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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Forty Eight 집으로

by Hye Jang

제단 앞에 앉은 사엘이 경전의 신에게 기도를 하자, 모

두들 눈을 감는다. 사엘의 음성이 산들산들 부는 바람

에 실려, 모인 이들의 귓가에 울려 퍼진다.


“경전의 신이여.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지켜

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마을로 돌아

갑니다. 이 제단이 저곳 리만투어 제단에 밝혀질 수 있

기를 간구합니다. 우리 모두의 안전, 그리고 저 마을에

있는 이들 모두의 안전 또한 지켜 주세요. 당신의 능력

과 힘에 우리의 나약함과 도움을 의지 합니다.”


기도를 마친 사엘이 하늘을 향해 손을 올리자, 제단에

서 나와 졸졸 흐르던 물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그들이

서 있던 곳에 비가 만들어진 후, 빗방울이 땅에 내려앉

으며, 절벽아래로 넓은 폭포를 만든다.


수아 밧세, 카야 여람이 들고 있던 나무판을 들고 폭포

를 향해 달리다, 나무판 위에 올라타면서, 미끄러지듯

폭포를 따라 내려 가자, 서 있던 다른 이들도 그들을 따

라 폭포를 향해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모두들 내려가자, 앉아 있던 사엘도 나무판을 들고 폭

포를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가니, 절벽 위에 서 있던 이

들이 나무판 위에 서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사엘이

내려와 손짓을 하자, 바람이 잔잔히 불며 파도가 낮게

일렁인다. 여람과 밧세 수아 카야가 몸을 좌우로 움직

여 앞으로 나아간다. 함께 있던 이들도 나무판 위의 다

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안갯속에서 보이지 않은 앞이고, 바다 위에 떠 있고, 그

저 바람에 몸을 맡긴다.


한참을 앞서 가던 여람은 어린 시절 사엘과 함께 타던

놀이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녀와 나무판에 앉아 바라

보던 바다와 하늘, 노을 그리고 그에게 가르쳐 주기 위

해 그만을 바라보던 사엘이었다. 그때 그가 나무판 위

에 있을 때만큼은 그가 바다에 빠질까 걱정하며 그만

을 바라봤었던 사엘이었다. 순간 비밀통로 동굴에서

달빛에 비친 사엘의 알몸이 떠오른다. 여람은 속으로,

‘지금 왜 그게 떠오르는 거야.’ 생각하며 머리를 세차게

흔들다 몸이 기우뚱한다.


그것을 본 수아가 여람을 부른다. “여람아.”


수아의 외침에 정신을 가다듬은 여람이 기우뚱했던 몸

을 바로 잡자, 수아가 여람 옆으로 와서는, "정신 똑바

로 차려. 안 빠지게 조심하라니까.”


“응. 알았어. 알았어. 조심할게.”


여람은 바다에 빠지는 것보다 그의 마음과 생각을 들

킨 듯하여, 서둘러 알겠다고 말한다. 여람이 바로 조심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한지 수아가 여람을 쳐다보

며, “이상하네. 어떻게 이렇게 금방 수긍하지?”


“왜 그래. 중요한 날이잖아. 조심해야지. 정신도 똑바

로 차리고.”


여람은 방금 전 떠올린 생각들을 떨쳐 버리려 다짐하

듯 말한다.


수아가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사엘을 보니, 사엘은 사

람들 사이를 오가며, 문제는 없는지 지켜보며 나아가

고 있다.


사엘은 마을로 어떻게 돌아갈까 계획을 하다가 바다로

가면, 시간도 줄이며 리만투어로 들어갈 수 있고, 마을

보다는 사울진의 눈에 띄지 않고 또한 마을 사람들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어린 시절 바다 위

에서 나무판을 탔던 것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동안 병

사들과, 아비갈의 사람들과 나무판을 만들고, 훈련을

했지만, 이 많은 이들과 바다 위에 있는 것은 긴장된다.

특히 사엘이 리만투어의 바다를 다룰 수 있다 해도 그

것은 일부분이지, 언제 리만투어가 변할지 모른다. 예

전부터 이 바다는 거칠고 험해서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던 바다 아닌가. 사엘은 경전의 신에게 쉴

새 없이 기도한다.


“경전의 신이여, 리만투어의 바다를 잠잠케 하여 주세

요. 이곳을 무사히 건널 때까지 우리 모두를 지켜 주세

요.”


한참을 가던 중, 사엘이 직감 적으로 리만투어 해안가

에 거의 다 왔음을 알고는 수아와 밧세를 보며 고개 짓

을 한다. 사엘과 여람은 다른 이들과 잠시 머물고, 수와

와 밧세가 먼저 가서 주변을 확인하기로 이미 계획했

던 것이다.


