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지혜
솔로몬
다윗의 아들이자 이스라엘 왕국의 제3대 왕이었던 솔로몬은 가장 지혜로운 통치자로서 그 나라를 최전성기에 이르게 한 인물이다. 그는 많은 난해한 사건에서 현명한 판결을 내려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는데 아래의 이야기는 성경에까지 기록되어 있다.
「같은 집에 사는 두 여인이 3일 간격으로 아기를 낳았는데, 그중 한 아이가 죽자 살아있는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며 솔로몬에게 판결을 요청했다. 누구의 아이인지 증거도 목격자도 없는 이 난해한 사건에서 솔로몬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칼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칼을 왕의 앞으로 가져온지라, 왕이 이르되 산 아들을 둘로 나누어 반은 이에게 주고 반은 저에게 주라."
신하가 칼로 아기를 내리치려 하자 한 여인이 뛰어나와 아기를 감싸않은 채 제발 아기만은 죽이지 말고 나에게 달라고 간청하였고, 다른 한 여인은 산 아이를 어느 한쪽에 주지 말고 공평하게 반으로 나누어달라 하였다.
이에 솔로몬은 아이의 생명을 지키려는 여인이 참 어머니라고 판결하여 아기를 진짜 생모에게 돌려주었고, 이 판결로 인해 온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지혜가 그 속에 있음을 알고 존경하고 두려워했다 한다.」
이런 솔로몬이기에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기지와 재치를 발휘하여 부왕인 아버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였는데,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전해온다.
달걀과 병아리
어느 날, 다윗 집안의 아이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메뉴에 삶은 달걀이 나왔는데 여러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배가 고픈 것을 못 참고 얼른 자기 몫으로 나온 달걀을 먹어 치우고 말았다. 이윽고 다른 아이들이 달걀을 먹기 시작하자 자기 접시만 텅 비어 있는 것을 쑥스러웠던 아이는 옆에 앉은 아이에게 달걀 한 개만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아이는 빌려주긴 하겠는데 그 대신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빌려준 달걀을 내가 돌려 달라고 할 때, 그 달걀뿐만 아니라 그동안 그 달걀이 내게 주었을 이익까지 전부 계산하여 돌려준다고 약속한다면 내가 달걀을 빌려주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하고 내 의견을 따를 수 있겠니?"
"틀림없이 그렇게 하지."
순간을 모면하려고 약속은 그렇게 했지만 달걀을 빌렸던 아이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빌려주었던 달걀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 빌린 달걀이 하나였지? 여기 있어."
그러나 달걀을 빌려준 아이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왜 하나야? 그보다 훨씬 많잖아"
의견이 서로 달라진 두 아이는 다윗에게 시비를 가려 달라고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다윗 앞에 나아간 두 아이는 달걀을 빌렸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자신들의 의견까지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까 저는 달걀 한 개가 아니라 그동안 그것이 만들어 냈을 이익까지 전부 받아야겠습니다."
두 아이의 말을 듣고 다윗 왕은 달걀을 빌린 아이에게 빌렸던 것을 전부 갚으라고 말했다.
달걀을 빌려간 아이가 말했다.
"만약 그동안의 것까지 쳐서 모두 갚는다 해도, 저는 그것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며 대체 얼마를 갚아야 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달걀을 빌려준 아이는 다음과 같이 계산을 한 결과를 말했다.
"첫해에는 달걀에서 병아리 한 마리가 부화되어 나옵니다.
그 병아리가 두 번째 해에는 열여덟 마리의 새끼를 치게 되죠.
세 번째 해에는 열여덟 마리의 병아리가 커서 각각 열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을 것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매년 계산하다 보면...."
그러고 보니 그것은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달걀을 빌린 소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하며 법정을 나왔다.
마침 솔로몬이 법정밖에 있는 것을 본 소년은 솔로몬에게 자기의 딱한 사정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래, 왕께서는 어떻게 심판하셨느냐?"
"저에게 달걀 한 개에서 생길 수 있는 이익을 전부 갚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엄청난 숫자의 닭을 제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소년의 말을 듣고 난 솔로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잠시 후, 그 소년에게 좋은 지혜를 일러주었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잘 될 거야.
길가에 있는 밭에 가서 콩을 심고 있다가 대왕의 군대가 지나가며 뭐 하냐고 물으면 삶은 콩을 심고 있다고 대답해. 그러면 병사들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냐며 되물을 것이야. 그때 너는 '그럼, 삶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온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있습니까?'라고 대답하란 말이야."
소년은 즉시 밭에 나가 솔로몬이 말해준 대로 밭이랑에 콩을 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을 지나던 병사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뭘 심고 있는 거냐?"
"삶은 콩을 밭에 심고 있습니다."
"삶은 콩을? 삶은 콩을 밭에 심는다고 싹이 돋아 나온 다더냐? 별소릴 다 듣겠네."
소년은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답하였다.
"그러면 삶은 달걀이 부화되어 병아리가 되었다는 말은 들오본 적 있습니까?"
병사들이 지나칠 때마다 똑같은 내용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는 사이, 이 이야기는 다윗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왕은 이는 틀림없이 솔로몬이 지혜를 빌려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아이를 불러 물어보니 그렇다고 답하였다.
이에 왕은 솔로몬을 불러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솔로몬은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았다.
"제 생각으로는 이 아이는 달걀 한 개만 되돌려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물에 삶은 달걀은 결코 병아리가 될 수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소년은 솔로몬 덕분에 달걀 한 개만 돌려주는 것으로 이 재판을 매듭짓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것은 상대가 내세운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달걀을 빌려준 아이는 '달걀'의 속성을 설명하며 모두의 판단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솔로몬은 달걀 앞에 붙어있는 '삶은'이라는 조건부 명제를 꿰뚫어 보고 이 부분을 공략한 것이다.
'달걀이라고 다 같은 달걀이 아니라는 사실'
살아가면서 이런 단순한 진리를 망각하여 억울하게 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