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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Mar 13. 2024

여행 준비

때는 바야흐로 2023년.. 어느 날이었다. 나에게 신디를 만나게 해 준 주선자인 형과 형수님, 두 분이 함께 파리를 갔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형은 파리를 다녀오신 후, 나에게 이렇게 말하셨다.     


“노아야.. 난 이제 꽃길이다.. 다 완성되었다..”     


네? 갑자기요? 꽃길? 어제까지만 해도 ‘노아야...’하고 세상 우울함 가득, 한탄의 담배 연기에 날려 보내시던 모습이 어제 아니었나요? 마치 가을의 끝무렵에 겨울이 오기도 전에 꽃이 피고 봄이 온 듯한 이 갑작스러운 급전개는 무엇이란 말인가?? 당시 회색 세상의 끝을 달리던 형이었는데, 그랬던 형을 낭만의 절정에 이르게 만든 파리..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한 사람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보다도 돌다리를 두드려 보는 걸 넘어서 망치로 내리쳐서 안 무너져야 비로소 건너는 내 신중함을 앗아가 버렸던, 한 가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에펠탑이 무너진다는 말이었다. 


에펠탑이 무너진다고?


그 높다란 탑이 무너지면. 그땐 다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지 않은가. 그저 생각에 그치면 평생 후회하는 법. 그래, 저 에펠탑이 무너지기 전에 반드시 에펠탑을 가봐야지! 이게 시작이었다.. 그래서 여느 때처럼 뭐 없을까? 하고 의미 없는 아재 개그를 주고받던 우리.. 그때, 내가 운을 뗐다.     


“우리.. 파리 갈래?”     


그녀는 바로 수락했고. 그때부터, 악착같이 우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신디가 여느 때처럼 비싼 걸 먹으려는 눈치를 보일 때마다, 칼 같았던 내 제스처와 한마디. 응~ 안돼~ 그리고 우린 계획을 짜기 시작했으니. 그녀는 가고 싶은 곳, 식당 등을 열거했고. 그녀의 주도하에 엑셀표에 하나하나씩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 가고 싶은 곳 리스트

 샹 드 막스

 에펠탑

 사크레쾨르 대성당

 테르트르 광장

 오페라 가르니에

 튈르리 정원

 루브르 박물관

 퐁네프 다리

 노트르담 대성당

 샹 드 막스

 에펠탑

 베르사유 궁전

 마레지구

 BHV

 개선문 

 샹젤리제

 센 강 유람선      



※ 교통권 정보

 https://m.blog.naver.com/dotboy98/223127159352

 https://m.blog.naver.com/qufkr95/223152320686   



※ 카페

 https://maps.app.goo.gl/4sBCKgDfKhJNZRt5A?g_st=ic

 https://maps.app.goo.gl/tKZYZQaBFM8zwD3X7?g_st=ic

 https://maps.app.goo.gl/wY9f4MnLXkKjZEBt6?g_st=ic

 https://maps.app.goo.gl/WnC1i67u5RrYw46cA?g_st=ic    



※ 식당

 https://maps.app.goo.gl/SpuiVfaTLrVMr6H46?g_st=ic

 https://maps.app.goo.gl/SYu3hsaMsr9NBTxB9?g_st=ic

 https://maps.app.goo.gl/147v4tfGBbkB1Mxw9?g_st=ic

 https://maps.app.goo.gl/L7wTcfq5AuDrNg2g7?g_st=ic

 https://maps.app.goo.gl/giPeoTNZqiApcayf9?g_st=ic

 https://maps.app.goo.gl/wKdqW643AW9moWcSA?g_st=ic

 https://maps.app.goo.gl/646zdR35i2dLmuHNA?g_st=ic     



이때 신디와 한 가지 정한 게 있었는데, 식당은 일정 중 하루 저녁만큼은 근사한 곳에서 하자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나로서도 나름대로 로망이 있었던 부분이라서 열중해서 식당 찾고 그랬었다. 먼 나라 이웃나라 책에서 묘사되었던 프랑스인들의 미식 문화란.. 로망을 넘어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듯하고도 남을 수준이었으니. 아무튼 위 리스트에서 고른 곳들 중 한 곳을 정해서 예약을 미리 했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카페라고 찾아봤자 극 P인 우리들로서 전혀 갈 거 같지 않기에 패스하고.      


그리고 나는 리스트에 나온 장소들을 토대로 구글 맵을 켜고 동선을 계산해서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일정은 턱없이 부족했다. 타이트했다. 5박 6일 정도였는데, 당시 나로서는 일정이 길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때마다 신디 님께서 나에게 했던 말.     


“짧아.. 너무 짧다고!”     


짧기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보내 지구상 어딘가로 날려 보냈던 나였지만, 그 말이 다시 돌고 돌아 비수가 되어 내 머리에 꽂히게 될 줄이야. 일정을 짜다 보니 알게 되었다. 일정이 길다고 생각했던 나란 사람이 얼마나 바보였다는 걸. 비행기 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3박 4일 정도가 되었달까?      