수아와 밧세가 먼저 가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안개가

자욱해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엘이 하늘을 향해 손을 들자, 큰 파도가 일며, 바다

위에 있던 이들을 파도 위에서 하늘로 솟구치게 한 후

잠시 멈춘다. 파도가 일면서, 해안가에 바로 도착할 계

획이다.


사엘이 손을 내리려 하자, 자욱하던 안개가 걷힌다. 사

엘이 내리려 하던 손을 멈추고 잠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린다. 밤안개는 걷혔지만, 해뜨기 직전이라 주변

은 여전히 깜깜하고, 멀리 해안가에 불빛들이 보인다.

금세 바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머리를 내밀자, 해안 가

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파도가 치는 바

닷가에 나무 기둥에 하갈과 아비갈 그리고 정하가 매

달려 있다, 사엘이 놀라 손을 내리니, 높이 솟구친 파

도가 그대로 바다로 떨어지며, 솟구쳐 있던 이들이 바

다 위에 다시 둥둥 떠 있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사엘이 놀라 앞으로 나아가려 하

자, 수아와 여람이 다급하게 말한다.


“기다려 사엘아.”


수아가 말한다. “기다려. 먼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

자.”


그때 사울진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하하하. 왔

는가? 기어코들 여기에 왔어.”


사울진의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모두 할 말을 잃는다.


사울진이 다시 소리치며 말한다. “너희들은 한 명도 이

곳에 들어올 수 없다. 그래도 들어오겠다면.”


사울진이 말대신 손을 들어 올리자, 해안가에 둘러 서

있던 사울진의 병사들이 불화살을 준비한다. 수많은

사울진의 병사들의 들고 있는 불화살이 해안가를 환하

게 비출 만큼 가득하다.


사울진이 말한다. “너희들이 한 발이라도 움직인다면,

저기 매달려 있는 이들부터 불화살에 맞아 죽을 것이

고, 그다음은 너희들이다.”


사울진이 손짓을 하자, 불화살을 든 병사들이 화살을

날리자, 하갈과 아비갈 그리고 정하의 머리 위로 날아,

수아, 밧세 여람, 카야가 있는 바다 앞에 떨어진다.


사울진이 말한다. “그 거리 이군. 그 이상 앞으로 더 오

면, 바다 위에서 불에 타 죽겠어. 하하하.”


수아가 외친다. “당신이 필요 한건 나 아니야? 내가 그

리로 갈 테니, 그들은 풀어줘.”


밧세가, “엄마. 엄마.”하고 소리친다.


그 소리를 들은 하갈도, “밧세야. 밧세야. 엄마는 괜찮

아. 엄마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


“엄마. 엄마.”


사울진이, “다들 조용히 해.” 라고 소리치자, 수아도 사

울진을 향해, “그들을 풀어줘. 나는 모두가 다치는 것

을 원하지 않아. 내가 같테니. 그만해.” 라고 외친다.


“그 말이 사실이었군,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것이. 정

말 경전의 신도 제사장도 대단하군. 하지만 나는 이제

너 수아만 없애는 것이 아니야. 너희들 모두를 없애는

거야. 그래야. 그 누구도 다시 살아 날일은 없을 테니..”


사울진이 손을 들자, 병사들이 화살을 날린다. 그중에

화살은 하갈과 정화와 아비갈을 향해 날아간다.


사엘이 손을 들자 파도가 다시 크게 일며, 파도 위에 떠

있던 이들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순식간에 사울진과 그의 병사들이 서 있던 곳까지 파

도가 덮치자, 병사들과 말 위에 타 있던 자들이 넘어진

다.


덮친 파도에 말에서 떨어진 웃날이 급하게 일어나 소

리친다. “동요되지 마라. 모두 일어나.”


말에서 떨어진 사울진도 서둘러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

지만, 조금 전 보였던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수아와 카야의 병사들이 해안가로 순식간에 달려

오자, 이를 본 웃날과 그의 병사들도 칼을 빼들고 달려

간다.


리만투어 해안가가 순식간에 칼이 부딪치고 여기저기

비명 소리까지 들리며 아수라장이 된다.


사울이 웃날에게 소리친다. “밧줄을 당겨라.”


웃날이 사울진의 소리를 듣고 손을 들어 올리자, 병사

들이 밧줄을 당긴다. 매달려 있던 아비갈과 정하가 바

닥에 떨어지면서 사울진 쪽으로 질질 끌려간다.


