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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Oct 13. 2024

머리말을 대신하여

마주침


마주침


(1) 정의

적어도 두 개의 이질적인 계열을 관계시키는 것을 일컫는 말. 체계 내에서의 내적인 맞울림이 일어난다. '들뢰즈'의 개념이다.


(2) 대상

유형, 무형의 모든 사물이 대상이다. 감각에 있어서 감각되지 않고, 사유에 있어서 사유되지 않았던 이웃항들이  추가, 대체, 제거등을 통해 '배치'가 바뀌면서 감각적 조우가 일어난다. 주체와 대상의 본성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배치 안에서 결정된다. 이는 접속하는 이웃항에 의해 사물의 의미와 본성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3) 표출

세상은 '사건'으로 존재한다. 사물들이 만나서 '의미'가 발생할 때 '사건'이다. 생성의 차원에서 의미는 사물에 속한 것이 아니라 만나는 사물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이웃하는 항 하나만 달라져도 다른 의미가 된다.


(4) 관계

① 리좀

'리좀'이란 줄기가 뿌리와 비슷하게 땅속으로 뻗어나가는 땅속줄기식물을 말한다. 잔뿌리와 잔뿌리가 연결돼 다른 잔뿌리를 생성한다. 리좀은 시작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다. 따라서 중심이 없고 '사이'만이 있을 뿐이다. 달리 말하면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조직으로 갖는다.


② 배치

하나의 사물이 다른 것과 관계를 이루며 연결되는 것을 '계열화'라고 하고, 계열화를 통해 어떤 관계를 나타낼 때 '배치'라고 한다. 배치가 바뀌면 따라 의미는 달라지고, 생성의 힘이 생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신체도 이웃항의 연결에 따라 인간, 여성, 어머니, 동성애자 등이 된다.


③ 차이와 반복

모네는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는 루앙성당을 매번 다르게 포착하고 그렸다. 본질은 '차이'고, '반복'은 차이의 반복이다. 사랑도 차이의 반복이다. 이성복 시인은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④ 욕망

욕망이란 모든 생산적인 활동을 이끄는 동력일 뿐 아니라 생산적인 능력 자체이다. 들뢰즈는 '욕망하는 생산'이라는 말로 이를 표현했다. 욕망과 생산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와 상응하는 것이 욕망이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x + dx이다. 여기에서 x는 힘이고, 미분적 성분인 dx는 욕망 내지, 힘에의 의지이다. 힘이 있고 의지가 더해지는 형태가 아니라 의지에 따라 다른 힘이 되는 x가 있는 것이다.


(5) 파생

① 불협화음(마찰)

② 심리적 불평등(분절)

③ 새로운 권력관계 형성(재배치)

④ 난폭성(포획)     

⑤ 되돌아봄(관조)


(6) 소수의견    

① 이성과의 만남은 욕망하는 흐름이 다른 욕망하는 흐름과 만나 욕망을 해소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생명체가 생길 수도 있다. 구원(救援) 이 되기도 하지만 구원(舊怨)이 될 수 있다.


② 마주침은 탈바꿈을 만든다. 탈바꿈에는 주인공의 몰락과 사회와의 불화를 상징하는 ‘카프카’의 '변신' 같은 우화적 탈바꿈도 있다. 경제력을 상실하고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배제함으로써 가족이란 공동체는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③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한 조각이 입천장에 닿자, 유년시절 콩푸레라는 마을에서 겪었던 모든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같은 영원한 현재가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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