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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Forty Six 노을 진 하늘

by Hye Jang

사울진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사실 라단이 왕이 된 후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간절히

바랐던 일들이 이루어져, 아들이 왕이 되어 뛸 듯이 기

뻐, 대자로 누워 편히 잘 줄 알았지만, 그의 현실은 그

렇지 못하다.


웃날이 사울진 방으로 들어오며, “오늘도 여전히 못

주무세요? 여기 잠이 잘 오는 약초물을 좀 가져왔습니

다.”


“이젠 이런 것을 마셔도 소용이 없네.”


“그래서 제가 다른 약초를 구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러

니 좀 드셔 보세요.”


웃날이 약초가 담긴 그릇을 건네자, 사울진이 마신다.


웃날이 사울진의 이불을 매만지고는 그를 눕히며 말한

다. “오늘 밤은 좀 주무셔야 할 텐데요.”


사울진이 눈을 감고 말한다. “웃날.”


“네.”


“매향초가 왜 위험한 줄 아나?”


“그거야 환각을 일으키고, 사람의 정신을 나가게 하기

때문 아닙니까?”


“맞아. 그런데 그 환각이 말이야. 자신이 간절히 원하

는 것, 얻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하거든. 그래

서 그 환각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게 만들지.”


“하지만, 해독초를 마시면 환각이 사라지지 않습니까.”


“환각은 사라지지만, 환각 때 본 것들은 기억에 남아.

그리고 힘들 때, 간절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다

시 그 환각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그러

면 다시 그 매향초를 찾는 거지. 매향초는 그 환각 속에

머물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위험한 거야.”


사울진의 눈에, 어미개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늙었

던 개인데, 어찌 저리 빨리 달리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를 길러준 하녀도 함께 뛰어 온다. 하녀의 옆에 꼬마

아이가 손을 잡고 함께 달려온다. 서울지 그 인가하고

보니, 라단이다. 라단이 아빠하고 부르며, 달려온다.

두 팔을 벌려 달려오는 라단을 품에 껴안으니, 여자 웃

음소리가 들린다. 라단의 엄마다. 품에 안긴 아들, 아내

의 웃음소리, 대견한 듯 바라보는 하녀의 얼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주변을 맴도는 어

미개를 보고 있으니, 사울진의 마음이 따스해지며 행

복한 기분이 든다. 그때, 멀리서, 불길이 치솟는다. 도

망가. 도망가. 불길이 우리를 덮쳐. 소리를 지르며, 아

들을 안고, 아내의 손을 잡고, 하녀와 개를 부르며, 달려가려는데 발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도망가. 도망가

야 해. 불길이야.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달려가려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불길이 점점 거세지면서 다가

오자,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눈을 뜨니, 웃날이 보인다.


“괜찮으세요?”


사울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팔까지 부들부들 떨지만,

“응. 괜찮아.”라고 말한다.


한 두 번 꾸어본 꿈이 아니다. 사실, 잠만 들면 꾸는 꿈

이라, 너무 꿈꾸고 싶어서 잠들고 싶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고통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 번 잠들면 깨어나고 싶지 않아서, 그

래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로, 그동안 잠을 못 잔 것이

다.


웃날은 사울진이 잠을 좀 잔 것 같아 다행히 이면서도,

그는 자는 동안 식은땀에, 신음 소리까지 내서, 또 걱정

이 된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사울진을 바라보는 웃날에게, "밖

이 밝아 오는 것 같은데, 자넨 안 가고 여태 이곳에 있

었던 건가?”


“네. 주무시면서, 계속 앓는 소리를 내시기에, 걱정이

되어 있다 보니.”


“꿈을 꾸었네.”


“악몽을 꾸셨습니까?”


“늘 꾸는 꿈이지.”


사울진은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생각이 잠기다, 이내

말을 잇는다. “악몽 같지만, 늘 그리운 이들이 나와서

글쎄 악몽이 아닌 것도 같고.”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시시니 걱정입니다.”


“모두 마음의 병 때문 아니겠는가.”


“하인들을 들여보낼까요?”


“아니네. 이왕 게을러진 거, 좀 더 누워 있어 볼까?”


“보연당에는 안 가십니까?”


“오늘 하루 안 간다고 큰일이 있겠는가? 라단도, 아니

지 왕께서도 알아서 얼마나 잘하시는지. 내 아들이지

만, 참 멋지지 않은가."


사울진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이불에 다시 눕는다.


