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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Oct 13. 2024

05 : 00 PM

마주침

센터의 거대한 문이 열리자 안팎 세상의 팽팽했던 공기에 균열이 생긴다. 한기 서린 공기와 멀찍이 있던 소음이 밀려온다. k는 ‘카프카‘의 '성’을 생각해 본다. '여기는 겨울이 길어요. 아주 길고 단조롭죠.(.....) 내 기억 속에서는 봄과 여름이 어찌나 짧은지 이틀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틀조차 아무리 화창한 날이더라도 간간이 눈이 내리곤 해요.'


그를 향해 다양한 종류의 몸들, 윤곽만 남은 몸들이 신발에서 사포질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스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옆으로 머리가 희끗하고 휑한 표정의 남자가 지나간다. 그를 쳐다본다. 지나가던 그도 그를 따라 쳐다본다. 둘은 점점 멀어지고, 시간은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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