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대구마라톤, 3월 서울마라톤을 앞두고 마음이 조급하다. 올겨울 추위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습이 게을렀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구마라톤 풀코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연습 삼아 양재천에서 독립군 부대 지인들과 22km를 달렸다. 출발 시점의 기온은 영하 10도를 웃돌았다. 장갑을 두 켤레 끼고 핫팩까지 장착하며 단단히 무장했다.
4km 지점을 지날 즈음 앞서가던 러너를 뒤쫓았다. 이내 그보다 한발 앞서 달리던 여성 러너와 합류해 셋이 한 팀이 되었다. 속도가 비슷했고 발이 잘 맞았다. 기온이 조금 오르며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렇게 호흡을 맞추다 8km 지점에서 여성 러너는 뒤처졌다.
그동안 연습이 부족했던 탓에 한남대교까지 앞선 러너를 쫓아가기에는 버거웠다. 속마음으로는 뒤처지고 싶었지만, 알량한 자존심에 불이 붙어 끝까지 그를 따라붙었다. 오버페이스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무리를 한 셈이다. 턴 지점인 한남대교에 도착했을 때도 그는 계속 달렸다. 그를 보내고 돌아서는 순간, 힘이 쭉 빠졌다.
이런 날씨에 왜 굳이 달리느냐는 질문을 습관처럼 스스로에게 던진다. 딱히 그럴듯한 답은 없다. 달린다는 것은 이미 몸에 밴 숙명이다. 달리지 않고도 잘 살 수는 있지만, 달려야만 존재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몸에 칩이 심어진 것처럼, 달리지 않으면 에러가 난다.
15km 지점에서 결국 걸음을 멈췄다. 오랜만의 장거리와 초반 오버페이스 탓에 허벅지와 종아리에 쥐가 오른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달린다. 강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이어 달리지 못한 아쉬움이 불편함보다 더 크게 쌓인다. 마음은 계속 씩씩하게 달리고 싶은데, 쥐는 오르락내리락하고 호흡은 흐트러져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양재천에 다시 진입하면 조금 나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힘들다. 멈춤이 잦아지자 짜증이 난다. 자신을 다그쳐도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가는 것이 가장 덜 힘든 선택임을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양재천 가장자리에 어설프게 붙은 얼음을 보며, 불필요한 생각이 함께 얼어붙는다. 꼭 필요한 감각만 남긴 채 완주만을 생각한다. 오늘 제대로 달리지 못해 속상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 장거리를 소화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은근한 믿음이 채워진다. 양재천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위로를 보낸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만이라도 충실히 준비해야겠다. 기록은 의미 없다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엔 여전히 욕심이 남아 있다. 막연한 두려움과 복잡한 생각이 이어지는 건 그 증거일 것이다. 그럼에도 출발선에 서는 날까지는 기록보다 완주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기록과 완주 두 마음이 서로 엉켜 있다.
기록아, 완주야.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마음 편히 큰 호흡 한 번 들이킨 뒤
일단 달려보자.
[일시] 2026년 1월 25일
[대회] 연습(양재천, 한강 일원)
[기록] 2시간 12분(22.1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