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다 뭐다 하지만, 서울만이 진리야~ 결국 서울만 오를 거야~!"
신도시 매물을 보러 온 우리에게 한 부동산 아저씨께서 가라사대 말씀하셨으니. 그 말을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두, 어느 봄날의 꿈이었구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이전에 임장 했었던 위례가 너무 생각났던 나로선 이후 계속 그 지역 매물 시세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18억, 20억.. 다 몇십억이 기본인 아파트들 뿐이었다. 그래서 오피스텔로 눈을 돌린 나. 그러던 중 오피스텔 중 괜찮아 보인 매물 한 곳이 나와서 관심이 가게 됐으니.
15평짜리 1.5룸이었다. 시세는 3억 초중반. 그리고 8호선 역세권.
서울은 아니었지만, 나름 알짜배기인 8호선 역세권이고, 교통도 나쁘지 않은 편 같아서 괜찮을 거 같았다.
"신디, ~~~ 여기 임장 하는 거 어때?"
"좋아~~"
바로 임장 하기로 결정. 그 주 주말에 바로 일정을 잡았다. 임장 당일. 지하철로 바로 출발해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으니. 그때 내 눈에 보였던 남위례는 도시와 시골의 경계 같았다. 아직 개발이 안된 대지와 이제 막 신도시 느낌이 나는 부지 사이 어디쯤. 무언가의 끝자락인 인상이었다. 어쩌면 평온했으나 심심한 곳?
그 와중에 멀리서 보였던 게
남산타워였으니.
어? 남산타워가 보인다고? 롯데월드타워가 아니라? 신기한 광경이었다. 내가 지금 아지랑이 끝에서 피어오른 신기루를 보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남산타워였다. 이에 다소 많은 놀람을 느낀 채, 임장 할 곳에 도착.
역 부근은 아직 계속 공사 중인 구간이 많았기에 시골과 도시 사이 과도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도시 속으로 들어온 순간 그 느낌은 기우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약간 동탄과 판교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분위기와 모습 전부 똑같아서 좋았다. 그 특유의 신도시 이미지. 세련된 디자인의 건물들에 웅장한 아파트 단지들. 깔끔하고도 미학적으로 설계된 듯한 거리들. 그 하나하나가 마치 내가 특권층이 된듯한 착각을 자아냈다.
건물 안은 더더욱 깔끔했다. 지난번 임장했던 아파트 단지의 복사본 같았달까.
벽 소재와 문양, 벽지 재질, 인테리어 구조 등 모든 면에서 흡사하였기에 마치 지난번 임장했던 단지 임장을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다만 차이가 있었다면 시야가 트였다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이 집이 마음에 들었다. 나름 입지도 그렇고, 집 내부나 주변 등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디도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상상을 해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신디의 얼굴을 보고 결혼했음을 느끼고. 아침 같이 차려서 먹고. 그리고 같이 출근~ 근데, 아 맞다.. 나와 신디의 직장은 서울 서쪽과 북쪽이지. 2시간 정도 걸리겠네.. 교통이 미스인데?
그리고 너무 외진 곳이라 좀 심심할 거 같은데? 동네를 돌아다녀보았다.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으나 뭔가 침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방으로 비유하자면 거실이나 그런 게 아니라 침대만 있는 방 느낌? 그래서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조금의 미련이 남았기에 우린 주변을 더 돌아다니다가 다른 부동산을 통해 한 번 더 임장 해서 판단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아무 부동산에 들르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이 근처 매물을 보려는데요."
이때 이것저것 물어보시던 부동산 아저씨께서 갑자기 이렇게 반문하셨다.
"근데, 이곳에서 진짜 살려고?"
이에 당황한 나와 신디는 어리둥절해 아저씨만 보고. 그 아저씨는 우리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부동산 강의를 시작하셨다.
"내가 진짜 딸 아들 같아서 말하는데. 제발 잘못된 선택하지 마요~ 신도시니 뭐니 하는데 이곳, 살기 좋지 않아요~ 왜 이곳에 살렸는지 몰라? 서울로 가요, 서울로."
그리고는 큰 화면으로 네이버 지도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셨다. 우선 지적편집도를 켜서 서울 전 지역을 지적과 용도 지역별로 구분한 다음, 열변을 토하시면서 설명을 해주셨으니, 우린 마치 강의 듣듯이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흡사, 도읍지 정하는 현장에 있는 느낌이었달까?
“봐요~ 이곳은 역세권인데, 주거 지역이 많은 데다가 작은 필지들이 많아요. 이런 곳이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죠. 이런 곳들을 찾으셔야 해요~ 이런 저평가가 되어있는 곳을요~”
벙 쪘다. 뭐지? 매물 보러 왔다가 혼만 잔뜩 난 상황이잖아? 그대로 믿어도 되나? 만약 고급 정보라면 이걸 왜 상판 남한테 알려줘? 신뢰가 전혀 가지 않았다. 그런 우리에게 아저씨는 말씀하셨다.
“내가 주소 적어줄 테니까, 이곳 매물 한번 보러 가보세요~”
그리고 주소를 적어주셨고. 우린 그 아저씨로부터 2절, 3절 훈계를 듣기 전에 바로 그 부동산을 나왔다.
나는 신디를 보았다.
“그대로 믿기에는 조금 그렇지?”
“그렇지~ 뭔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그대로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으니까. 따로 알아봐야 할 거 같아.”
우리가 임장한 다음, 우리가 임장 했던 매물에 대해 주변 사람들 의견을 물었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매물에 대해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말하였다.
“얘가~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 오피스텔은 매매로 절대로 사면 안돼. 오피스텔은 절대로 오르지 않고, 수익성이 없어.”
“현실을 너무 모르네~ 무조건 아파트 사야 해. 아파트는 사면 무조건 오른다.”
그 많은 말들을 들었을 때였다. 수십억이 넘는 아파트를 자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오는 텔레비전을 보았을 때.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주거 목적이 아닌, 수익을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그러한 시장 상황을 소개하면서 노하우 등을 설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우린 그저 우리 가족이 살 수 있는 집을 원할 뿐이야.
우리 가족이 지친 몸을 이끌고 와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러나, 이는 이상이었고, 판타지였다.
주변 사람들의 말들은 다 옳다.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적 상황은 영혼까지 끌어모은다 해도 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만한 수준이다. 청약은 통장을 만들어 계속 붓고 있다지만, 웬만한 수준으로는 서울에 집 하나 노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생각들이 드니 처음으로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집을 구할 수 있을까?
과연,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집을 구할 수 있을까?
“노아, 다시 열심히 찾아보자! 처음부터 배부를 수는 없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자기, 배부르지 않으면 예민하잖아~ 그건 안되는데?”
“또, 너 나 놀리지??!!”
그곳으로부터 발걸음이 멀어질수록, 뒤편에 선명하던 남산타워도 신기루처럼 흐릿해져 갔다. 멀어지는 남산타워로부터 신디와 나는 웃으면서 계속 위례에서 우리 집까지 하염없이 걸었다. 말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