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개인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하던 기존 문명의 상징체계 내에서 탄생한다. 해당 상징체계 내에서 성장한 개인은 자연스럽게 그 언어체계를 토대로 사고를 발전시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당 상징체계를 정교하게 다루고 있는 주술사들의 속박에 구속되어 있는 셈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탁월한 통찰에 따르면 주술사들의 호칭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명명되었으나, 소수의 주술사들과 다수의 피주술자들의 관계는 현대까지 계속 유지되어 왔다. 역사적 변천 과정에 따라 주술사의 호칭과 주술의 명칭이 달라졌을 뿐.
개인은 자기가 속해 있는 언어체계 범위 밖의 사고를 좀처럼 하지 못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주된 목적은 현대만을 살아본, 현대적 주술의 덫에 걸려있는 자기의 상징체계를 해체하는 데 있다. 역사공부는 자기의 의식상에 그려져 있는 뿌리깊은 편견을 도려내는 ‘해체도구’로써 기능한다. 현대인들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끼는 수많은 생활양식이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전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 자기의 의식상에 은연중에 박혀 있던 뿌리깊은 고정관념들의 연결관계가 점차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사실 이러한 고정관념의 정체는 주술사들의 주술적 속박이다. 다른 동물종들과 다른 사피엔스만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주술사의 존재이다. 주술사의 존재는 인간의 역사에서 이름을 바꿔 가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들 제사장들은 신의 이름으로, 이성의 이름으로, 자본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다른 다수의 사피엔스 종들에게 주술적 속박을 걸어 왔다. 유발 하라리의 탁월한 통찰에 따르면 이는 ‘문화’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