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기다림 끝에 사용승인

양평살이 시작

by 세온

아파트에 살면 생활이 편하다. 그 많은 편리함을 과감히 포기하는 일이 나중에 후회될지는 모르지만, 땅을 쉽게 밟고, 꽃과 눈을 맞추고, 마당에서 차를 마시고, 넓은 하늘을 마음껏 올려다볼 수 있는 행복과 맞바꾸려 한다.

새로 짓는 집은 어릴 때 말고는 살아본 적이 없는 주거 구조다. 관리비만 내면 모든 주생활 관련 사항뿐이 아니라 제설조차도 편하게 해결되고, 거의 모든 물품이나 식품을 앉아서 받을 수 있는 배달 천국의 아파트 그 편리함을 포기하는 생활이다. 그럼에도 문만 열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당과 꽃밭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찌른다.

2022년은 내게 엄청나게 긴 한 해였다. 계약하고 중도금까지 치렀지만, 계약 파기 순간까지 갔던 양평 토지. 건축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건축 허가 신청을 하고, 허가가 날 때까지의 기다림, 또 기다림.

허가가 나자마자 마술처럼 뚝딱뚝딱 집이 올라가고 완성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건축 허가까지도 오래 걸렸는데.

집 짓고 나면 사용승인 신청(준공)을 바로 할 수 있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건축이 완료되고 건축물 사용 승인을 받으려면, 토목설계사와 건축설계사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토목설계사는 우리 땅을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로 만드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토목설계사는 산지를 토지로 만드는 제반공사 - 성토, 옹벽 쌓기, 안전펜스 등을 설계하고 관리를 한다. 우리 땅은 임야로 되어 있었다. 우리 집의 상황은 임야로 된 토지에 집을 짓는 경우에 해당한다.

건축설계사는 집을 지을 수 있을 기초(설계도)를 마련해 주고, 제대로 짓는지 검토한 다음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는 서류를 만들어 토목 관계 서류를 첨부하여 사용 승인 신청을 한다. 사실상 두 사람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추운 겨울 동안에 건축을 완료하리라 생각을 못한 것인지 토목설계사는 우리가 전화로 확인할 때까지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건축설계사가 그 사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을 했으니 아직 멀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서로 간의 소통이 거의 없었는지,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이미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던 건축설계사는 토목설계사가 아직 서류 준비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꾸 전화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결국은 우리에게 확인 전화를 해 달라고 했다. 건축주의 전화를 받고서 그제야 토목설계사가 움직였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일이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사용승인 신청을 하려면 토목 준공이 우선 되어야 한다.

토목 준공을 위해서는 산지복구 설계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한다.

산지복구 설계 승인이 나면 그제야 토목 준공 검사 자격이 생긴다.

토목 준공 검사 후에 복구설계 준공 필증을 받고,

이행 보증보험 증권 등의 서류를 갖추어 사용승인 신청을 한다.

알아보니 어느 집은 사용승인이 일주일 만에 나왔다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집 짓고 바로 신청하면 늦어도 2주일 안에 사용승인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첫 단계인 산지복구 설계 승인신청그제서야 했다고 하니 우리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변수가 생겼다. 토지가 높은 곳이라 아랫집과의 경계에 보강토 블럭을 2단으로 쌓았는데, 군청 에서는 여름 장마철 폭우시 안전이 우려되니 구조 안전진단을 한 다음 서류를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구조안전 진단을 받고 보고서를 첨부한 서류 제출까지 또 시간이 흘렀다. 기다렸다.

신청하고 20일 넘게 기다린 끝에 산지복구 설계 승인이 났다. 그제야 토목 준공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이다.

다음 단계인 토목 준공 검사가 한 20일 이상 또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20일이라는 뜻이 달력의 날짜 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무원이 근무하는 평일 20일이라고 한다. 그 사이 공휴일이 끼면 기다리는 날짜가 더 늘어났다. 기다렸다. 그럭저럭 아마 한 달 이상 걸린 것 같다.

드디어 복구설계 준공 검사필증을 받고, 이행 보증보험 증권을 발급받아 사용 승인 신청을 했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사용 승인이 떨어져야 조경 공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3월에 꽃밭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욕심을 낼 수가 없었다.

다만 겨울이라 난방을 계속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새집 지어놓고 집을 비우지 않는 것이 좋다는 C 소장의 조언에 따라 거의 2도 2촌을 하면서 서울과 양평을 오갔다. 아파트에서 키우던 화초와 모종들을 대거 미리 이사시켰다. 짐도 승용차로 나를 수 있는 것은 조금씩 옮겼다.

그 와중에 북의왕 고속도로 화재 사고 때문에 최단 거리 도로가 통제되는 바람에 올림픽대로 - 하남 - 팔당대교 - 양수리를 지나는 먼 길을 돌아서 다녀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도로에다 쏟아야 했다.

2023년 3월 30일 드디어 사용승인이 났다!

긴 기다림 끝에 사용승인이 나자 본격 조경공사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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