 거 같아.”


수아가 사엘을 보며 말한다. “이건 또 뭐지?”


“뭐가?”


“그럼 내가 늘 이상 했다는 거야?”


수아의 말에 밧세, 여람, 사엘이 웃으며, 맞다는 듯 고

개를 끄덕이고, 수아는 여전히 이들의 반응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밧세가 수아의 어깨에 손을 얹자, 수아는 그를 밀치며

”오늘은 내가 아니라, 네가 제일 이상 하거든.”


그들을 보며, 여람과 사엘도 웃는다. 오랜만에 아무 말

이나 주고받으며 웃는 이들의 모습에 카야도 웃는다.


한참을 웃던 이들이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엘은 라단을 생각하며, 그렇게 살자. 그렇게 살게 해

줄게 라는 라단의 말을 생각하며, 그렇게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본다.


여람은 겉옷을 벗어 사엘에게 덮어 준다. 그는 밤하늘

대신 사엘을 바라본다. 마을을 도망쳐 나와 지낸 시간

들이었지만, 그동안 그녀 곁에 있었던 시간은 그에게

있어 더없이 좋은 시간이였다. 마을로 돌아가 부모님

을 만나고 싶고, 예전처럼 살고 싶지만, 지금처럼 그녀

와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조금 더 머물러도 좋을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수아는 조금 전 밧세와 나눈 이야기들이 여전히 이상

한지, 하늘을 보다가 밧세의 얼굴을 보다가 한다.


그런 수아를 밧세는 쳐다보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미

소를 짓는다. 그런 밧세를 보는 수아는 그를 더욱 이상

하게 여기며 바라보지만, 밧세는 왠지 이런 순간들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밧세는 이런 수아의 행동이 귀엽다고 생각한다. 사람

들을 이끌 때, 검술 연습을 할 때, 수아의 진지하고 냉

철한 모습이 멋지다고도 생각한다. 철없던 열여섯 살

때나, 모든 것이 성숙하고 진지해진 지금의 그의 모습

모두 좋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 모든 마음과 생각을 수

아는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지금

처럼, 그의 곁에 늘 친구처럼 서로 장난치고, 웃고, 바

라보고, 어깨동무를 하는 것만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

한다.


밧세가 수아를 보며, 미소를 짓더니 어깨동무를 한다.


수아는 어깨동무를 한 밧세를 밀쳐 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어깨동무를 한 친구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이

다. 모두가 다 귀하고 소중한 부모이고, 자식이지만, 밧

세에게 하갈, 그리고 하갈에게 밧세는 특별하다. 밧세

는 하갈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갈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서로에 대한 걱정과 아

쉬움이 많을 것을 안다. 그리고 수아에게 있어, 밧세도

특별한 친구이다. 여람과는 자주 티격 태격 했지만, 왠

지 밧세는 좀 더 믿고 의지 했던 친구인 거 같다. 수아

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감과 무게

가 느껴진다. 지금껏 아무도 그에게 왕이다. 마을로 돌

아가 왕이 되어야 한다 라고 말한 이들은 없다. 아버지

라함조차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가 왕으로 부름을 받지 않았다면 이라는 의문을 넘

어, 이제는 그가 왕으로 부름을 받았다면, 왜,라는 생각

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책임감

과 의무가 생겼다. 저곳 마을에 가서도, 라단과, 그리고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두려움도 앞서고,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지

만, 밧세는 하갈이 있는 곳으로 여람은, 마하살과 레이

가 있는 곳으로, 홀로, 어렵고 힘들게 견디고 있을 라단

에게, 그리고, 사엘은 마을로 돌아가 다시 경전의 신을

위한 의식을 드리는 것이 그와 여기 있는 이들이 가

야 하는 길이다. 이런 여러 생각들 속에 늘 곁에 있는

밧세는 든든하고 쉼이 되는 친구 녀석이다. 밧세가 감

싸 안은 어깨동무가, 어깨에 얹어진 무게를 나누어진

듯 가볍게 느껴져, 밀쳐 내는 대신 그의 팔에 어깨를 맡

겨 본다.


같은 시각, 왕비 처소에 온 라단이 마루에 서서 밤하늘

을 올려다본다.


정하가 라단의 인기척을 듣고 방에서 나오며, “오셨어

요.”라고 말하자, “네. 오늘도 잘 지내셨습니까?”라고

라단이 살갑게 묻는다.


“네. 그리고 잘 전달했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곳에 와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데요.”


라단은 정하의 언제나 당차고, 간결하고, 대범한 모습

에, 요즘은 동지와 함께 있는 듯 힘이 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네. 그런데 그동안 이곳에서 혼자 기다린 시간보다 요

즘 흘러가는 시간이 더 더디게 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래요. 이곳에서의 시간은 정말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 마음에 기다리는 이가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라단이 말을 마치고 밤하늘을 바라본다. 사엘과 함께

리만투어 모래사장 위에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을 떠올

려 본다. 그동안 매일매일 그렇게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녀와 있었던 날들을 기억하고, 생각하며 버텨온 지

난날들이었다.


“사엘 님도 그렇게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셨어요.”


“그래요?”


“네. 지금 라단님의 모습과 닮았어요.”


