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는 나를 보았다. 그 커다랗고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마치 무언가를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뭐야, 그 눈빛은??? 나도 모른다구.. 신디..
이에 바로 외면한 채 다시 왁자지껄한 박람회 현장을 본 나. 뭔가 시작부터 꼬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했었던 장소가 갑자기 당일 바뀌었다는 데에서 1차로 꼬였던 거고. 박람회 당일날에 원래 상담하기로 했던 플래너가 마찬가지로 당일 바뀌었다는 데에서 2차로 꼬인 거고. 그래서 둘 다 멍 때리고 있었을 때, 데스크 직원이 상냥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예약하셨을까요?”
이에 원래 상담받기로 했던 플래너 분 성함을 얘기함과 동시에 예약 정보를 제시하니, 웃으며 누군가에게로 안내하였고. 자리에 앉은 우리. 그리고 우리 앞에는 웬 중년 여성이 웃으며 흡사 가수 “아웃사이더”의 속사포 랩처럼 티끌만큼의 쉼표도 없이 웨딩 관련 얘기를 읊고 계셨고. 그 대서사시에 우린 그저..
영혼이 탈탈탈~~
“신부님~ 신랑님~ 이 자리는 웨딩 준비 관련 상담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플래너를 고르는 자리예요~ 만약 신랑 신부님께서 저를 선택하시면요~ 같이 웨딩홀부터 고를 거예요~ 신부님께서 마음에 드시는 웨딩홀을 말씀해 주시면, 제가 웨딩홀에 컨택을 해볼 거예요~~ 요즘 웨딩홀 예약 하기가 어려워요~~~ 벌써 올해 웨딩홀 예약은 꽉 찼구요~내년을 노려야 해요~~ 절 선택하시면~~”
여기에서 직감하고 만 우리. 아하, 여긴 돗자리판이로구나~~!! 웨딩에 관한 정보 등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구나.. 신디와 난 서로를 보았다. 단호한 눈빛과 앙 다문 입술. 서로의 눈에서 전해지는 긴장감과 단호한 의지.
정신 차려야 해! 신디! 노아! 까딱하다간 우리 끝장이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PR과 틈틈이 이어지는 계약 종용.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시죠~ 오늘 저와 계약을 하시면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모든 혜택을 받으실 수 있어요~”
그때부터 신디의 손은 내 벅지를 찌르기 시작했고. 그녀의 손에 내 벅지가 찔릴 때마다,
신디.. 그.. 그만 내 벅지를 찔러주지 않을래?
내 벅지 구멍 날 거 같아..
신디의 격렬한 신호. 분명 나가자는 것이리라. 그녀의 눈빛에서 그 의미를 알수 있었다. 이러한 신디의 신호를 인지한, 나는 플래너로부터 도주할 타이밍을 보기 시작했다.
플래너 분의 설명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마냥 도움이 안 되진 않았다. 결혼 준비의 진행 순서를 대략적으로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우선 플래너 분의 설명에 의하면 결혼준비 진행 순서는 아래와 같다.
결혼 준비 단계
[스드메 위주]
1. 플래너 결정 상담
- 본식 8~15개월 전, 플래너 결정
- 스튜디오 촬영일 예약
- 드레스투어 일정 예약
- 헤어 & 메이크업 상담 예약
2. 드레스(샵) 투어
- 촬영 2~3개월 전, 드레스샵 투어
- 드레스샵 2~3곳 방문
- 헤어변형 출장
3. 촬영 드레스 가봉
- 촬영 2~5주 전, 촬영 드레스 가봉
- 촬영 드레스 셀렉
- 턱시도 가봉 & 촬영용 셀렉
4. 스튜디오 촬영
- 본식 4~6개월 전, 스튜디오 촬영(셀렉 일정 체크)
- 촬영 3시간 30분 전 스타트
- 메이크업 3시간
- 촬영 4시간
5. 본식드레스 가봉
- 본식 3~5주 전, 본식 드레스 가봉
- 본식 드레스 셀렉
- 투어 때 홀딩한 드레스 포함 4벌 피팅 (1시간 소요)
6. 본식
- 본식 5시간 전 스타트
- 메이크업 3시간
7. 앨범 수령
- 본식 3~4개월 후, 본식스냅 앨범 사진 셀렉하기
- 앨범, DVD 수령 확인
결혼 준비 순서
[웨딩홀 등 위주]
1. 본식 9~15개월 전
- 예식홀 선정(취소 & 환불 기간 확인)
- 웨딩패키지 결정(스드메 업체 확정)
2. 본식 6~8개월 전
- 허니문 선정
- 본식스냅, DVD 선정(웨딩홀 확정 후 바로 예약)
- 스킨케어(승모근 얼굴 확인 등라인 관리)
3. 촬영/본식 2~3개월 전
- 예물(커플링/시계)
- 예복/한복 맞춤
- 맞춤 : 촬영일 2~3개월 전
- 대여 : 촬영일 2~5주 전
4. 본식 1~3달 전
- 청첩장
- 종이 : 본식 2~3개월 전
- 모바일 : 본식 2~5주 전
- 차량 대절
5. 본식 2~4주 전
- 부케선정
- 폐백&이바지
