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최소화
분할매수 : 매수기간 설정 후 - 시드머니를 매수기간 범위 내 일별로 쪼개서 일별매수금 계산 - ‘매일’ 일별매수금 분할매수
당신은 이제 체계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유망 산업의 하위 섹터 내 유망 기업들에 각 정찰주를 파견하여 시장의 흐름을 읽고 있으며, 인류의 메가트렌드와 대중의 뇌동트렌드까지 섭렵하여 전략을 구체화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미래가 당신의 기획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경제 뉴스에 수시로 등장하는 증권사의 예측은 단 한번도 예측에 성공한 전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당신은 전문트레이더들보다 더 정밀한 예측을 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모든 예측은 예측 그 자체의 속성으로 인해 틀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예측이 예측을 끊임없이 변동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측은 불필요한가? 그렇지 않다. 인류의 진보와 미래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그에 대한 대응에 의해 설계되어 왔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자.
앞서 제시한 공정대로 양질의 정보 구성에 최선을 다했음을 전제한 상태에서, 당신은 시장을 예측하고 투자 시나리오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이 틀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단적으로 말해 당신의 예측은 부정확하다. 그래서 당신은 이미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리스크 헷지가 가능한 자산으로 구성해두지 않았던가. 거시적인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헷지가 이루어졌다면, 미시적인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의 구성 자산 중 일부 종목을 실제로 매수함에 있어서도 리스크 헷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수단은 무엇인가? 바로 분할매수이다. 나는 분할매수를 할 때 우선 총 매수기간을 설정한다. 그 다음 해당 투자 종목에 투자할 총 시드머니를 위 매수기간 범위 내에서 일별로 쪼개 일별매수금을 계산한다. 그리고 매일 일별매수금을 위 매수기간 전반에 걸쳐 분할매수한다.
가령 나는 2024년 상반기 홍콩 증시 급락으로 ELS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선 홍콩 증시가 바닥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홍콩 증시의 바닥권에서 홍콩 증시를 추종하는 ETF(참고로 나는 레저리지 ETF를 선택하였다)를 매수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의 시간적 기회비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언제 회복될지를 알 수 있어야 했다. 우선 나는 중국 지도자 시진핑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시진핑의 입장이라면? 첫째, 중국은 2024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지속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놓여 있다. 둘째,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은 경제성장이라는 명분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셋째, 그러나 2024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의 정책금리가 최고점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2024년 상반기에 중국 시장에 돈을 푼다면 그 돈은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넷째, 그렇다면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기회를 포착해 그 때 중국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중국 경제를 지탱함과 동시에 정치적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미국이 금리 인하를 하는 시점은 2024년 하반기로 예상되므로, 중국이 돈을 푸는 시기는 2024년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소식이 들려오는 타이밍이다.
위와 같은 역지사지 기법을 통해 나는 투자 시나리오를 구상하였고, 2024년 상반기 홍콩 증시가 바닥을 찍고 있는 시점부터 2024년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시점까지 대략 6개월의 매수기간을 설정하였다. 그 당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총 시드머니는 6,000만원 정도였다. 6개월을 투자가 가능한 일별로 환산하면 120일 정도였고, 이를 토대로 계산했을 때 일별매수금은 50만원 정도였다. 나는 이 때부터 매일 50만원씩을 분할매수하면서 평균 단가를 맞춰 나갔다. 드디어 2024년 하반기 내가 기다리던 미국의 금리 인하 소식이 들려왔고, 곧 이어 예상대로 시진핑은 중국시장과 자기의 정치적 생명에 대한 심폐소생을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하였다. 이 때를 기점으로 하여 홍콩 증시를 비롯한 중국 증시 전반이 급등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구상한 시나리오가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하나의 의문점이 들지 않는가? 나는 왜 홍콩 증시의 바닥권이라는 판단을 한 시점에서 몰빵 투자를 하지 않고 분할 매수를 선택했을까? 만일 내가 바닥권에서 몰빵 투자를 했다면 수익률이 더 올라갔을 텐데? 그 당시의 내 산수능력이 떨어져서 계산 착오를 한 것일까? 그것은 계산 착오가 아니다. 내가 홍콩 증시가 바닥권이라는 ‘판단’을 했던 시점에서는 그 당시가 홍콩 증시의 바닥권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닥권이라는 표현은 사실 미래의 시점에서 결과론적으로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설정한 매수기간 동안 분할매수를 통해 나는 평균 단가를 관리하면서 내가 예상한 매도시점, 즉 미국의 금리 인하 및 중국의 부양책 발표 시점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던 것이다.
이상과 같은 분할매수 절차를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우선 자기만의 투자 전략 및 투자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매수 종목을 최종 선정하였다면 자기의 시드머니를 분할하여 들어갈 매수기간을 설정하라. 매수기간의 기준은 당시의 거시경제 상황, 글로벌 트렌드 및 국내 트렌드, 경제•정치•사회•문화 등의 미시적 흐름, 당신의 매수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정하여야 한다. 그 후 당신의 시드머니를 매수기간 범위 내 일별로 쪼개서 일별매수금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매일’ 일별매수금 분할매수하며 평균 단가를 관리하면서 미리 설계해두었던 매도 타점까지 인내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매수기간 설정 후 - 시드머니를 매수기간 범위 내 일별로 쪼개서 일별매수금 계산 - ‘매일’ 일별매수금 분할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