“예전에, 밤하늘을 함께 많이 올려다봤어요.”


“리만투어 모래 위에 누어서요.”


“사엘이 정하님에게 그런 말까지 했어요.”


“묻지도 않았는데 하신 거 보니, 너무 그리워 못 견디

는 날, 의도치 않게 하신 이야기 같아요.”


라단이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움은 그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정하도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밤하늘을 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엘, 사엘을 바라보는 여람, 그

리고 여람을 바라보는 그녀. 라단과 사엘이 다시 만난

다면, 여람의 눈길은 여전히 같은 곳에 머물러 있을까

생각해 본다. 여람이 잠시 옆을 돌아봐, 그곳에 그를 쳐

다보는 그녀가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

한다.


밧세와 수아가 비밀 통로로 떠나고, 하갈은 방으로 올

라와, 방석이 놓인 밖으로 나가 방석위에 앉아 밤하늘

을 바라본다. 밧세와 함께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이야

기를 나누고 바라보던 밤하늘이다. 하갈은 아들이 아

무것도 안 하길 바랐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늘

고 길게 오래오래 그녀의 곁에 머물면 좋겠다고 생각

하며, 그를 키웠다. 나중에 수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모두들 왕이 될 자에 궁금해할 때, 그럴 일

도 없지만, 그래도 아들이 왕으로 부름 받지 않기를 바

랐다. 친구들 속에서, 드러나지도, 특별하지도 않게 살

기를 바랐다. 그동안 아들은 하갈의 바람 대로, 친구들

속에서, 조용하게 자라났고, 밝고 즐겁게 자라주어 고

마웠다. 그랬던 아들은 그 사이 검술과 무술을 익히고,

친구들과 함께, 병사들을 지휘하는 자로 변했다. 마을

로 돌아오기 위해 그리 한 것이지만, 하갈은 그런 아들

이 걱정되고 불안하다. 게다가 밧세가 수아를 친구 이

상으로 대하며, 마치 그를 연인처럼, 소중히 대하고, 지

켜주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번 수아와 함께 죽었다가

살아난 이야기가 다시 생각난다. 말만 들었을 뿐이지

만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끔찍한 일이다. 곧 모든 이

들이 마을로 돌아오면, 아들도 예전처럼 특별하게 무

엇을 하지도 말고, 드러나지도 않고, 그저 안전하고 조

용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본다.


마하살이 초조한 마음으로 집 앞마당을 서성인다. 여

람과 다른 이들이 마을을 떠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고, 하갈도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보연당에 다녀오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

고 있는지, 무슨 상황인 건지 복잡하기만 하다. 아들 친

구 같던 라단은 점점 장성하여 왕이 되어 가고, 게다가

왕비까지 들였다. 이 원 이라는 나라는 잠깐 만들었다가 없어질 가짜 같더니, 점점 진짜 같은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다. 마하살

이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믿는다

하여, 섣불리 물어보고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가 섣불리 움직였다가, 뭐라도 들키고, 뭐

라도 잘못되면 안 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

어나지 않아도,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

으로 알았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들은 전혀 이

해가 되지 않고, 감조차 잡을 수 없어 초조하다. 그렇게

떠난 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 된

다. 밧세를 기다리는 하갈의 심정도 마찬 가지 이겠지

만, 하갈과 함께 그들을 찾아 다닐수도 없기에 답답해

도 꾹 참고 가만히 기다려 보지만, 오늘 유난히 더 초조

하고 불안해진 마하셀에게 레이가 다가와 그만 걱정하

라는 눈짓을 하며, 집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레이는 그날 그 일이 있은 후, 집안의 병사들을 모두 해

산시켜, 곳곳에 위장해 놓았다. 사울진이 제일 먼저, 병

사들을 모두 데려가거나, 없애거나 할 것이라 생각했

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를까, 사울진은 매향초가 마을

에 휩싸인날, 라함네 병사들을 모조리 베어 없앴고, 하

갈의 병사들은 그들의 병사로 데려갔다. 여람이 돌아

오지 않는다면, 라단이 더 이상 믿을 만한 자가 아니라

면, 레이는 위장해 놓은 병사들을 불러 모을 것이고, 이

기든 지든, 저 왕궁으로 쳐 들어가, 사울진이 가장 아끼

고 소중해하는 라단을 위협할 것이다. 위협으로 끝나

지 않을 것이라고 까지 상상해 보았다. 그래서 아들을

걱정하고 기다리는 대신 밤마다 누워서 천장을 보며,

지도 보듯이, 병사 들이 위장해 있는 곳, 마을의 길, 궁

의 길을 떠올리고, 라단이 있는 곳들을 그려 보았다

아들이 위협당하고 있는 것을 보는 사울진의 모습도

상상해 보았다. 마음이 좋지 않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

모의 마음이 같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울진

도 같은 부모 마음이기를 바라며, 이 모든 것을 끝냈으

면 좋겠다고도 생각하다가, 다시 사울진의 모습을 떠

올리며,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지 라고 생각하며, 천장

위에 마을의 길, 병사들이 지나갈 길, 궁의 길을 떠올리

고 또 떠올린다.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지만, 서로의 생각과 마음에 간

절함을 담아보는 밤이다



keyword
이전 14화Chapter Forty Four 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