이 이외에도 헬퍼, 스드메 등의 비용에 대한 견적서까지 야무지게 받은 우리는 결혼 준비하는데 어떤 과정들을 치러야 하는지,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웨딩홀 관련해 특히 보증 인원을 몇 명 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달라질 수 있음도 또한 알 수 있었다. 이를 보면, 결혼 준비를 하기 전 튜토리얼로 결혼 준비에 대한 전체적인 개요를 알기 위해서라도 박람회 가는 일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곳에 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계약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나중에 플래너를 통해 스드메 업체 알아보고 하면서 더 좋은 곳을 발견하게 되면 박람회에서 계약한 걸 후회하고~ 이런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게..
이건 우리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며, 정답이란 없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당시 나의 생각으로도 이런 생각은 공통적으로 들었다.
아직 우리가 안 본 업체들은 많을 거고, 분명 더 좋은 곳이 나타날 건데,
지금 이 자리에서 무턱대고 계약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이러한 생각은 신디도 같았는지, 쉴 새 없이 나에게 신호를 주었고. 이에 나는 용기를 내서 플래너분께 웃으며 말했다.
“플래너님~ 설명해 주셔서 감사했는데요..
아무래도 지금 여기서 계약을 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죄송해요..”
그와 동시에 서둘려 나가려 했으나, 그때 갑자기 그분이 눈물을 글썽인 채 우리를 보는게 아닌가!.. 순간 어이없고도 난처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눈물을 보이시면.. 마음이 약해지잖... 그러나, 주저하지말자. 지금 누군가의 눈물에 마음 약해져서 계약했다가, 훗날 그 계약은 우리의 눈물을 흘리게 할 것이리라.. 동시에, 뭔가 그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쎄한 느낌이 들어서 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나온 우리는 예복 부스 가서 상담받고, 예물 부스 등 상담도 받고 그랬는데, 예물 부스에서 반지를 본 신디와 나. 신디는 부스 직원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요즘 금값이 한없이 오르고 있어요~ 그 바람에 반지도 덩달아 값이 오르고 있어요. 아마, 현 추세로 보면 올해보다 내년에 더 값이 오를 거예요~”
안 오르는 게 없네요? 아 있다.. 내 월급~ 허허허~
아니, 결혼하는데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건지? 부자가 아니면 결혼도 못하겠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신디가 금빛으로 빛나는 반지를 보며 말했다.
“노아~ 나는 주얼리 디자이너잖아~ 그래도 명색이 주얼리 디자이너인데, 괜찮다면 브랜드로 맞추고 싶어~~ 내 로망이야~~”
그 로망을 실현시켜 줄 거지? 란 강한 열망을 나타내는 그녀의 눈빛에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도 명색이 개발자인데~~ 괜찮다면 맥북으로 맞추고 싶어~~~ 내 로망이야~~”
"쳇!! 나빠!"
이후에도 다른 웨딩 박람회를 2차례나 더 갔으나, 그때마다 의미있는 소득은 없었다. 오로지 어떤 박람회든 계약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었고, 웨딩 관련 정보나 전문적인 상담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에 우리는 이후 더 이상 박람회를 가지 않았고. 박람회를 통한 결혼 준비 하는게 아닌, 우리가 직접 플래너를 찾아 계약하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스드메를 위해선 플래너를 통해 하는 게 저렴하고 혜택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그리고 이에 앞서서 웨딩홀 예약이 우선 전제가 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으므로, 우선 웨딩홀부터 예약하자고 합의에 이른 우리. 이에 웨딩홀 투어를 시작했으니.
이때, 2024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