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인간이 말과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상 인간은 진리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진리가 아닌 일리를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인간이 진리가 아닌 일리의 세계에서만 살아간다는 의미는 인간이 말을 내뱉는 순간 그것이 진실인가 거짓인가의 판별이 무의미해진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기만의 주관적인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며, 그저 자기만의 일리 있는 말을 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내는 관념의 속성, 즉 이분법적 인식구조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요컨대 인간은 환상 속에서 살다가 죽을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따라서 애당초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환상에 취약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명한 현실’이 실상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간다. 현대의 자본주의적 경제제도는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더욱 정교한 환상을 그들의 관념 내로 은밀히 주입하고 있다. 곧 현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환상의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환상의 환상을 부추기는 교묘한 상술은 악마적인 지혜의 산물이다. 지혜로운 사람의 지혜는 사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가 어떤 마음과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남을 정신적 주인이 될 수 있게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정신적 노예가 되게끔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