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여중생 앞에 선 코트 속 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미성년자 대상 성기 노출, 공연음란죄를 넘어 아동복지법 위반까지

by 장유미 변호사
학교 앞에는 유명한 바바리맨이 있었다. 수년째 일정 시간, 일정 장소에 출몰해 온 토박이 바바리맨이었다. 이른 등굣길에 짠, 하고 나타나 어린 학생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기도 했고, 흐린 날이면 하필 여학생 반인 2학년 8반 교실 창문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공터에 나타나기도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른 봄이었다. 새벽에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고, 오전 내내 안개가 끼었다. 3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일진으로 불리던 아이 하나가 창틀에 팔을 걸치고 밖을 내다보다 유후, 하고 야유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를 질렀다. 좀 논다는 아이들 몇이 창가로 몰려들었고 오빠! 오빠!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쳤다. 그러고는 곧 박수를 치며 넘어갈 듯 웃었다. 김지영 씨는 창가에서 먼 자기 자리에 그냥 앉아 고개만 쭉 내밀어 보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궁금하긴 했지만 구경하러 달려가기 쑥스럽기도 했고, 차마 직접 눈으로 볼 용기가 나지 않기도 했다. 창가 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나중에야 전해 들었는데, 학생들의 호응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날 바바리맨의 퍼포먼스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 교실이 아수라장일 때, 갑자기 앞문이 열리며 학생주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거기, 창가에서 소리 지르는 너희들! 나와! 다 앞으로 나와!"
창가의 아이들이 우르르 교단 앞으로 불려 나갔다.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 소리 지르지 않았다, 창밖을 보지도 않았다고 항변했고, 선생님은 자의대로 아이들을 솎아 내 다섯 명을 교무실로 데려갔다. 4교시 수업 시간 동안 단체 기합을 받고 반성문을 썼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교실로 돌아온 일진은 창 너머로 침을 탁, 뱉었다.
"아, 씨발, 벗은 새끼가 잘못이지 우리가 잘못이야? 변태 새끼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우리한테 반성을 하래. 뭘 반성하라는 거야, 도대체! 내가 벗었어?"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나듯, 어느 이른 아침 골목에서 일진은 바바리맨과 마주쳤고, 그때 일진 뒤에 숨어 있던 넷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준비한 빨랫줄과 허리띠로 바바리맨을 묶어 근처 파출소로 끌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파출소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바바리맨은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튼 이후로 바바리맨은 나타나지 않았고, 다섯 명은 근신 처분을 받았다.

⟪출처⟫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2016. 56-58p




바바리맨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아마 30대 이상이라면 청소년기에 이 단어를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표준대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은 단어이니, 제 기억을 더듬어 나름대로 정리를 한다면, ‘속옷을 입지 않고 바바리만 걸친 상태에서 여학생들 앞에서 바바리를 열어젖히는 행동을 하는 성인 남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소설에서는 바바리맨의 최후에 대하여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먼저, 「경범죄처벌법」의 과다노출죄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과다노출’은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ㆍ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소설에서 바바리맨이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한 것은 명백해 보이는데, 이를 본 여중생들이 반응은 어떤가요? 김지영 씨는 차마 직접 눈으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하였지만 같은 반의 일진과 좀 논다고 하는 아이들 몇은 ‘넘어갈 듯 웃었다’고 합니다. 그 표현에는 부끄럽다거나 불쾌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바바리맨은 과다노출죄에 해당하지 않는 걸까요? 이러한 경우 법원은, 특정 피해자의 주관적인 반응보다는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여학생들 보라고 일부러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한 행위는 충분히 과다노출죄에 해당할 수 있겠죠. 바바리맨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거나 경찰서 유치장에서 최장 30일 동안 갇혀 있게 되었을 겁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 처벌이면 부적절한 행동의 대가로 충분한가요? 아직 성의 개념이 확립되기에는 어린 여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을 고의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 강하게 처벌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형법」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경범죄처벌법」 보다 강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음란한 행위’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어떤 음란한 행위가 적극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보았지만, 지금은 그 행위가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9도14056 판결).

그럼,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한 행위는 단순한 과다노출죄일까요? 아니면 공연음란죄일까요? 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정도, 노출 동기·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과다노출이지만, 그와 같은 정도가 아니라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라면 ‘음란한 행위’입니다. 굉장히 다른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차이점이 금방 와닿지는 않죠. 이럴 때는 예시가 이해도를 높여줍니다. 만약, 소변이 급해 노상방뇨를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목격된 경우,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해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과다노출에 해당합니다(노상방뇨 자체는 별도로 「경범죄처벌법」의 처벌대상이 되지요). 반면에 대중이 많이 있는 공원, 지하철 등에서 의도적으로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했다면, 이는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할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판례는, 어떤 남성분이, 알몸이거나 유방을 노출한 여인들 조각상이 있는 참전비 앞에서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이를 바라보고 서 있거나 그 주위를 서성거린 행위에 대하여 과다노출죄가 아닌 공연음란죄를 인정한 사례였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같은 행동이 동일한 죄에만 해당할까요? 지금의 법은 그를 단순히 공연음란범죄자가 아닌 성폭력범죄자로 기록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형법」의 공연음란죄를 성폭력범죄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연음란죄는 신상정보 등록 의무나 보호관찰 등이 따르지는 않지만, 법원은 재범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나 수강명령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이 행위는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합니다. 아이에게 가해진 그 짧은 충격은 단지 놀람이나 불쾌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두려움은 성장 과정 곳곳에서 드러나며 정상적인 성 인식과 건강한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은 그 행위가 남긴 흔적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을 묻습니다. 최고 10년의 징역형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그것입니다.


「공연음란범죄의 실태와 특성에 관한 연구」(이비현, 2024)*에 따르면, 2022년 ~ 2023년간 공연음란죄의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93%에 달하였습니다. 피해자 성별의 쏠림이 뚜렷한 이 범죄는, 그래서 더욱 자주 ‘바바리맨’이라는 명칭으로 회자되곤 하나 봅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두고두고 남을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그는 여중생들의 손에 이끌려 경찰서로 향한 뒤 자취를 감춥니다. 어쩌면 감옥에 수감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그 이야기에서는 사건이 그렇게 끝맺어졌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게 매듭지어지지 않습니다. 가해자는 사라졌지만, 피해자의 기억은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이 범죄를 희화화하지 않아야 하며, 누구의 삶도 비틀어놓지 않는 사회를 함께 그려가야 합니다


(*) 이비현(2024). 「공연음란범죄의 실태와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경찰학회보, 26(4), 29-54.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그 문장이 내게 말을 걸었다, 조용히.

그래서 써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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