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부푼, 그러면서도 걱정이 태산이었던 1년여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사용승인 신청을 해놓고 나니 모든 어려움이 다 끝나 보였다. 기다리기만 하면 절차를 끝내고 사용 승인이 떨어질 것이라 하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집을 못 짓는 땅을 잘못 산 것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부터, 집을 짓고난 후에도 사용 승인이 안 나면 어쩌지 까지 별별 걱정을 다 했지만, 집을 잘못 지어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해 본 적이 없으니, 그만큼 C 소장에 대한 신뢰가 컸다.
사람 잘못 만나면 집 짓다가 10년은 늙는다는데, 우리는 그런 걱정은 없이 집을 지었으니 참 운이 좋다고 인정한다.
꽃밭을 만들기 위해 주택 이사를 결심한 것이니, 당연히 다음 차례는 조경 공사였다.
두 군데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보았다.
첫 번째 업체는 젊은 사람이 와서 견적을 내었는데, 꽃밭 조성 이전에 땅의 기반을 갖추는데만 2,000만 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했다. 당연히 선택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돈이 많은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업체를 만났을 때 우리는 신이 났다. 조경 공사를 오래 해왔다는 사장은 70이 다 된 시골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 폼 나게 측량도구로 재는 일도 없고, 멋진 견적서도 내놓지 않는 순 아날로그였지만, 내집 일처럼 신경 써 주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오랜 경험의 능숙함과 실속 있는 견적 비용에 우리는 인복이 많아서 조경 업체도 좋은 곳을 만났다 싶었다.
아들과, 부인과, 전속으로 함께 일하는 두 사람의 직원으로 구성된 가족적이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한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집합이었다.
사실 앞집을 공사해 준 업체였고, 앞집 부부가 만족하여 소개를 해 준 것이니 우리가 믿고 맡겼던 것이다.
구두계약은 2월에 이미 하였고, 사용 승인 신청을 하자마자 4월 초에 사용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조경 공사하기로 정식 계약을 했다. 주차장, 잔디, 꽃밭, 텃밭, 뒤쪽 통로 등을 구체적으로 의논했다. 앞집과 동쪽 도로와의 시선 차단을 위해서 울타리 나무 등 나무도 몇 그루 심기로 했다. 나머지 꽃밭을 채우는 일은 내 책임이다. 양평집에 심으려고 아파트에서 이미 직파할 씨앗 외에 나눔 받은 씨앗을 부지런히 파종해서 이미 베란다, 거실 가득 모종 화분으로 꽉 차 있었다.
3월 30일 저녁 무렵 사용 승인이 났다. 조경 공사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사용 승인 전에 공사를 해도 된다고 했지만 걱정 없이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기분이 좋았다. 주차장 부분에 약간의 변경이 필요한데, 그게 걸려서 빨리 시작을 못했다. 별건 아니지만 사용 승인 나는데 문제 삼을까 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조경 공사를 시작했다. 운반해 온 나무를 내리고, 주차장 만들 준비를 하고, 동, 서, 남 삼 방향 울타리 나무랑 꽃나무 심었다. 울타리는 조경 업체 사장이 권한 대로 쥐똥나무를 심었다.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안 심으려고 했는데, 노지월동 잘 된다고 적극 추천했다.
좋아하는 앵두나무와 살구나무도 심고. 앞집과의 경계는 에메랄드그린, 철쭉, 화살나무 등으로 둘러 심었다. 남천도 심었는데, 양평은 노지월동 안 된다고 하는데 실험 삼아 심어봤다. 만약 노지월동에 실패하면 다른 나무로 바꿀 생각이다.
나도 일을 도왔다. 나무 심는 건 못 하고, 5개씩 묶인 나무 다발 풀고, 심기 좋은 위치에 옮겨주고, 흙 파다가 나온 돌 주워 모으고, 아파트에서 흙일을 잘했는데 마당일에도 소질이 있는 모양이다. 한참 일하다 보니 모자도 소용없이 얼굴이랑 목이 벌겋게 되었다.
다음날은 주차장 만들었다. 약간 언덕이 져서 수평 맞추느라고 힘들었다. 주차장은 남편이 감독이 되어 열심히 도왔다.
마당이 산흙이라 집짓기 전에 마사토를 몇 차 사다 넣었다고 한다. 꽃밭으로 변신시키려면 퇴비 사다 넣어야 하는데, 농협 퇴비는 숙성해야지 바로 주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어서 걱정이 되었다. 결국 꽃밭에는 못 하고 텃밭에만 퇴비를 몇 포대 넣어 주었다.
꽃밭 디자인은 내가 했다. 잔디는 최소한으로 깔고, 꽃밭을 최대한으로 배치했다. 잔디 까는 일도 같이 하니 재미있었다.
폭이 넓은 꽃밭 관리를 위해서 오솔길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잔디밭 경계에 사용한 알루미늄 엣지로 길을 만들고, 바닥에 제초매트용으로 부직포를 깔고, 그 위에 강자갈을 덮었다. 알루미늄 엣지가 가격이 비싸 부담이 갔다.
조경 공사는 비가 와서 못 하게 된 날을 빼고 나흘 동안 하였다.
조경 업체가 할 일을 모두 마치고 가자, 아파트에서 키우던 모종을 옮겨 심고, 근처 화원에서 초화를 더 사다 심었다.
장미를 많이 키우고 싶어서 큰 아치와 오벨리스크 몇 개를 설치하엤다.
세종까지 가서 꽃나무와 클레마티스 등을 더 사 오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꽃밭. 만들기에 온 힘을 쏟으면서, 내 눈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감격을 맛보았다.
마당놀이에 이렇게 신날 줄은 몰랐다. 아침밥 먹고 나오면, 점심때까지, 점심 먹고 나오면 저녁때까지 지칠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주말주택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5도 2촌 하는 사람들은 시골집에 가면 일주일 동안 자란 풀과 씨름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하지만 상주하는 우리는 아침마다 눈에 띄는 대로 풀을 뽑으니, 그렇게 많이 힘들지 않고도 풀관리가 되었다.
지금도 마당에 나가면 몇 시간이고 일을 해도 힘든 줄을 모른다. 하지만 저녁에는 안 하던 일을 해서 그런지 금세 피곤해진다. 자주 불면에 시달려 일찍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일이 없어졌다. 자려고 누우면 금세 잠이 든다.
늘 공부나 했고, 운동 능력도 뛰어난 편이 아니고. 직업도 몸보다는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었으니, 내가 이렇게 마당일에 소질이 있는 줄 몰랐다. 삽질 한 번도 안 해본 내가 이제 삽질도 제법 한다. 주택 와서 아무래도 마당놀이에 빠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