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 대하여
고교학점제 첫 세대인 2025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들이 이제 서서히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입학 첫 주에는 1교시 수업시간이 45분에서 50분으로 늘어난 것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5분의 차이가 이렇게 길다니. 1교시부터 7교시까지 각각 5분씩 늘어나고 보니 중학교 때보다 하교시각도 늦어진다. 게다가 중학교는 대체로 집 근처로 배정받는 경우가 많지만, 고등학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정받을 수도 있다. 아침 일찍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다 보면 수업 중에도 피곤이 몰려온다.
그런데 3주쯤 지나 보니 '50분 수업시간에 10분 쉬는 시간'이 편한 점도 있음을 깨닫는다. 8시 40분에 1교시를 시작하면, 2교시도 40분에, 3교시도 40분에, 4교시도 40분에 시작한다. 매 교시마다 시작하는 '분'이 똑같으니 수업 시작과 끝 시각에 헷갈릴 일이 없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보다 급식이 맛있고, 친구와 매점 가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도 깨닫는다.
또 처음에는 학교 건물 곳곳이 낯설고, 특별실을 찾아다니는 것도 어색했다. 보건실은 어디에 있는지, 과학실험실은 몇 층인지, 수학 선생님은 어느 교무실에 계시는지... 여기저기 몇 번 헤매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3주쯤 지나니 학교 곳곳에 대해 훤히 꿰뚫게 되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매점 가는 길이 제일 즐겁다. 이젠 나도 제법 고등학생이 된 것 같다.
학사 일정을 보니 중간고사는 4월 말~5월 초! 시험공부는 2~3주 전에 할 생각으로 이제 여유를 좀 누려볼까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3월 마지막 주에 무슨 시험을 친다고 한다.
이름도 길다. 중간고사도 아니고, 기말고사도 아니고, 수행평가도 아니고, 무려 '2025학년도 3월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라니.
시험을 치면 평소보다 일찍 마치려나 살짝 기대도 했다. 그런데 충격적이다. 오히려 평소 정규수업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시험을 치다니. (그러니까 순공 6시간 훈련을 평소에 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떤 학생은 궁금함에 질문을 한다.
"이 시험 점수도 내신 등급에 들어가나요?"
선생님의 대답은, No!!
내신 성적에도 안 들어가는 시험을
무려 6시간 동안 친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게다가 시험 범위를 확인해 보니, 고1 3월 학력평가는 중학교 내용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고1 3월 학력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신다. 내신 성적에 반영도 되지 않는 학력평가가 도대체 왜 중요하다는 걸까?
시험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중요하다.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바로 수학능력시험의 형식에 맞춰 자신이 어느 정도의 원점수와 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수능모의고사이다. 중학교 내신 석차 백분율은 출신 중학교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중학교에서 모인 새로운 고등학교 동급생들 사이의 성적을 비교하는 데에는 내신 석차 백분율이 부정확한 지표일 수 있다. 따라서 대체로 수능과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춰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고1 3월 학력평가 성적은, 앞으로 3년간 학업 면에서 어떤 성취를 보여줄 수 있을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렇다면 이틀 앞으로 다가온 3월 학력평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EBSi에 들어가면 전년도 기출문제와 해설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가급적 시험시간에 맞춰서 국영수 정도라도 미리 풀어보고 자신의 현 상태를 점검해 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30문제를 100분 동안 풀어내는 연습을 하면서 시간 활용의 감을 익혀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학 영역 첫 장의 1~3번 문항은 2점짜리로 매우 쉬운 문제이므로 신속 정확하게 풀어낸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문제를 보는 순간 샤프가 알아서 풀고 있을 정도로~~!!) 4~13번 문항은 3점짜리로 수학적 개념을 활용하여 약간의 계산과 함께 곧잘 풀어낼 수 있다. 그리고 14~21번 문항은 4점짜리로 점점 난이도가 높아진다.
21번쯤 되면 문제를 읽고 그림을 이해하는 것조차 머리가 아플 수 있다. 그럴 때 당황하지 말고 얼른 단답형 문제인 22번으로 옮겨간다. 22~25번 문항은 단답형 3점짜리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4점짜리 단답형인 26~30번 문항을 차근차근 풀어본다. 아마 29~30번 문항은 문제와 그림, 그래프도 복잡해 보이고 풀이가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답이 확실한 것은 답안지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마킹을 시작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미처 풀지 못한 고난도 문제를 고민해 본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풀었고, 완벽하게 풀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작년도 고1 3월 학력평가의 경우 1등급 컷이 88점 정도였다. 그러니 혹시 100분이 끝나도록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그리고 이 개념을 활용해 볼까, 이 공식에 대입해 볼까, 이 조건을 이렇게 활용해 볼까, 이렇게 경우를 나누어볼까, 이렇게 보조선을 그어볼까.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동안 수학적 사고력이 키워지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지 나름의 방향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전국의 모든 고1 학생들의 첫 학력평가를 응원합니다!!
이미지 출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