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시바(Siva)

by 메모

각 종교를 창시한 철학자들은

인간이 성숙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문제는 성숙의 길은

고통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한다.

피상적인 고통을 회피하여

심층적인 고통을 얻을지언정.

눈앞의 작은 가시를 피하여

자기 가슴에 대못을 박을지언정.


이런 이유로 기꺼이 고통의 길을 걸어

심층적인 행복에 도달한,

성숙을 달성한 철학자들은

고통을 통한 성숙의 길로

대중을 인도하고자

사탕을 이용했다.


인간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에,

사탕발림에 너무도 취약하기에.

고통스러운 과정을

기꺼이 감내하게 하기 위해

고통이 마치 사탕인 것처럼

최면을 건 것이다.


최면에 걸린 대중은

기꺼이 고통을 수반하는 길을 걸었다.

그것이 단것이라는 인식을 주입당했으므로.

철학자들은 천국, 열반, 공, 도, 선 등과 같은

고통의 길을 이익으로 둔갑시켜 대중을

성숙의 길로 인도하고자 한 것이다.


철학자들의 의도는 반쯤 성공했다.

대중은 사탕에 마음이 빼앗겨

철학자들이 유도하는 길로

유입되기 시작하였으므로.

지옥, 비교, 욕망, 악과 같은 피상적인 이익을

심층적인 고통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므로.


그러나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성숙은 이익을 미끼로

수동적으로 인도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능동적으로 고통을 선택한

주인장에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철학자들은 결국

많은 것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성숙의 흉내라도 내길

바랐던 것이다.

허무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대중에게 제공한 것이다.


인류의 지식이 쌓여갈수록

기존에 행했던 제사장의 최면은

점차 구식이 되어 가고,

최면의 힘은 약해져간다.

제사장은 이제 최면의 패러다임을

전격적으로 전환한다.

그 시대 대중이 걸리기 쉬운 최면의 형태로.


최면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대중의 기호에 따라

계속해서 변동되어 왔다.

지도자들이 대중의 심리를 읽고

끊임없이 그것을 변동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이 성숙해지기 위해 걸어가야 할

고통스러우면서도 찬란한 가시밭길은.

그 고통을 버텨내기 위한

사탕의 형태만이 계속 변동되어 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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