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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Oct 20. 2024

하늘을 나는 말

탈무드의 지혜

탈무드의 지혜


왕의 노여움을 산 한 사내가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내는 왕에게 구명을 탄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를 1년만 더 살게 해 주신다면 왕께서 가장 아끼는 말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치겠습니다.

 만약 1년 후에도 그 말이 하늘을 날지 못한다면 그때 저를 처형해 주시지요."


왕은 그의 말을 믿진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그 탄원을 받아들여 형 집행을 1년간 유예하였다.

이 사실을 안  같은 방 죄수들이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야 이 친구야, 제발 말 같은 소리를 좀 해라. 네가 무슨 재주로 말이 하늘을 날게 한단 말이냐?"


그러자 그는 미소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 1년 안에 왕이 죽을 수도 있고, 내가 죽을 수도 있고, 그 말이 죽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혹시 또 모르지. 1년 뒤에는 말이 정말로 하늘을 날게 될는지..."




위의 이야기는 탈무드에 나오는 예화로서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나는 위기 탈출에 있어 아주 중요한 묘수를 한 수 배운 것 같아 기뻤다.


"그래, 빼도 박도 못할 위기에 처했을 때는 일단 시간을 벌고 보는 거야!"


그리고 이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에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쩌면 저런 발상을!"


그 사내가 1년 안에 말을 날게 하겠다는 감언이설로 왕을 현혹해 1년 유예를 받아냈을 때,

그다음에 전개될  스토리를 나름대로 추리해 보았지만, 저런 답을 내놓으리라곤 정말 상상도 못 했다.


'1년 안에 왕이 죽을 수도, 내가 죽을 수도, 말이 죽을 수도 있다는 발상!'


참 기가 막힌다.

하지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럼, 저 발상에서 얻는 유익은 무엇인가?

여기서부터는 내가 한번 시나리오를 써보자.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1년 이내에 말이 죽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 왕이 죽는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가 죽는 것이다.


비록 마지막 시나리오에 걸려 내가 죽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교수형에 처해 목매달려 죽는 것보다는 자연사나 사고사로 죽는 게 더 낫고,

비록 그때까지 죽지 않아 교수형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죽는 것보다 1년을 더 살고 죽는 것이니

이러나저러나 그로서는 충분히 남는 장사가 아닌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 단순한 진리에서 나온 발상.

그들 유대인에게서 또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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