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를 심은지 2년째가 되는 해다. 샤인머스킷을 중심으로 모두 3종의 포도나무를 심었다. 이 외에도 주변 형님들이 주선해 준 남은 땅에 마늘, 양파, 쌀농사를 짓는데 자신의 땅에 주종으로 짓는 작물은 포도로 정했다. 샤인머스킷, 거봉을 심는다기에 동네 친한 형님이 가장 잘 짓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여 실패를 줄이려는 정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열심히 공부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며 농사 짓는다.
특별한 방법 중 하나는 논농사 오리농법을 쓰는 것처럼 닭농법을 쓰기로 기획했다는 것이다. 엉뚱한 기획을 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병아리를 데리고 와서 닭으로 만들어 키우더니, 닭장을 짓고 포도밭 안으로 옮겨두었다. 그리고 닭장 문을 열어 닭들이 언제라도 포도밭을 뛰어 다니며 놀고 먹도록 해두었다. 달들이 잡초를 먹어 주기 때문에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닭이 몰려 다니며 밭을 누비고, 때가 되면 집으로 들어가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이 밭의 재미 포인트 이기도 하고, 닭들이 서로 몰려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치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이 귀엽고 흐믓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홀로 농사 짓는 남편의 짐을 덜어 주는 것이기도 하겠고, 마음의 위안도 되어 주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매일 알을 하나씩 낳아주니 영양가 일품의 식량도 제공해 준다.
뛰어 놓은 닭들을 구경만 하고 있기가 뭐해서 뭐라도 도와줄까 하니, 팥에 일렬로 늘어놓은 푸대를 모아 한쪽으로 치워달라고 했다. 남편은 겨우내 얼지 말라고 땅에 뭍어 둔 포도나무들을 꺼내고 있었는데, 보온을 위해 덮어둔 푸대를 꺼내어 늘어 놓아 두었던 것이다. 나는 속으로 나무를 꺼내며 바로바로 모았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남편이 그런 정리까지 생각하며 일하면 짜증이 나겠구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밭에 뭐라도 도울 일이 있으니 좋은 것이기도 하고. 3시간 여 동안 열심히 모아 날랐다.
포도가 건강하고 귀하게 잘하서, 탱글한 열매를 맺는 그 날이 오길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