웃날은 안다. 사울진은 일부러 보연당에 가지 않는 것

이다. 사울진의 악몽도 짐작이 가는 듯하다. 멀어진 아

들과의 관계를 애써 감추며, 괜찮다고 하지만, 사울진

의 슬픔과 고통이 얼마큼 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네도 오늘은 그냥 쉬게. 그동안 우린 너무 열심히

살았어. 이젠 좀 쉬어가며 해도 되지 않겠나.” 라고 말

하고는 사울진은 다시 잠을 자려는 듯 눈을 감는다.


“그럼 조금 더 쉬 쉬고, 집사에게, 한두 시간 후, 아침

식사를 내어오라 이르고 가겠습니다.”


웃날은 사울진이 말한 그의 마음의 병을 생각한다. 그

도 몸과 마음의 고통으로 숱하게 잠 못 이루던 날들이

있었다. 사울진을 만나고, 이것이 잠이구나 하며, 마음

편히 자게 되었다. 하지만, 몇 년째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울진을 보면, 그도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에

게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상황과 마음을 준 사울진에게,

무엇이라도 도옴이 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어,

더욱 마음이 아프다. 처소로 가는 대신에, 라단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장의 아들이라, 편히 대한 적

은 없지만, 그의 이름을 불러 주며, 삼촌처럼 살갑게 따

르던 아이였다. 지금은 수장의 아들이 아닌 한 나라의

왕이라, 더 편할 일도 없고, 예전처럼 살갑게 대하는 이

도 아니지만, 사울진의 상태를 알려야 할거 같아, 마음

도 발걸음도 무겁게 라단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라단은 아침에 보연당에 다녀간 웃날이 말한 것을 생

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왕비 처소에 이르렀다.


‘아. 맞다. 오늘 정하는 마데라에 있는 어머니께 간다

고 했지.’


라단은 잠시 마당에 서서 보랏빛, 분홍빛으로 물들며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본다. 혼례식 옷은 핑계고, 정하

는 아비갈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러 간 것이다.

정하, 아비갈, 혼례 의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들의 생

각 끝자락에 사엘이 생각난다. 늘 그립고 함께 있고 싶

은 사엘이지만, 그녀를 만난 이후로 요즘은 더욱 보고

싶은 그녀이다. 저기 멀리 템말산 어딘가에 있는 그녀

에게 당장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길게 한숨을

내 쉰다.


그때 왕실 집사가 다가와, “오늘은 왕비님도 계시지 않

는데, 처소로 다시 가시겠습니까? 피곤해 보이십니다.”

라고 말한다.


“그냥 여기 머물도록 하지.”


라단은 이곳에서 그날 사엘과 함께 있었던 날을 떠올

리고 싶어 머물기로 한 것이다.


“네.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준비할 것은 없네. 이곳에 잠시 서 있다 방으로 들어

갈 테니, 다른 이들도 모두 돌려보내게. 그리고.”


“네.”


“아버지 말이야.”


“네. 사울진님이요.”


“요즘 아버지 몸이 많이 약해 지신 거 같은데, 내일 의

원과 함께 아버지 처소에 가보게. 필요한 약재가 있으

면 해 드리고.”


“네. 알겠습니다.”


웃날이 찾아와 사울진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갔다. 그

렇게 바라던 아들이 왕이 되었는데, 오히려 마음의 병

을 앓고 있다니, 마음의 병은 라단에게만 생긴 것은 아

닌가 보다.


라단도 그의 아버지를 원망하고 모질게 굴고 있다는

것을 안다. 라단도 고통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라

단에게 사울진은 유일한 가족이며, 늘 아끼고 존경했

던 아버지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수장들과, 지파 사람

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한 일은 이해할 수도 없고 용서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가 아버지 사울진에게 하는 이

정도의 원망과 미움정도는 사울진이 감당해도 된다 생

각하며, 지금까지 그렇게 지낸 것이다.


붉은빛이던 하늘이 그 사이 어스름한 밤하늘로 변해

있다. 라단은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제 이 모

든 일들이 끝나면, 아버지 사울진과도 함께 예전처럼

그렇게 지낼 수 있기를 빌어 본다.


라단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왕실 집사가 나머지

왕실 하인들을 돌려보내고, 처소 근처의 호위 무사들

에게 손짓을 한 후, 그도 처소 마당을 나선다.


어두운 방문을 열고, 라단이 들어간다. 왕실 집사가 준

비해 놓는다는 것이 이불을 정리하고, 불을 켜 놓겠다

는 것이었지만 라단이 방금 전 그러지 말라고 했었던

것이다. 어두운 방안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 늘 앉는 낮

은 장 앞에 기대어 앉는다.