여람이 질질 끌려가는 정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를

향해 단도를 던진다. 정하는 눈치라도 챈 듯 날아오는

칼을 능숙하게 잡아채고는 목에 매달린 밧줄을 끊는다

그것을 본 여람이 달려오고, 정하가 여람에게서 화살

을 받아, 아비갈의 밧줄을 향해 화살을 날리자, 밧줄이

끊어진다.


밧세와 수아는 병사들을 막아내며 하갈을 찾지만 보이

질 않는다.


“엄마. 엄마” 밧세가 소리를 지르며 하갈을 부르고 수

아와 여람도 주변을 둘러보지만 하갈은 보이지가 않는

다.


카야의 병사들이 거세게 사울진의 병사들을 밀어붙이

지만, 훈련이 잘된 웃날의 병사들도 카야의 병사들에

게 강하게 맞선다.


이를 지켜보던 사울진이 웃날에게 말한다. “여기서 모

두 죽어도 오늘 저들을 없애야 돼. 제사장은 어딨어?

수아가 아니면, 제사장이라도 죽여라.”


웃날이 밧줄을 쥐고 있는 병사에게 가, 밧줄을 당겨 보

지만 모두 끊어진 상태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웃날도

하갈과 사엘을 찾을 수가 없다.


여람이 멀리서 달려오는 무리들을 보자, 화살에 불을

붙여 하늘을 향해 날린 후, 또 다른 불화살을 날린다.


산길을 달려온 라함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라함은 이들보다 먼저 떠나 템말산을 넘어오면서, 흩

어져 있던 카야 병사들까지 모아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다. 여람의 신호를 보고 안심을 했지만, 병사들이

싸우는 것을 보자, 빠르게 달려와 사울진의 병사들을

막아 낸다.


라함과 다른 병사들의 무리가 오는 것을 보고, 웃날이

사울진에게, "병사들의 수가 생각보다 너무 많습니다.

“지금은 이곳을 피하셔야 해요.”


“피하긴 누가 피해. 저들이 이 땅에 못 들어오도록 막

아야 돼. 아니면 여기서 모두 죽이던가.”


“지금은 우리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왕궁으로 돌아가

셔야 합니다.”


웃날과 사울진을 본 수아가 그들을 향해 달려간다.


이를 본 밧세와 여람도 함께 달려간다.


카야가 병사들에게 소리친다. “수아님을 호위해라.”


웃날이 이를 보고 병사들에게 소리친다. “사울진님을

보호해라.”


병사들이 사울진 앞을 막으며, 화살을 날린다.


날아오는 화살을 수아와 밧세 여람이 막아내며 사울진

을 향해 돌진한다.


카야와 병사들도 화살을 막아내며, 사울진의 병사들과 맞서며 나아간다.


수아가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춘다.


화살이 날라 오고, 밧세와 여람이 막아낸다.


라함과 병사들이 사울진의 뒤를 공격한다.


사울진을 둘러싼 병사들이 앞뒤로 공격하는 수아와

라함의 공격을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수아와 밧세 여람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이 라함을

향하느라 잠시 멈추자, 수아가 다시 재빠르게 뛰기 시

작하고 이를 본 밧세가 기마 자세를 취하자, 수아가 밧

세의 허벅지를 밟고 하늘로 뛰어오르며 들고 있던 칼

을 사울진을 향해 던진다.


웃날이 이를 보고는 재빠르게 몸을 날려 사울진을 보

호하고, 날아온 칼이 웃날의 팔을 관통한다.


웃날이 사울진을 보며, “어서 왕궁으로 돌아가셔야 합

니다.”


사울진이 피를 흘리는 웃날을 잡는다.


웃날이 가까스로 마지막 힘을 내며 병사들에게 소리친

다. “사울진님을 호위해라. 왕궁으로 돌아간다.”


사울진이 웃날을 부축해 말에 태우려 하자, 웃날은,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어서 먼저 가세요.”


사울진이 대답 없이 웃날을 말에 태우고는 그 뒤에 웃

날을 부축하며 앉는다.


이를 본 수아가 사울진을 향해 다시 달려 가자, 웃날의

병사들이 화살을 날린다.


“수아야 위험해.” 수아를 향해 화살이 날아오자, 밧세

가 몸을 날려 수아대신 화살을 맞는다.


수아가 쓰러지는 밧세를 잡으며, “밧세가 다쳤어.” 라

고 소리치자, 카야와 여람이 달려온다.


“밧세야.” 하갈도 밧세를 부르며 달려온다.


하갈을 본 밧세도 외친다. “엄마. 엄마.”


그 사이 사울진과 그의 병사들도 모두 사라졌다.


