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쏟아지던 7월의 어느 날. 가방을 끌어안은 채 인천공항까지 가는 버스에 몸을 맡긴 나. 창밖 너머 풍경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 그것도 평일에!! 남들 일할 때, 공항 가는 일이란..
늘 짜릿해~~~ 늘 새로워~~~ ㅎㅎ
그리고 도착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 그곳에 내린 나는 문을 열어 인천공항 거대한 홀 안으로 들어섰다. 이때멀리서 내 시야에 보이는 익숙한 모습들.
어? 누구지?
나를 향해 웃으며 브이를 날리고 있는 신디와 무뚝뚝한 표정으로 날 응시한 채 우두커니 서있는 진이었다. 이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둘을 본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도망갈까..
극한의 밝음과 어둠. 화사한 봄과 한기 어린 가을. 뚜렷하고도 확고한, 각기 다른 두 개성과 고집. 고집.. 그 무소의 뿔마저도 가루로 만들어버릴 만큼 단단한 그 고집... 을 보유한 이 두 사람의 상반된 아우라가 드리워있었고. 그 아우라가 나를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마치 내 양 어깨가 무언가에 의해짓눌리기시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그때, 신디가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ㅎㅎ 이번 여행은 노아만 믿을게~~"
믿지 마... 나 일본.. 패키지로만 갔었어..
"노아가 일본어도 잘한다니까~~ 얼마나 든든한지~~"
나.. 오하요우 밖에 몰라...
그때, 진이 나를 보며 말했다.
"형~! 나 ~~~ 도 가고 싶고~~~ ~~~~ 도 가고 싶어!!"
그.. 그래..
먹이를 향해 입 벌리는 아기새들을 보는 어미새의 느낌이란 이런 걸까..
나의 흔들리는 동공과 그 눈동자를 지켜보는 너와 너의 모습.. 그리고 시시각각 내 머릿속에서 요동치는 멘탈. 그 소용돌이에 시공간은 뒤섞이는 순간의 연속이 되어가고. 그 회오리에 멀미가 시작되는데. 그때, 진과 신디가 내 손을 잡고 웃어 보였다.
"가자, 노아~~ 도쿄에~"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언제나 그래왔듯이.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고 험난했던, 나와 신디, 진의 도쿄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여행의 시작은 늘 그렇듯이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말 한마디로부터 비롯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