어두운 방안 한쪽에 불이 밝혀지며, 사엘과 함께 있었던 그날이 그림자가 되어 나타 난다. 그림자라도 잡고

싶어, 라단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아 그에게로 잡

아당기자, 사엘이 그의 가슴 안으로 들어온다.


“보고 싶었어. 사엘아.”


사엘의 입술에 그의 입술을 포개자, 부드럽고 촉촉하

다. 그때 그의 마음에 강한 욕망이 일어, 그는 더 깊게

입맞춤을 하며, 그녀의 옷을 벗긴다. 라단은 그녀의 몸

을 부서지도록 껴안으며, ‘아니야. 천천히. 부드럽게.’

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달아 오른 그는 그의 몸을 거칠

게 움직이며. 숨을 몰아 쉰다.


“아.” 숨소리에 놀라 라단이 눈을 뜬다.


방 안을 둘러보니, 새벽 동이 트는지, 창문으로 어스름

한 빛이 새어 들어온다. 라단은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

후, 두 다리를 접어,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는다. 꿈이

지만, 너무 생생해서 당황스럽고, 사엘을 향한 그의 욕

망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손만 잡아도 떨려, 몇 번을 생

각하고 생각해서 잡은 그녀의 손이었고, 안는 것조차

도 해도 되나 하며, 위로하는 마음이라며, 가볍게 감싸

안은 그녀의 어깨였고, 용기를 내어했던 입맞춤이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그는 사엘을 향한 그의 욕망을 쏟아

냈다.


다리 사이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방안을 둘러보

니, 사엘이 그립다.


"어쩌면 너와 늘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몰라."라고

라단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눈을 감는다. 다시 잠

을 청해, 꿈이지만, 다시 꾸고 싶다.


하갈의 집으로 혼례 의복을 상의하러 온 아비갈과 정

하가 와 있다. 밧세와 수아도 왔고, 오늘은 어떻게 마을

로 돌아올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 사엘과 카야도 모였

다. 모인 이들은, 혼례식에 있을 계획을 다시 한번 꼼꼼

하게 점검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보당에서 오전 정무를 마친 라단이 왕실 집사에게, “왕

비님은 아직 마데라의 어머님 댁에 계시지?” 라고 묻

자, “네. 하루 이틀 머물다 오신다고 하셔습니다. 아마

도 오늘 오후에는 돌아 오실 것 같습니다.”


“내가 가 볼까?”


“네?”


“나도 가서 무슨 의복인지 한번 보고, 왕비님과 궁으로

같이 오면 어떨까?“


“네?” 라단의 말에 왕실 집사가 의아해하며, 다시 말을

이어 묻는다. “마데라에 가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응. 왜?”


“네. 그럼요. 그렇게 하시면 왕비님도 좋아하실 거 같

습니다. 그럼 집사들에게 나가실 채비를 서둘러 준비

하라 하겠습니다.”


“아니.”


“네?”


“준비할 건 없고, 그냥 호위무사 두어 명과 데리고, 말

타고 조용히 다녀올게.”


“하지만 안전 문제도 있으시고, 게다가 왕비님까지 모

시고 들어 오시려면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볍게 다녀오고 싶어. 그리고 그렇게 가야 사람들도

그리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알겠습니다. 간소히 준비하고, 호위 무사들에게

말을 준비하라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왕실 집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보연당을

나온다. 궁밖을 나가지 않은 라단이다. 그리고 혼례는

무슨 혼례 나며 극구 반대 하더니, 오늘은 궁밖을 나가

고, 게다가 왕비가 있는 곳에 만나러 간다는 것 또한 의

외이다.


집사 몇 명에게 라단의 나갈 채비와 호위 무사 두 명과

말을 준비시키고는 , 측근 집사에게는 이 사실을 사울

진에게 알리라 전한다.


라단이 마데라의 아비갈이 있는 옷감 집을 가니, 상점

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가 나와 모두들 하갈 집으로 갔

다고 전한다.


라단은 잠시 이대로 궁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하갈 집

으로 갈까 머뭇 거린다. 하지만, 하갈 집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 안 간지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오

랜 시간이 흘렀다. 하갈이 그가 왜 이러고 있는지 알고

있고, 그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함께 준비하고 있지만

과연 그의 방문을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모르

겠다. 그럼에도 그곳에 가 보고 싶다. 그가 유일하게

친구들이라 부르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곳이고

늘 즐거웠던 곳이다.


호위무사를 불러 “자넨 날 따라오고, 자넨 궁으로 가서

왕실 집사에게, 내가 왕비님을 모시러 하갈님 댁으로

간다고 전해.”


