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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Feb 18. 2024

인IV 11 한국인의 복(福)에 대한 개념

   복(福)이란?   
       

아무리 둘러봐도 복이란 말을 우리 한국인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복(福)이란 글자가 붙어 정식 단어가 된 것만 해도 부지기수인 데다 늙으나 젊으나 새해 첫인사는 무조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로 시작해야 하고, 오죽했으면 '복주머니'라는 것까지 만들어 들어온 복 함부로 나가지 못하게 목줄까지 묶어놓았을까?


복이란 게 대체 무엇이관데 우리는 그것을 이리도 소중히 여길까?

여러 사전에 나와 있는 복에 대한 정의를 종합해 보면 '복이란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이라 되어있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며 우리 핏속에 녹아있는 그 '복'의 본질을 행운과 행복이라는 이 두 단어만으로 설명하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인 것 같다. 하여, 그동안 막연히 감으로만 알고 있던 우리네 복의 실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보았다.

복(福)의 정체    
      

1) 행운(幸運) 복록(福祿)

우리가 ‘복 받기를 원한다’라는 마음 맨 밑바닥에는 무엇이 깔려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세상 살아가는 동안 큰 어려움이나 재앙 겪지 않고, 모든 일이 술술 풀려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며 그 속에는 건강, 재물, 화목, 행복 등 각자에게 필요한 서로 다른 염원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이런 복을 '행운으로 누리게 되는 복록'이라 풀고, 영미식 개념으로는 'good luck' 에서 오는 'fortune' 혹은 ‘well-being' 정도가 될 것이다.


2) 인복(人福)

하지만 우리 한국인의 복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위에서 설명한 세계공용의 복 개념에 더해 '좋은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는 복'을 뜻하는 인복(人福)이라는 게 있다.

이 인복이란 말 속에는 내가 받은 복을 온전히 누리게 되려면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사상이 들어있고 이러한 개념은 우리네 '정(情)'만큼이나 독특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영미권에는 이에 해당하는 단어 자체가 없고, 일본어 역시 마찬가지다.

네이버의 일본어 사전에는 이 단어를 우리식 개념으로 설명해 놓아 마치 그런 단어가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 헷갈리게 만들지만. 정작 'weblio'라는 일본어 국어사전에서 '人福'을 쳐보면 '용어 해설에서 인복에 해당하는 표제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用語解説で「人福」に一致する見出し語は見つかりませんでした)’라는 답이 돌아온다.


중국의 경우, 중국어 사전인 《现代汉语词典》에는 人福 (rén fú)을 '人的幸福(인간의, 혹은 인간이 누리는 행복)'으로 풀이하고 있어 우리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人과 福의 합성어 뜻풀이 수준이다.


이에 반해, 우리말  「표준어대사전」에는 인복이라는 단어가 등재되어 있고, 「우리말샘」에 가면 부모복, 자식복, 여복, 처복, 남자복, 남편복 등 그 대상을 구체화한 파생어까지 등재되어 있을 정도다.


3) 천복(天福)

하지만 우리네 복은 인복 위에 있는 천복까지 빌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 민족은 단군시대부터 하늘을 숭상하는 천신사상(天神思想)을 가졌고 하늘은 곧 복의 근원이라 믿었다.

그러므로 개인이든 가족이든 나라든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근본을 이루고 있어 어떤 복을 빌더라도 먼저 하늘의 도우심을 구하였고 그 단적인 예가 우리나라 국가(國歌)인 애국가에 잘 나타나 있다.


애국가는 '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부분에서 대미를 장식하는데 이런 국가를 가진 나라는 세상천지에 없다.

서양 국가의 가사 중에 God이란 단어가 들어간 나라는 영국이 유일한데 이 또한 제목부터 'God Save the King/Queen'으로 되어있고 가사 내용 역시 오로지 국왕을 지켜달라는 말뿐이고 나라를 지켜달라는 내용은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이 비는 복(福)에는 '나'라는 개인의 행운과 복록뿐 아니라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까지 아우르고, 나아가 하늘의 보우하심과 조상의 음덕을 구하는 복합적이고도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런 복을 누리며 살아갈까?



*표제사진 출처: 유주부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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