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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by 또랑쎄


한 달 전쯤 누군가에게서 듣고, 내내 되새겨지고 계속해서 생각해 보게 된 얘기가 있다. “너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가 되게 중요하구나.” 서운함이 묻어있는 말투와 저 문장 속에서의 고찰은 출근길 지하철 속에서 문득, 자기 전 이불 속에서 문득 반복해서 뇌리에 스쳤다.


사람과의 대화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나는 솔직한 대화를 선호한다. 상대가 나에게 본인의 감정에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은 마음에 실제 사실보다 조금 더 과장되게, 혹은 조금 다르게 이야기를 하면 조금은 차갑지만 객관적으로 정정해 주곤 한다. 이렇게 글로 나의 대화 스타일을 적어보니, 한 달 내내 내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을 수렴해 줄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사람은 언어를 통해 대화를 하고, 사실 기반의 정보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모든 것을 언어로 나타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은 모두 가진 경험과 생각, 느끼는 것이 다르다. 그러기에 언어로 표현하는 그 순간 그 의미가 묘하게 축소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한 달 전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도, 내가 판단이 가능한 내용도 아니었다. 그저 그 사람의 마음이었으며, 언어로 표현하는 그 순간부터 나와 그 사이 언어적 경계의 벽이 생긴 것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침묵은 결국 각자의 언어적 경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라는데 그 의미가 있다. 무 자르 듯이, 수학 답안지 채점을 하듯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단순히 시험 과목 중 하나로만 봐오던 언어라는 것으로 지금까지 무지하게 살면서 쌓아온 벽들을 생각하니 숨이 턱하니 막혀오는 밤이다. 한 달 전 그날로 돌아간다면 “말할 수 없는 것”을 인지하고 “침묵” 하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갈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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