하갈이 달려와 밧세를 안으며 말한다. “밧세야. 엄마

여기 있어.”


“엄마. 다행이에요. 안 보이셔서 걱정했어요.”


아비갈도 달려와 말한다. “어깨에 박힌 화살부터 빼야

해. 안 그러면 피가 멈추지 않을 거야. 정하야 바닷물

좀 떠와. 어서.”


아비갈이 단도로 화살의 앞과 뒤를 잘라 낸 후, 팔에 바

닷물을 붓는다. “아플 거예요. 조금만 참아요.”


소금물이 팔에 닿자, 밧세가 고통스러운 듯 몸을 떤다.

하갈이 밧세의 다른 팔을 잡으며, 고통을 덜어 주려는

듯 팔을 쓰다듬는다. 아비갈이 수아를 향해 고개를 끄

덕이자, 수아가 밧세의 팔에 박힌 화살을 힘껏 당겨 한

번에 빼낸다.


카야가 달려와 사엘에게 말한다. “제사장님. 집을 정리

했습니다.”


카야는 리만투어 앞에 있는 사엘의 집을 정리하고 온

것이다.


사엘이 수아에게 말한다. “밧세를 집으로 데려가자. 카

야가 정리했대.”


아비갈이 정하에게, “집에 가면 물 좀 끓이라 하고, 버

드나무껍질과 민들레, 국화, 그리고 소엽 좀 구해와.

소엽이 없으면 마 나 오미자도 괜찮아.”


사엘의 방에 밧세를 눕히고, 아비갈이 끓인 물에 버드

나무껍질을 소독한 후 잘게 빻아 밧세에게 먹이고, 상

처 부위에도 붙이며 말한다. “버드나무껍질이 통증을

가라앉아 줄거예요.“


아비갈은 재빨리 바늘을 소독해, 화살로 찢어진 부위

를 꿰맨 후, 천으로 감싼다.


정하가 민들레와 오미자, 국화를 넣어 끓인 물을 가지

고 방으로 들어온다.


아비갈이, "민들레는 염증을 막아주고, 오미자는 혹시

열이 나면 열을 내려 줄 거예요. 국화는 심신을 안정시

켜 잠을 잘 수 있게 해 줄 거예요.” 라고 말하자, 수아가

밧세를 부축해 앉히고, 하갈이 끓인 약초물을 먹여 준

다.


잠시 후, 밧세가 잠들자, 하갈은 밧세 곁에 남고, 아비

갈과 수아가 방을 나온다.


밖에서 기다리던 사엘과 라함이 방을 나오는 수아에

게 다가간다.


“밧세는 어떠냐?”


라함이 묻자, 수아가, “바늘로 꿰매고, 달인 약초물을

마시고 잠들었어요.”


아비갈이 말한다. “피를 흘리긴 했지만, 너무 많이 흘

리지 않아 괜찮아요. 상처도 꿰맸고요. 다만 화살이 힘

줄을 관통한 거 같아요. 힘줄이 끊어졌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상처가 아물면서 팔의 움직임을 봐야 알

거 같습니다.”


아비갈의 말에 더욱 근심이 가득해진 얼굴로 수아가,

“힘줄이 끊어진 거면요?” 라고 묻자, 아비갈이 한숨을

내쉬며 “팔을 쓰는 게 어려워질 수 있어요.” 라고 힘겹

게 말한다.


라함도 한숨을 내 쉬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으며, “수

아야 그래도 이 만하니 다행 아니니. 다른 곳에라도 맞

았어봐. 팔이 잘 낫길 바라자. 응? 아비갈 자네도 고생

했어. 어떻게 이런 걸 그렇게 능숙하게 잘해? 자네가

전에도 이런 걸 잘했었나?”


“아니에요. 사람들과 산속에 살면서 배운 거예요. 다치

거나 해도 의원에 가기가 어려우니까 책을 구해서 배

웠어요. 그래도 오늘 요긴하게 잘 써서 다행이에요.”


사엘이, “아비갈님도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정하랑 가서 좀 쉬세요.”


아비갈과 정하가 자리를 뜨자, 사엘이 수아를 보며,

“너도 잠깐이라도 좀 쉬어. 여긴 내가 있을게. 너는 내

일 또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잖아.”


“웃날도 다쳐서 사울진도 내일은 전쟁하긴 힘들 거야.

내가 사울진을 향해 던진 칼에 웃날이 맞았고, 그들이

나를 향해 날린 화살에 밧세가 맞았어. 그 칼은 사울진

이 맞았어야 했고, 화살은 밧세가 아니라 내가 맞았어

야 해.”


“밧세가 화살에 맞은 건 너 때문이 아니야.”


