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노인네가 있다.
한 사람은 누구를 만나든 먼저 지갑을 꺼낸다. 또 한 사람은 친한 친구가 아니면 밥 한 끼 사는 일이 없고, 남의 신세를 지고도 말로만 때운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대접받으며 살아갈까?
돈이란 엄청난 위력을 가진 마법 같은 존재다.
이것이 있으면 세상에 못 가질 게 거의 없고, 이것이 없으면 인간의 존엄성마저 지키기 어렵다. 하지만, 돈의 가치는 내 호주머니 안에 있을 때가 아니라 그곳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비로소 빛나는 법이다.
물은 흘러야 제 역할을 하고 내려갈수록 큰 물을 이룬다.
돈 역시 흘려야 사회가 돌아가고 생명을 먹여 살리고 세상이 윤택해진다.
한 곳에 고여있는 물, 한 사람의 호주머니 안에 들어가 나올 줄 모르는 돈은 썩기 마련이다.
고려의 대학자 최승로(崔承老)는 《시무 28조》에서 이렇게 말했다. 「財聚則瓦礫 散則珠玉 - 재물은 모으면 기와 조각이요 흩으면 영롱한 보배가 된다」
돈의 위력은 호주머니 속에 있을 때가 아니라, 그것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 손에 쥐어질 때 그가 보이는 감사의 표정 속에, 그가 흘리는 감격의 눈물 속에서 영롱히 빛난다.
돈을 모으는 이유는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서다.
쓰임새 없는 돈은 그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가난뱅이는 돈 없는 사람이 아니다. 넘치는 재산을 두고도 누릴 줄도 베풀 줄도 모른 채 죽을 때까지 지키기만 하는, 그런 노린내 나는 영감이다.
노인이 소외되고 외로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더 이상 대접할 줄 모르고 대접받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받을 자격' 운운한다. 젊을 때 고생했으니 이제는 편히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들이 효도해야 하고, 사회가 예우해야 하고, 젊은이들이 떠받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내 과거의 공로쯤은 잊은 지 오래고 빚쟁이 같은 노인 곁에는 아무도 오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 날에는 얻는 데 집중했다면, 나이 든 지금은 갚는 데 치중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한평생 빚진 자로 살아간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과 헌신과 인내와 사랑을 받아왔다.
이들은 언젠가는 돌려줘야 할 빚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때를 놓치면 후회만 남는다.
언제 눈을 감아도 원통해할 것 없는 노년.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누리고 베풀며 살다 가야 하지 않겠는가.
‘Pay Up’이란 꼭 지갑을 열라는 말이 아니다.
돈이든 시간이든, 위로의 말 한마디든, 내가 가진 것 중 무언가를 먼저 내놓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환한 미소. 진심 어린 존경. 함께하고 싶은 마음.
이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무엇으로든 먼저 지불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그러니 오늘부터 바로 시작해 보자. 형편에 넘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밥 한 끼, 커피 한 잔, 미소 한 모금, 관심 한 조각을 먼저 내미는 연습. 이것이야말로 나이 들어 환영받는 삶을 위한 가장 확실한 준비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