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 1주 전, 그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파리 여행이라니.. 고작 일본이나 대만 패키지여행을 가본 게 전부인 나에게 유럽, 그것도 파리란 너무나 낯설었으니까. 나에게 파리란 그저 에펠탑.. 그게 전부였다. 아, 나폴레옹 정도랄까?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파리와 나, 이 관계를 사람 대 사람 관계로 대입해 보면, 그 관계는 꽝이다. 에프터도 못 받은 채, 주선자와 불편한 관계로 전락하는 상황. 그렇게 나와 파리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었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파리 여행에 대해. 특히, 회사 사람은 물론, 신디로부터 많이 들은 정보가 내 온 신경을 건드렸으니.
“노아~ 파리엔 소매치기범들이 많대~~ 핸드폰 훔쳐가고 지갑 훔쳐가고~”
"노아~ 또 맹해가지고~ 한눈팔다가 다 뺏기는 거 아니에요?"
당신들은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왜냐하면, 나는 돌다리를 두드림을 넘어서 망치로 깨부수는 행위를 해서라도 돌다리가 안 깨져야 건너는 사람이거든!! 파리, 소매치기범, 핸드폰, 지갑.. 이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을 때, 나는 어느새 유튜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많은 유튜버들은 하나같이 소매치기 주의를 경고하고 있었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기록이 있는 물건들이 없어지는 행위에 공포를 느끼는 나로서는 충분히 그들이 사탄보다도 더 무서웠고 증오스러웠다. 그래서 신디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 바지 뒷주머니에 미끼용 지갑을 넣어. 그런데, 그때 그 지갑을 바지에 줄로 묶는 거야~ 그러면, 소매치기범이 그 미끼를 물겠지! 그런데 줄이 늘어나~~~ 그러면, 그 놈들이 당황해하지 않을까?”
나는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아니면, 내 지갑에 똥을 넣어두는 거야! 아니면, 장난감 화폐나 종이만 잔뜩 넣어놔서 골탕 먹이는 거지!!”
나의 이런 말들의 향연과 그 선율과 함께 스타카토로 끊기는 그녀의 이성.. 얘가 과연 어디까지 얘기할까? 하고 들어줬던 듯싶은 생각이 문득 들지만? 당시 나로서는 진심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나 걱정되었다. 내 핸드폰에는 수많은 기록들이 있는데, 그 기록들을 모조리 잃어버린다고? 그 많은 사진들과 정보들.. 어떡할 거야!!! 그래서 궁리를 했다. 그러다가 다이소에서 관련 물건들을 사서 대비해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다이소로 갔으니.. 그때가 파리 여행 가기 전날이었다.
내가 보기에 안전할 거 같다고 느껴지는 아이템들은 모두 쓸어 모았다. 하하하하!!! 어떠냣!! 유럽 여행을 간다면 누구나 이런 준비성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 파리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소매치기범들과 나의 싸움이다!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랄까? 이렇게 만만의 대비를 한 나 자신이 너무나 기특하고 대견해서 신에게도 보여줬는데, 그녀의 반응은..
“오버야.. 왜 저래~”
오버라니! 오버가 아니고 오빠! 아, 노아 개그(역자 주: 아재 개그를 즐겨하는 내 개그를 이르는 말) 안 한다고 했는데, 글에서까지.. 아무튼, 나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았다. 나중에 누가 폰 가져갔다고 울며불며 후회하지 말라며 그녀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유럽에서 자기는 절대로 소매치기 안 당할 자신 있다며 으쓱대길래. 속으로 두고 보자!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복대를 사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여권과 지갑 등을 복대에 넣을 수도 있지만, 복대 크기가 너무 작으니까. 그렇다면, 가방을 작은 걸로 준비하되, 보안이 철저한 가방을 준비하면 어떨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날에 쿠팡으로 그런 가방 하나 주문했었고. 그도 부족해서 동대문을 갔다.
그러나, 얻은 건 피곤함과 너무 유난이라는 그녀의 반응뿐이었고.. 피곤함을 잔뜩 얻은 채 집에 오니 쿠팡으로 주문했던 가방이 배송되어 있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포장지를 뜯었고.
짠~~~~~
비밀번호 잠금장치도 있고, 풍부한 사이즈~~ 게다가~~ 크기도 내 손만 하니. 이만하면 소매치기들로부터 안전히 내 물건들을 지킬 수 있겠지? 싶었다. 복대 크기와 비교해서도 비슷한 거 같고.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여자친구는 가방을 멘 채 사진 찍어서 자기한테 보여달라고 했고. 나는 가방을 바로 멘 채 사진 찍어서 보여주었다.
내추럴한 내 모습은 지켜줘야 하니까~~
나의 이런 모습에 신디의 반응은.. 예상외로 차가웠다..
“자기야. 아닌 거 같아. 반품하고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자.”
쳇.. 멋있기만 하고만..
예상 밖의 그녀 의견에 나름대로의 항변을 해 보였던 나였으나, 얄짤 없는 그녀였다. 너무 매서운 거 아니야? 아주 마라맛이야~ 그런데 내가 봐도.. 영락없는 소매치기 환영인사였다.
어서 오세요~~ 빨리 내 물건 털어가주세요~~
이것이 바로 K-소매치기 프리패스다!!!
소리 질러~~~
그래서 결국.. 저 가방은 고이 접어 다시 반품했고.. 복대와 수많은 자물쇠들, 핸드폰 고리들을 챙긴 채 이 정신없이 스티커들이 잔뜩 붙어있는 캐리어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이때가 여행 당일이었다.
캐리어에 붙여진 스티커조차도 오버였다고 신디 님께서 말하셨다.
※ 빼먹었지만, 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실 하나!!
여행 때 나는 여권 사본, 여권, 트레블 월렛 카드! 여벌 옷들과 속옷들. 그리고 약간의 현금만 챙겼다. 그 이외에 수많은 카드들과 주민등록증 등은 집 한구석에 놓고 갔다. 왜냐하면, 핸드폰은 어쩔 수 없이 챙겨야 한다지만, 주민등록증이나 체크카드 등은 그래도 여행 갈 때 가져갈 필요가 없다면 분실 등의 걱정 때문에 놓고 가고자 했다. 그래서 그들은 놓고 갔었다. 이를 위해 여러 사람들한테 묻고 물어봤던 나란 사람..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한번 휘발된 기록은 다시는 돋아나지 않기 때문에...
한때 동기와 여러 얘기들을 하면서 거닐었던 코엑스. 그곳에 있는 도심공항에서 인천공항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아직은 실감이 안나는 파리에 대해 조금씩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곳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을 선사하는 파리.. 과연 어떤 낭만이 있을까..
창 밖 너머 펼쳐져 있는 한강을 보면서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아직 잠들어있는 내 낭만이 현실의 속박에 얽매여있는 상황을 벗어나 그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기를 바라면서.. 점점 다가오는 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