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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 Jul 28. 2023

빨간 소고깃국

 나를 응원해 주는 힘

소고기 사주는 사람을 주의하세요.  대가 없는 소고기는 없습니다. 순수한 마음은 돼지고기까지입니다.

  고깃집에 붙어 있는 글귀이다. 재치 있는 글귀라고 웃어 넘기기에는  뼈가 있는 말이다. 나에게 소고기를 사주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서 같이 소고기를 먹고 있다가   글귀를 소리 내어 읽고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상상을 한다. 다행이다. 그동안 40년을 살면서 나에게 소고기를 사주겠다고 한 사람은 부모님밖에 없었다.


  소는 옛날부터 재산 품목이었으며, 소는 귀한 식재료이다.  사람들을 대접해야 하는 잔칫날은 소를 잡고, 귀한 소를 팔아서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소고기는 버리는 부위 없이  사골까지 우려내어 곰탕으로 먹기도 하고, 구이, 전, 볶음, 전골, 수육 등 못해먹는 음식이 없으며, 돼지고기 보다 다양한 음식에 활용된다. 나는 카레에도, 미역국에도 잡채에도 소고기를 넣는다. 모든 음식에 넣어서 먹을 수 있다


  경상도 소고깃국은 빨갛다. 빨간 소고깃국이라고 하면 육개장을 떠올리겠지만 육개장이랑은 다른 소고기 국이다. 나는 경상도에서 한 번도 맑은 소고깃국을 먹은 적이 없다. 그래서 나에게 소고깃국은 원래 빨간색이다. 나는 육식공룡이 아니라서 고기를 많이 먹지 못하고 솔직히 고기 맛도 잘 모른다. 고기에서 나는 냄새도 별로 안 좋아해서 경상도에서 국밥이라 하면 무조건 돼지국밥인데, 사실 돼지국밥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이 빨간 소고깃국은 좋아한다.


 경상도식 소고깃국을 만드는 방법은 먼저, 소고기와 무를 참기름에 볶는다. 무는 어슷 썰면 더 국물도 잘 우러나오고 맛이 좋다. 무와 소고기를 볶으면서 고춧가루도 함께 넣는다.  음식을 할 때 계량을 하지 않아서 정확한 고춧가루 양은 모르지만 몇 숟가락 푹푹 떠 넣어서 볶아 낸다. 그러면 고추기름이 나온다. 어느 정도 볶다가 물을 넣고, 간 마늘도 많이 넣는다. 국간장이나 액젓(나는 멸치 액젓을 넣는다.)등을 넣고 간을 한다. 무가 푹 익을 때까지 끓이다가 콩나물과 듬성듬성하게 크게 썬 파를 넣고 한번 더 끓이면 완성이다.


빨간 육개장이랑 다른 점이 있다면 육개장은 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끓인다. 하지만 소고깃국은 무와 여러 가지 채소 베이스 육수맛이다. 그래서 좀 더 기름진 맛이 덜하다. 육개장은 더 강한 양념의 맛이라면 빨간 소고깃국 더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덩어리 소고기를 먹는 것보다 소화도 더 잘된다.


  우리 집에서도 중요한 일이 있거나 힘을 내야 할 때, 집에 소고기가 생겼을 때는 엄마가 이 빨간 소고깃국을 끓여주셨다. 이것은 엄마가 나에게 보내주시는 응원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소고깃국만 먹으면 힘이 나는 것 같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사람들은 밥심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내가 밥심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흰쌀밥과 소고깃국이다. 소고깃국에 밥을 크게 말아서 무와 파, 콩나물, 소고기로 가득 찬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뜨뜻한 것으로 배를 채우고 나면 세상에 내가 못 할 일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밥알 하나하나는 내 뱃속에 들어가서 소화가 되고 몸에 활력을 주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나야! 슬픈 일이 있거나 응원이 필요할 때, 힘내서 일을 해야 할 때는 무와 소고기를 넣고 끓인 빨간 소고깃국을 먹자. 배를 불리고, 부른 배를 두들기며 아무 생각 하지 말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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