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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Mar 12. 2024

유머46 성주와 랍비

성담(性談) 01

서양은 동양에 비해 성에 대해 훨씬 개방적인 편이라 공공장소에서도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곧잘 포옹하고 키스한다. 그러다 보니 성과 관련된 농담도 비교적 자유롭게 일상대화 속에 묻어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이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서양식 성담(性談)이라는 게 우리 기준으로 볼 때는 너무 담백하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에 예로 드는 이야기도 그런 범주에 속할 것 같다.    

 

성주와 랍비

20세기 영문학의 대표적 작가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헝가리 출신의 유대계 영국인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의 작품 속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들어있다 한다. 



유럽의 한 성주(城主)가 사냥길에 나섰다가 빠뜨린 물건이 생각나 도로 성으로 돌아왔다. 

그가 침실에 들어가 보니 유대교의 한 랍비가 그의 아내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어이없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 성주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화가 났지만 이내 불타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들을 지나쳐 발코니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발코니 아래 길 가는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십자가 성호를 긋기 시작했다.


성주의 갑작스런 등장에 화들짝 놀란 랍비가 급히 속옷만 수습한 채 달려가 성주 앞에 무릎을 꿇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공전하(大公殿下), 대체 여기서 무얼 하고 계시나이까?”


그러자 성주가 답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나 대신 당신이 하고 있으니나 또한 당신이 할 일을 대신 하는 중이오."



한 시절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그가 자신의 저서 속에 이 이야기를 포함시킨 걸 보면 그가 이 유머를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 알만하다.      


내가 처음 이를 접했을 때의 느낌은 

'야~ 역시, 그들답게 성에 대한 농담도 저렇게 격조 있게 하는구나!'였다.


하지만 곧이어 '만약 우리네 회식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과연 몇 %나 웃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고, 실제로 다음에 술자리에서 테스트해 본 결과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하여 그 후로 잘 써먹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책에서 '호오, 이 정도면 부부동반 모임에서 써먹어도 손색이 없겠다.' 싶은 멋진 서양판 성담 하나를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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