라단은 말하지 않고 갔다가, 아버지 사울진이 어떠한

의심이나 궁금중이라도 생길까 하여, 미리 알려 놓은

것이다. 누가 생각해도 지금 하갈집을 방문하는 이 상

황은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


“누가 왔다고요?”


하갈이 문으로 다가가며, 할머니 집사에게 다시 물으

며, 문으로 가니 라단이 서있다.


“안녕하세요.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아. 음.” 하갈이 당황 스러 말을 잇지 못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인사를 한다. 집 주변을 감시하는 이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네. 라단왕님. 어서 오세요.”


“마데라 옷감 집에 갔더니, 모두들 이곳으로 오셨다고

해서."


“왕비님을 모시로 오셨군요. 네, 혼례 준비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고, 또 보여 드릴 물건들이 제 집에 있어서

모시고 왔어요. 이제 거의 다 끝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네. 그럼.”


라단이 들어가고 문을 닫자, 하갈이 놀라 다시 묻는다.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왔어요?”


“방금 전 말씀 드린 대로, 마데라 옷감집으로, 정하를

데리러 갔다가, 모두 이곳으로 오셨다 해서, 저도 오고

싶어서, 그러니까 와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고 싶어서...." 라단이 말을 잇지 못하고, 끝말을 흐

리자. 하갈은 라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하갈

이 말하자, 라단은 , “그럼 제가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

다. 정하는 나중에.”


하갈이 라단의 어깨를 따스히 감싸 안으며 말한다. “잘

왔어. 라단아. 잘 왔어. 언제든 와도 되지.”


하갈의 말에 라단의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어른이 다 된 줄 알았는데, 이런 말에도 눈물이 나 흘

리고.”


“그러게요.” 라단이 코를 훌쩍이며, 코와 눈물을 손으

로 닦아낸다.


하갈이 라단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가자. 놀이방도

다시 가보고 싶지?”


라단이 금세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네. 엄청요.”


놀이방으로 가니 정하와 아비갈, 그리고 카야가 있다.


라단이 방을 들어서며, 카야를 보고 놀라자, 카야도 라

단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카야를 여기서 보다니.

난 모두들 리만투어로 돌아와야 보나 했는데. 어디 봐 다친 곳은 없고? 아니지 많겠지. 그렇게 수개월을 밖에

서 떠돌았는데.”


라단이 미안함으로 말을 잇지 못하자, 카야가 말한다.

“라단님은요? 라단님도 혼자서 감당하시느라 많이 힘

드셨죠?”


카야가 라단을 찬찬히 본다. 소년의 모습은 완전히 없

어지고, 특유의 신비로운 얼굴에 남자의 모습이 더해

져, 훨씬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한 라단이다. 게다가

원하지 않았어도, 한나라의 왕으로 지낸 동안, 그는 그

전엔 없었던 위엄과, 무게까지 더해져, 어디에서 봐도,

누구 봐도 멋진 왕의 모습이다.


“카야 모습이 그대로여서 다행이야.”


“안전히 머물며 지낼 수 있는 곳에 있어서, 괜찮았었습

니다.”


“이야기 들었어. 정말 고마운 분들이야.”


“이 분이 아비갈님이세요.”


둘이 서로 말만 들었지, 만난것은 처음이다.


라단은 아비갈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안녕하

세요. 이야기 들었습니다. 위험하고 먼 길인데, 이렇게

도움을 주시며 함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비갈도 라단에게 목례를 하며, “저희도 이 분들과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함께 오게 되어

감사하고요.”


라단이 아비갈에게 다시 한번 정중한 태도로 인사를

한 후, 정하를 보며 눈인사를 한다. 아비갈 라단을 보며

그가 사람을 끄는 멋지고, 신비한 모습과 부드럽고 친

절함 속에 있는 무게감과 안정감이 있는 한눈에 봐도

매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순간 라단이 진짜 정하

의 신랑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카야가 라단을 보며 말한다. “혼례식날 준비 해야 하

는 이야기와 계획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밧세

님과, 수아님 그리고 사엘님은 함께 계시다가 조금 전

템말 산으로 가셨어요. “


“사엘이도 있었어?”


“네. 방금 전에 가셨어요. 전 아비갈님과 준비할게 남

아서, 좀 더 남아 있는 중이었고요.”


라단의 얼굴이 실망으로 가득 찬다.


이를 본 카야가 라단에게 다가와 나지막이 말한다. “리

만투어 앞에 있는 제단 아시죠?”


라단이 카야의 말에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고

개를 끄덕인다.


“제단이 바라 보이는 곳 바다, 그 언덕 아래에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이틀 후, 자정까지 그곳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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