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방황하는 프로이직러 (4)
지금은 당시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도 하고
직접 거주를 해 본 것이 아니라서
설익은 감정과 기억일 수 있지만
나의 대학 시절
단 한 달 간의 캐나다 어학연수 경험은
누가 뭐래도 나에게
아주 강렬한 여름 밤의 단꿈처럼 남아 있다.
아직도 힘들 때에는
캐나다에서 즐겨 듣던
숀 멘데스의 청량감 넘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때의 추억과 감성에 위로받곤 한다.
마치 천국에 다녀온 듯 하다.
고난이 있을 때 꺼내볼 수 있는
나만의 추억 상자 속 가장 소중한, 보물같은 시간이다.
모두가 그렇긴 하겠지만
나는 특히나 그날 그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나에게 캐나다에서의 기억이 꿈같이 느껴지는 것은
8월 캐나다의 화창한 햇빛과
끈적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나무 그늘막의 선선한 바람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밴쿠버의 빅토리아 섬에 있는
대학교 어학당으로 대학교 2학년 때 교비어학연수를 다녀왔다.
빅토리아 섬은
일반적인 도시와는 달리
초록색이 낭낭한 잔디밭과 비릿한 항구 내음,
꽃과 동물 같은 자연 환경과
푸른 해변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캠퍼스 안에는
토끼나 청설모, 사슴들이 돌아다녔다.
보수적인 한국과는 달리(?)
대학교 캠퍼스 한 가운데에
라이브 공연이 가능한 펍이 있었고,
우리는 4시 정도에 수업이 마치면
항상 그곳에 가서 맥주와 윙봉을 먹곤 했다.
학교에서는 오전에는 어학 수업,
오후에는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제공했다.
우리반에는 대만,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영어 회화를 배우기 위해 모여 있었고
각종 안내와 활동 운영을 위해
실제 해당 대학 재학생인 캐나다 학생 멘토들이 항상 우리와 함께했다.
나중에는 이들과 헤어지기 아쉬워
하루 종일 펑펑 울어 눈이 빨개진 단체사진을 남기고,
이후에도 계속 훌쩍이다
눈이 팅팅 부을 정도의 사이가 되었더랬지.
이 때에 나는
내 생애 가장 많은 액티비티를 했던 것 같다.
하키도 해 보고,
골프도 쳐 보고,
접시에 그림도 그려 보고,
과녁 맞추기 게임과 에어볼 게임 등등
하루 하루가 다채롭고 익사이팅하고 흥미진진했다.
중간중간 친구들과 샌드위치 가지고 잔디밭에 가서 피크닉하거나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 강의실까지 업고 가는 내기를 하거나
2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해변에 가서
까만 하늘 수없이 반짝이며 펼쳐진 별들을 구경하거나
모든 현실의 고민과 걱정을 잊고
자유와 여유를 만끽했던 것 같다.
저 시기의 고민은
저 애랑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걸까?
내일은 뭘 하고 어디에 갈까? 따위의 것들...
그야말로 앞에서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즐거웠던 순수의 시기이다.
그러던 현재의 어느날에
팀홀튼이 한국에 생긴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간
신논현역 앞 팀홀튼에서는
그 당시 매일같이 마시던 아이스캡을 마셔도
그 맛이 나지 않아서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