“나 때문에 맞은 게 맞아. 나를 보호하려다 밧세가 맞

은 거야. 내가 좀 더 나아가지 말았어야 해. 아니면 날

아오는 화살을 내가 먼저 봤다면, 밧세도 괜찮았을 거

야.”


“그 상황이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나라도 그렇

게 했어.”


“왜? 내가 왕이 되야 하는 자라서? 그래서 모두들 그렇

게 나를 지키는 거야? 카야도 병사들에게 나를 지키라

고 외쳤어. 밧세도 날라오는 화살을 피하기 보다 나를

지키기 위해 그의 몸 까지 날렸어."


“그런 말이 아니야.”


“그럼?”


“네가 왕이 되어야 하는 자라서가 아니라 친구니까, 그

런 거야. 나라도 그렇게 했고, 수아 너라도 그렇게 했을

거잖아.“


수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맞아.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라고 말한다.


"아비갈님이 치료를 잘하셨다면서, 금방 좋아질 거야.

어디 나오고 싶어서 누워나 있겠니? 그리고 너랑 여람

이가 맨날 그랬잖아 내가 재보다 더 강해, 더 건강해.”


그때 여람이 다가오며, “밧세는 그런 말 안 했어. 수아

가 맨날 나보고 그렇게 말했지.”


“그러니까. 약한 너네 둘이 맨날 경쟁하고 싸웠어. 우

리중에는 밧세가 제일 건강하고 강할걸.”


"그런데 나는 카야랑 부모님댁에 다녀 올게."


그때 카야도 달려 와서는, “서둘러 가셔야 할 것 같습

니다. 사울진의 병사들이 그 쪽으로도 향한 것 같아요."


“그럼 내가 여람이랑 다녀올게.” 수아가 말하자, 카야

는, “수아님은 라함님과 이곳에서 병사들을 다시 재 정비 하시고, 사엘님은 밧세님과, 하갈님을 돌봐 드리세요. 저와 여람님이 다녀오겠습니다.”


카야는 수아를 보호 하기 위해 집에 남겨두는 것이고,

마하살에게 가는 것이니 여람이 당연히 갈 것이기 때

문에 이리 정한 것이다.


모두들 각자 맡은 대로 흩어진다.


한참 후 잠들어 있던 밧세가 눈을 뜨며, 아픈지 신음을

한다.


“밧세야. 아파? 아프지? 이거 좀 더 마시자.”


하갈이 밧세를 부축해 앉히고는 끓인 약초물을 먹인다.


다 마신 밧세가 다시 눕고는 하갈을 바라보며 묻는다.

“엄마는 괜찮으세요? 아까 안 보이셔서 얼마나 걱정했

는지 몰라요. 어디 계셨던 거예요?”


“파도가 덮칠 때, 밧줄이 다리를 감았어. 그래서 못 일

어났고, 파도가 계속 밀려오면서, 바닷속으로 빨려 들

어 가면서, 밧줄이 목까지 졸라, 정신을 잃었어. 사엘

이 와서 구해줬대. 내가 정신을 잃어 있으니까 사엘이

나를 안전한 곳에 두고 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린 거야.

그래서 너네 들이 불러도 대답을 못했던 거고. 사울진

병사들이 찾아낼까 봐.”


밧세는 하갈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정말 다행이에요.

엄마가 무사하셔서요.”


“그래 나는 무사 한대, 너는 왜 이러고 있어? 보자마자

다치기나 하고. 엄마가 너 화살 맞은 거 보고 얼마나 놀

랬는지 알아. 그래도 팔이라 다행이지. 여기 응. 가슴이

라도 맞았어봐. 엄마가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하지 말

고, 그냥, 그렇게 가늘고 길게. 응?”


하갈이 밧세의 가슴을 치며 말하자, “엄마 아파요.”


“아파? 팔이 아파? 약초물 좀 더 마실까?”


“아니요. 가슴이요. 엄마가 너무 세게 치셔서.”


“어이구.” 하갈이 다시 한번 밧세의 가슴을 치고는 말

을 잇는다. “좀더 자. 그래야 자는 동안 빨리 낫지.”


“네 엄마. 엄마도 좀 주무세요.”


밧세는 약초물 기운에 다시 눈을 감고. 하갈은 그의 옆

에 앉아 그의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 준다.


그 사이 사엘과 정하는 집을 둘러 보며, 사람들이 좀더

많이 머물수 있도록 정리를 하고. 수아는 밧세가 걱정

이 되어 그의 옆에 있고 싶지만, 아비갈, 그리고 라함과

함께 남아 있는 병사들을 정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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