일단, 에펠탑은 일정에 무조건 넣고. 루브르도 가야지~~ 모나리자~~ 그대는 모나리자~ 모나리자~~ 나만의 모나리자~~ 개선문도 가야 하고~ 신디가 가고 싶어 하는 몽셀미셀도 가고~ 그런데, 여기서 함정! 몽셀미셀은 하루 날 잡아서 투어로 가야 했다. 허허허.. 뭐 하는 곳이길래 하루 날 잡아야 해? 라며 어이없어하던 나였으나.. 아무튼 몽셀미셀이 약간 투어 속에 투어인 셈이었다. 그래서 몽셀미셀 제하면, 실질적 파리 여행 일정은 2박 3일이 되어버렸고. 거기다가 에펠탑 낮과 밤을 봐야 하니, 그 일정 제외하면, 1박 2일.. 24시간, 20시간.. 채워져 가는 엑셀 셀과 그 셀에 쓰이는 장소들. 그리고 아직도 리스트에 남아있는, 많은 아름다운 장소들.. 그에 비례해서 비어져가고 있는 내 머리카락.. 과 매서워지는 그녀의 눈초리.. 거친 생각.. 불안한 눈빛과.. 그 모든 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그렇게 엄청난 고뇌에 고뇌를 거듭한 끝에, 다음과 같은 일정을 짤 수 있었다.



이 일정을 짜고 나서 신디에게 나는 말했다.     


“하하하.. 우리 파리 여행 갔다 오고 며칠 앓아눕겠당~~”     


잠? 그까짓 거 날려버려~ 24시간이 모자라~ 가히, 죽음의 스케줄.. 그러나, 놀라운 건 우린 저 일정대로 모두 소화했다는 점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 파리 낭만 링거를 맞은 탓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30분을 걸어도 온갖 짜증과 히스테리를 다 부리는 그녀였는데(미안~~ ㅋㅋㅋ 그런데, 진짜잖.. 손들고 서있어야겠다.. ) 파리에서는 물 만난 고기 마냥, 걱정들과 스트레스, 히스테리는 회쳐서 먹었는지 어디 가고 자유분방한 영혼이 되어있었다. 물론, 나도 덩달아 들떠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되어있었고.      


이렇게 일정을 보면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바로 숙소도 예약했다. 여행 가기 6달? 그전에 예약했던 거 같은데, 닥치지 않고 미리 준비해 놔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 탓에 내가 신디를 좀 닦달했다. 마치, 빚 받으러 온 사채업자처럼.     


“신디, 빨리 예약해야지~~ 뭐 하는 거야? 파리 안 갈 거야?”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미안함과 감사함의 마음을 전하며~~ (그래도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사랑해 주는 나잖아~~ 헤헤.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데~~ 헤헤)      


또, “뮤지엄 패스”라고 해서 klook으로 예약하고~ 여행자 보험도 가입했다. 여행자 보험 그딴 걸 왜 하냐고 물으니깐, 여자 친구의 눈초리에 레이저를 맞은 나는 바로 깨겡~ 그래 해야지~ 폐하께서 명하셨는데~~ 헤헤.    

  

그리고 “뮤지엄 패스” 뿐만 아니라, 몽셀미셀 투어까지 상품 예약해야 했다. 이건 노랑 풍선인가 네이버로 한 거 같은데. 이렇게 돈이 매 순간마다 사라지는 기적을 맛보면서 ‘과연 가야 할까?’하고 번뇌를 거듭하는 순간의 연속이었으나, 그보다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예약했나? 너는 예약했냐? 또, 그때처럼 깜빡하는 거 아니냐! 면서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자, 우리는 사이좋게 담당을 정해야 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정했다.


여자친구가 맡은 담당이 많다는 건 기분 탓이다. 기분.. 탓..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는 아기 수준인 남자 친구인지라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여자친구가 본의 아니게 다 맡아서 진행했다. 그런데, 영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정보에 있어서는 빠삭한 그녀. 비행기 표를 여러 사이트 검색해서 가격 비교하고 그럴 때부터 알아봤었어야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국내 여행이나 우리 데이트 준비도 이렇게 준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깐 생각했었.. 아하, 또 못된 소리를 했구나(이따 내가 손들고 서있는 걸로). 여자친구의 이런 면모에 새삼 감탄을 느끼며 역시! 노아 여자 친구이라면 이래야지! 란 마음으로 엄청 자부심을 가졌었다. 


동시에 이번 여행에서 내가 오히려 의지하겠구나란 생각도 했고.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란 생각을 해보았다. 실질적으로 패키지 없는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인데. 내 나이, 30을 넘은 나이에 이제야 패키지 없는 해외여행이라니.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었다. 어쩌면 이런 기회와 경험은 신디가 있었기에 꿈꿀 수 있었고, 도전할 수 있었기에. 이를 생각하면, 신디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한 은인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 같다.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다음 여행도 헤헤~    

 

아무튼 의식주 중에서 식과 주를 준비 마치고, 비행기 표까지 미리 구매 완료한 우리는 그 뒤부터 몇 달은 잊은 채 우리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월디페 가거나, 부산 여행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파리 여행을 준비했었나? 생각하면서~ 물론 사이사이 그녀가 맛있는 걸 먹자고 하면, 어김없이 파리 여행!이라고 넌지시 속삭이는 나의 라이팅과 반복 학습은 시작되었고. 그렇게 모으고 모아가면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보내가면서 그렇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리 여행 전날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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