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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Jul 20. 2024

제천 의림지 한방치유숲길

제천 의림지 숲길 걷기

 제천은 태백산, 함백산이나 민둥산을 갈 때 자주 지나가던 지역이다. 세 군데의 산을 매년 한 번 이상 다녀왔으니 제천이 낯설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실제 여행을 위하여 방문한 적은 없었다.

 시동생이 숙소인 리조트에 우리를 초대하는 바람에 제천에 있는 걷기길을 검색해보고 알게된 곳이다.

 제천 의림지는 학교 다니던 시절 역사책에서 익히 배워 알고 있는 유명한 삼한시대 수리시설이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본,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뜻깊은 여행이 되었다.

 제천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약령시가 개설될 정도로 한약재로 유명하였으며, 약초의 유통이 활발하였다고 한다. 제천시는 태백산맥의 동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인데다가 약재를 많이 생산하는 강원도, 경상북도, 충청북도와 소통이 원활한 곳이라는 장점 때문에 중부 지방 최대의 한약재 집산지가 되었다고 한다.

 제천에는 한방 엑스포 공원이 있으며, 제천 한방 건강 축제도 9-10월에 해마다 개최된다고 한다.

 주차는 제천 용두산 산림욕장 주차장에 하고 비룡담 물안개길로 걷기 시작했다. 솔밭공원까지 갔다가 돌아온 다음 의림지로 가기로 했다.

 약간 더운 날씨. 숲길로 가면 체감 온도가 떨어진다. 숲길을 걷기 좋아하는 이유다

비룡담은 작은 저수지다. 의림지까지 걸어서 갈 수 있으나 다음 스케줄을 위하여 의림지는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마법의 성 같은 멋진 유리성 구조물이 있었다. 조명 장치가 잘 설치되어 있었는데 밤에 보면 아주 멋질 것 같다.

 솔밭공원에 도착했다. 이름처럼 한아름 소나무들이 가득한 멋진 공원이었다.

 의림지가 오래된 만큼 솔밭 공원의 소나무들도 수령이 오래된 것이 많아 보였다.

 소나무 가지가 바닥을 긴다.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가지를 구부려 특이한 모양의 수형을 만들었다. 소나무의 매력이기도 하다.

 소나무 아래의 길이 참 깨끗하다 싶었더니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 맨발 걷기 열풍이 대단한데, 이곳 솔밭공원길이 맨발 걷기에 참 좋다는생각이 들었다. 땅도 부드러운 흙이고 소나무 숲 그늘이라 더운 여름에도 무리없이 걸을 수 있겠다 싶다. 침엽수림의 피톤치드는 보너스다.

 따라 해 보고싶은 새집 조형물. 수십개는 아니더라도 열개 쯤 만들어 걸면 어떨까. 사람이 만들어 준 새집에 새가 찾아들까 궁금하다. 휴양림이나 걷기길에서 새집을 설치해 놓은 것을 자주 보는데, 새가 살고 있는 집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아름다운 공원은 저절로 되는 법이 없다. 맥문동 모종을 심는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맥문동 보랏빛 물결이 곧 솔밭공원에 펼쳐질 모양이다.

 되돌아올 때는 도로 쪽으로 걸었다. 약간 오르막이고 그늘이 없어서 걷기 좋은 길은 아니지만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다.

 이길로 가면 비룡담을 한바퀴 도는 셈이다.

건너편에 있는 마법의 성 조형물이 멀리서 보니 정말 성처럼 보였다.

 제목을 붙여보고 싶은 사진을 한 장 건졌다.

<제목: 노후>

 참으아리 꽃을 만났다. 큰으아리 꽃보다는 작지만 쉬임없이 꽃이 핀다고 지인이 늘 자랑하는 꽃이다.

작은 개울 가는 동물들이 다니는 길일까.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자연 속의 동물들이 물도 마시고 숲을 통과하는 길 같아서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저 어딘가에 고라니나 토끼가 지나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길은 이렇게 반듯하다. 나무 그늘도 있다. 편함을 극대화한 좋은 길을 감사한 마음으로 걷는다.

 용두산 산림욕장에 원추리가 가득 피었다.

 참나리인가보다.

 노루오줌이 예쁘게 피었다. 숲속에서 하나 둘씩 만나는 노루오줌도 예쁜데,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 더욱 예쁘다. 공원에 이런 노루오줌 군락지를 조성한 것을 가끔 만난다.

 역시 소나무 숲길이다. 쉼터가 잘 되어있어서 잠시 그늘에 앉아서 쉬었다. 준비해 온 간식과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더위와 허기가 싹 달아난다.

 드디어 의림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의림지로 들어섰다. 저수지 안의 섬은 조선시대에 조성한 인공섬이라고 한다.

 의림지는 국사 시간에 우리나라 고대 농경문화의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라고 배웠다. 거슬러 올라가 삼한 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라니, 당시 요즘같은 토목 건설 장비가 있을리 만무한데 이렇게 큰 수리시설을 만들었으니 정말 대단하다. 이곳 말고도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를 함께 외었던 기억이 난다. 두 저수지와는 달리 현재도 여전히 관개농업에 이용되고 있다니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충청도 지방을 호서지방이라고도 부르는데, 호수의 서쪽이라는 의미로 그 호수는 바로 이 의림지를 뜻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제천 의림지와 제림은 현재 대한민국 명승 제 20호로 지정되어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

 제천의 유원지인 셈인지 놀이시설이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음악만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는데, 나올때 보니까 놀이기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듯 했다.

 박달신선과 금봉선녀, 그리고 제천의 캐릭터 요정 방울이.

 인공분수는 시간이 안 맞아 작동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용추폭포가 의림지의 중요한 볼거리였다. 다리에 투명전망대를 설치하여 다리에서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용추폭포의 모습이다.

 이곳에 잠시 멈추어 섰다. 바람의 길목인지 저수지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왔다. 진주의 촉석루처럼 제천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을 만한 여름 피서지가 이곳이 아닐까 싶었다.

 호수에 드리워진 소나무의 멋진 모습에 반하고,

 너른 호수와 파란 하늘에 또 한번 반했다.

 의림지는 그저 관개시설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온 아름다운 경관지로도 가치가 높다. 오래된 소나무와 버드나무숲, 여러가지 정자와 누각, 연자암, 용바위, 홍류정지 등의 전통 시설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영호정

 우륵정과 우륵대는 우륵과 관계있는 유적이다.

 의림지를 한 바퀴 돌았다. 단순한 걷기길이 아니라 역사적 의의가 있는 길이라 더 소중했고, 아름다운 경치 감상은 물론 시원한 호수의 바람 덕분에 쾌적하게 걸을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운동할 때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다닌다. 11,323걸음. 비룡담과 의림지를 걸었더니 만보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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