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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공 Feb 05. 2024

외과의사는 수술실 입구로 다시 나가지 않는다.

환자가 왔다. 수술 일정이 없는 시간에 수술실이 열린다. 응급환자다.

원인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 

출혈부위를 찾을 수가 없다. 뇌 실질을 파내야 한다. 이는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는 뜻이다.

말이 회복이지 일상생활이 힘들다.


그럼에도 수술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사는 가치판단을 하면 안 된다. 판단은 오직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다. 

그래서 의사는 감정이 없는 편이 좋다.

슬퍼도 진료와 수술에 방해가 되고 너무 담담해도 환자들에게는 좋을 것이 없다. 

수술이 필요해도 강요를 할 수 없고 수술이 의미가 별로 없어 보여도 피해서는 안된다.


집도의는 스크럽을 하는 도중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셨다. 애초에 생각할 것이 없다. 숙련된 기술로 두개골을 열고 직접 보아야 할 수 있는 일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생도 비슷하다. 사람을 살리는 것과 같은 하나의 큰 목표를 잡고 하나하나 해쳐가기만 하면 된다.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수술에도 많은 생각이 필요 없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다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무언가는 배우는 입장에서는 모든 부분에 대해 집도의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수술실에서의 행동에 대한 의도는 인체에 대한 지식과 수술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파악하기 쉽다. 본질적으로 목표가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가 확고하면 의도와 행동과의 연결이 간결해진다. 이처럼 삶에 있어 목표를 두고 쫓아가는 행동은 고귀하다. 


하지만 목표가 확실해도 결과는 확실치 못하다. 


모두가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완벽에 대한 갈망과 결과의 배신으로 인한 자책 그리고 타자와의 비교와 같은 현상 또한 누구나 공감한다. 모든 분야에서든 비교우위를 가지며 위안을 삼고 조그마한 자족이 주는 기쁨은 좋은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은 다르다. 비교우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외과의사보다 더 수술을 잘한다고 해서 개인의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가? 모든 수술은 독립적인 상황이고 언제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외과의사라 해도 스트레스의 부담은 적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커지기가 더욱 쉬운 환경이다. 그래서 외과의사는 항상 어둡고 복잡한 뒷 통로 병원을 돌아다닌다. 자책과 감정과잉에 벗어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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