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에게 드레스란 어떤 의미일까?
남자들에게 드레스란 어떤 의미일까?
화성에서 온 나로서는 금성에서 온 신디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알 것도 같았다.
적어도 나에게 드레스란 엄청 비싸구나..!!
여기는 압구정이니까..
신디 드레스 샵을 골랐던 이후, 선택한 드레스 샵에서 신디 드레스 가봉을 해야 했기에 아침부터 일찍 압구정으로 향했으니. 압구정역에서 신디를 만나 샵까지 걸어가는데, 신디가 조용히 스치듯이 말하였다.
“우린 언제쯤 차로 이동할 수 있을까~”
못 들은 척해야 해, 노아! 말리지 말자! 말리는 순간, 끝난다.
“다른 커플들은 차로 이동하고 그러는데.. 나는 연애 내내 뚜벅이네~~~ 결혼하고 나서도 걸어 다니는 거 아니나 몰라..”
더는 못 참은 나로서는 신디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신디~ 걷는 게 얼마나 몸에 좋은지 아니? 왜~ 송해 선생님께서 BMW~~ 타신다고 하셨잖아~ Bus, Metro, Walk~~~”
나의 말에 신디는 나를 노려보았고. 그 시선에 걷는 내내 눈치를 보면서 우여곡절 끝에 샵 도착. 샵에 도착한 우리는 직원 분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총 6벌의 드레스를 입을 예정이고, 그중 3벌의 드레스를 골라야 하는 미션이었다. 스튜디오 촬영용 드레스 대상이었고, 이미 당시에는 스튜디오만 정했고 촬영 컨셉 같은 것들은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떤 드레스를 선택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은 상태였으니 오로지 드레스 샵 직원들과 플래너님의 안목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불현듯 플래너님으로부터 들린 한마디.
“피팅비는 한 벌당 5만원이구요~ 샵에서 결재하시면 돼요~”
그 순간, 들리는가? 내 머릿속에서 계산기 돌아가는 소리~ 결재라는 말을 들은 때부터 수많은 드레스들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드레스 고르는 것부터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 나름의 피 말리는 사투 같이 느껴졌던 게. 그래서 신디가 드레스 한 벌 한 벌 입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조금은 했던 거 같았다.
‘저 드레스는 얼마일까..?’
드레스를 입을 때마다 순간적으로 활짝 피어난 신디의 미소에 괜히 뭉클하다가도 돈이라는 게 찰나의 감동을 와장창 깨부수고 있었으니. 세찬 바람에 갈대처럼 이리저리 내 멘탈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플래너님이 나에게 물었다.
“신랑님~ 스튜디오 촬영 때, 차량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냥, 택시 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오후에 촬영 시작한다고 해두요~ 아마 메이크업을 아침 6시부터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촬영 때 신부님 도와주실 이모님까지 탑승하셔야 하구요~~”
드레스에 이미 정신이 없었던 나는 이미 그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 따윈 없었다. 그냥 택시 잡고 그래야 하지 않..나? 란 생각 밖에 없었고. 그때, 플래너님이 말씀하셨다.
“찾아보니까요, 신랑님~ 웨딩카 컨시어지라는 게 있어요~ A업체인데요~ 저희 업체 제휴로 해서 제가 아는 분으로 예약 도와드릴까요? ”
들어봤을 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기에 바로 예약해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10편, “BANG BANG BANG”을 기대해 주세요~)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6벌의 각기 다른 드레스를 피팅받은 신디. 제각각 다른 색과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저마다의 매력 포인트는 있었다. 그래서 6벌 중 3벌만 고르기란 신디에겐 어려운 고민이었다.
그때, 신디가 조심스레 나에게 물었다.
“자기야.. 나 한 벌만 더 추가하면 안돼? 주변 사람들한테 방금 물어보니까 그 드레스, 나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구.. 나도 마음에 들어.. 안돼??”
피팅한 드레스들 중 2벌은 쉽게 골랐지만, 파란색 드레스와 노란색 드레스 중 한 벌만 골랐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드레스 각각 확연한 차이의 매력이 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반으로 갈리는 등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그래서 신디가 끝내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두 드레스 모두 포기를 못한 듯 보였다.
지금 드레스 한 벌 더 추가한다면, 몇 십만 원 더 추가해야 한다. 한 벌 더 추가하는 순간, 내 통장은 텅~장이 되겠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결혼반지와 신혼여행 비용들. 그 비용들을 내려면 내 퇴직금까지도 다 털어서 내야 할 걸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고작 드레스 한 벌 추가를 해야 할까? 내 계좌가 0원을 넘어서 마이너스가 될 거 같다고.. 일찍이 겪어 본 적 없었던 경제적 상황에 조금 막막함과 두려움이 들었다. 어머니께서 나에게 항상 지겹도록 말씀하시던 말씀이 뼈저리게 실감이 났던 순간이었달까?
“노아~ 돈 없으면 죽은 목숨이다. 알지? 항상 아껴 써야 해! 돈이 제일 무섭다!!”
아 어머니.. 이 불효자는 이제야 어머니의 말씀을 깨닫습니다.. 내가 신디를 사랑하듯이 돈도 나를 열렬히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매번 스치면 이별인 우리인지라.
그러나 여러 드레스들을 입으면서 행복한 상상에 잠기며 잠시나마 만끽하는 신디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나는 단 한 번도 결혼을 꿈꿨던 적 없었어..
이런 나라도 말이야.. 만약 결혼을 한다면 드레스 입고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 내 인생에서 한번쯤은 말이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에게 드레스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남자들에게 드레스란 어떤 의미일까?
사람마다 저마다의 의미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드레스는 오로지 돈이었다. 그러나 신디는 선망이다. 늘 주인공이 아니라, 엑스트라였던 그녀에게 드레스는 선망이자 로망. 내가 실리콘벨리와 할리우드를 선망하고 꿈꾸는 것처럼, 그녀에게 드레스와 웨딩이란 꿈이었다.
결혼식은 찰나의 꿈처럼 지나가 버릴 것이다. 어쩌면 드레스를 그녀가 입을 날이 언제 있을까.. 나만의 꽃이 영원히 시들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의 젊음은 짧기에. 그 찰나를 불멸로 남기려면 최대한 그녀의 현재를 열심히 기록하는 일에 열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녀가 촬영 때 조금 더 많이 예뻐 보이도록 하기 위해 드레스 한 벌 추가하는 거쯤이야~
분명 지금 우리 형편을 생각했을 때, 과분하게 넘치게 돈을 쓰는 것일 수 있다. 분에 넘치게 돈을 쓰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일생에 한번 정도는 어느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화려하고도 찬란하게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선보이는 추억이 있었으면 싶었다. 그런 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비록 내 상황이 비루해질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 추가하자~”
이에 웃으며 행복해하는 신디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그만큼 덜 쓰면 돼..’
그렇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신디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은 채 바라보았다. 곧 내 앞에 드레스를 입은 채 다가올 그녀의 미래를 그리고 기대한 채.. 그렇게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