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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풍 west wind Nov 27. 2024

나는 타이거, 난 고양이가 아니다.

무찌마숑_추억섬의 비밀

늙은 마숑의 집


낡은 집의 이층 창가.

베란다에 위치한 흔들의자에 타이거가 자고 있다. 


한가로운 오후. 

늘어지게 한숨 자던 타이거, 번쩍 눈을 뜬다. 


고개를 둘러 주변을 경계하는 타이거. 


이내, 피식 웃고는 천천히 자신의 혀로 털 손질(그루밍)을 시작한다. 


타이거(N)     내 이름은 타이거. 보시다시피 고양이다. 

                   하지만, 난 고양이가 아니다. 

                   뭔 소리냐고?! 

                   내겐, 깜짝 놀랄 비밀이 있다. 

                   사실.... 난. 


저 멀리서 들리는 마리의 비명소리. 


마리(E)        꺄아아악~~~! 


타이거, 서둘러 마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주방. 마리, 프라이팬을 들고 한쪽 구석에 숨어 벌벌 떨고 있다. 


타이거        니야옹!!! 

마리           (겁에 질려) 타이거! 저거.... 저기.... 


타이거, 잔뜩 경계한 자세로 마리가 가리킨 곳을 향해 다가간다. 


타이거        키아앙~! 


싱크대 구석에서 바퀴벌레가 재빠르게 도망간다. 


타이거, 날렵한 움직임으로 앞발로 바퀴벌레를 붙잡아 누른다. 


바퀴벌레를 붙잡은 타이거의 눈빛이 살벌하다. 


마리(E)       (겁에 질려) 타이거? 어떻게 됐어? 응? 


겁에 질린 마리의 발아래로, 다가가는 타이거. 

타이거, 물고 있던 바퀴벌레를 바닥에 놓는다. 


타이거        냐옹~~! 


마리, 살며시 눈을 떠, 타이거가 놓은 물체를 바라본다. 

바퀴벌레다! 


마리          꺄아아악~~~! 


마리, 들고 있던 프라이팬을 비롯하여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들을 마구 던진다. 


타이거, 날아오는 모든 물건들을 재빠르게 피한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숨을 헐떡이는 마리와 타이거. 

흡사, 사투를 벌인 것처럼, 대치하고 있다. 


이내, 정신을 차리는 마리. 


마리           이게 뭐야?! 주방 꼴이....! 


마리, 허둥지둥 주방을 정리한다. 


타이거        (승리의 모습으로) 냐아옹! 


타이거, 개선장군처럼 주방을 벗어난다. 


마리(E)        이건, 어디였지? 이건...?

                  아! 이건 여기에 있어야 하고.... 

타이거(N)     오늘도 난, 사냥에 성공했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흔들의자가 있는 이층 창가에 다시 나타나는 타이거.  

폴짝 뛰어올라 흔들의자에 앉는다. 

그 반동으로 흔들리는 흔들의자. 


타이거(N)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고민하는 타이거. 


타이거(N)      그래, 난 고양이가 아니다. 


나비가 날아와 흔들의자에 앉는다. 

타이거, 나비가 매우 신경 쓰인다. 


타이거(N)      난, 고양이가 아니다. 

                   내겐, 깜짝 놀랄... 비밀이 있다. 

                   사실.... 난. 


참다못한 타이거, 나비를 공격한다. 

도망가는 나비. 

타이거, 분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간 나비를 향해 분노한다. 


타이거         크르릉.... 


이내, 자신의 모습에 자책하는 타이거. 

풀이 죽는다. 


타이거(N)      난, 고양이가.... 아니다. 

                    난, 사실..... 킬러다! 

                    잔인한 사냥꾼! 

                    그게 내.... 본모습이다. 


타이거, 자신의 혀로 털 손질(그루밍)을 시작한다. 


타이거(N)      내가 이렇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다. 

                   어느 날이었다. 

                   지금처럼 평화로운 오후. 

                   일상... 그래, 일상이었다. 

                   어느 때와 같은, 변함없는 일상이었다. 


마리(E)         타이거, 밥 먹어. 

타이거(N)      밥을 먹고..... 제기랄. 


마리, 흔들의자 뒤쪽에 타이거의 사료를 놓고 사라진다.  


타이거(N)      말이 자꾸 끊어지는군.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생각에 잠기는 타이거. 


타이거(N)     그래!  난 고양이가, 아니다. 

                   난, 킬러다. 잔인한 사냥꾼! 

                   내가 이렇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다. 

                   어느 날이었다.

                   지금처럼 평화로운 오후. 

                   일상.... 그래, 일상이었다. 

마리(E)         마숑! 점심은 뭐로 드실래요? 

타이거(N)     마숑... 


화가 난 타이거, 흔들의자에서 뛰어 내려와 마리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타이거         크르릉.... 


태연하게 나타나는 마리의 다리.  (타이거의 시선이기에 낮다) 


마리           (흔들의자를 향해) 간단하게 브런치로 할까요? 

                 어머, 타이거, 왜 그래? 뭔 일 있니? 


마리, 시선을 낮춰 타이거를 바라본다. 

마리를 보자, 애교모드로 뒹구는 타이거. 


타이거         ... 니...야...옹.... 

마리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타이거, 난 많이 바쁘단다. 

                 마숑의 점심을 요리해야 하거든. 


마리, 흔들의자를 바라본다. 


마리          마숑, 점심으로 뭘 드시고 싶어요? 


텅 비어 있는 흔들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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