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예쁜 집에서 살고 싶다!

내 맘대로 창작스토리-1

by 마이드림

어느 날이었어요.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집에 돌아가던 여자가

가게에 들러서 사장님께 물었어요.


"저기... 행운목을 키우고 싶은데요.

어떻게 해야 안 죽이고 오래 키울 수 있나요?"


"그렇게 쉽게 안 죽어요.

행운목 잎사귀 나오는 부분 있죠?

거기 물이 닿지 않게만 해주면 돼요.

거기 물이 닿으면 썩거든요."


"아... 그래요?"


"그냥 물에다만 담아 놔요."


"알겠습니다. 그럼 하나만 주세요."


그녀를 처음 보고 내가 했던 생각은,

"저 여자 뭐냐?

왜 죽을 걱정부터 하지?

나 혹시 저 집에 가면 방치되어서

일찍 죽는 거 아닌가?

제발 나는 고르지 마라.

나는 딴 집으로 갈 거야."


그런데, 그녀의 손이 하필

많고 많은 행운목 중에서

나를 선택하고야 말았습니다.


이 집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시작부터 불안한 느낌?



집에 도착한 그녀는 장 봐온 것들을

대충 정리하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너를 어디다 키우지?"


이 주인 좀 보소?

그러면 키울 집도 없이 무조건

나를 데려온 거였어요?


"네가 들어갈만한 통이 없네.

그 생각을 못했다.

반찬통 하나 씻어서 넣어야 하나?"


어라? 점점 더?

이보세요. 나도 예쁜 집이 필요해요.

내가 나름 행운목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온

자존심 있는 나무라고요.


대책도 없이 나부터 사버린 그녀가

내 집이라면서 들고 온 것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까만 플라스틱 통이었어요.

마트에서 산 버섯들을 빼내더니

그게 내 집이래요.


"헉... 이게 뭐 하시는 거예요?

나 행운목이라고요!!!

행운을 준다는 나무가 바로 나라고요.

그런 나를 시커먼 통에다가 넣겠다고요?

집이 너무 마음에 안 든다고요.

색깔이라도 바꿔달라니까요.

나한테 이렇게 대하고 어디 행운을 얻겠어요?"


내가 아무리 떠들면 뭐 합니까.

버섯 통을 내 집으로 결정한 그녀의 눈동자는

만족스러움으로 빛나고 있었답니다.



내가 버섯통에서 살게 된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설마 계속 버섯통에서 살라고 하겠냐며

당분간만 참아보자고 마음먹었죠.


그러고 보니

나는 오늘 낯선 집에 와 있습니다.

내 주변을 살짝 훑어보았죠.

그 순간 나의 새 집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날아갔습니다.


그녀의 집 분위기를 보니 알겠거든요.

집에 장식용 소품이란 게 없어요.


대신 재활용품들이 꽤 많습니다.

상자를 재활용해서 물건을 담아놓은

그녀의 스타일은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실망 가득한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 밝았습니다.

간밤의 슬픔에 오래 빠져있을 줄 알았는데

햇살이 거실 창까지 비추니까

난 속도 없이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겨우 하룻밤 잠을 잤을 뿐인데

그녀의 집도, 시커먼 플라스틱 내 집도,

그새 적응이 되려고 합니다.

나는 적응력이 좋은 행운목인가 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녀가 다가오더니 아침 인사를 합니다.

"안녕? 내가 간밤에 네 이름도 지었어.

너는 행운목이고 행운을 불러오는 나무니까

네 이름은 이제부터 행우니야.

어때? 예쁜 이름이지?

내가 진짜 고민 많이 해서 지은 거야."


"행우니? 내 이름이라고?"


띠로리~~~~

어디선가 멜로디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어요.



처음으로 나만의 이름이 생기고 나니

왜 이렇게 좋은 거죠?

어제까지 서운하던 모든 것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려고 하지 뭐예요.

내가 이렇게 쉬운 행운목이었다니...!

스스로도 놀랐어요.


"행우니야! 너는 그냥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만 하면 돼."


왜 이렇게 내 이름이 달달한 거죠?

불릴 이름이 생긴다는 건 참 좋은 거네요.

내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었다는 이유로,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라는 그녀의 말 때문에,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참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녀는 항상 내가 배고프지 않게

물을 충분히 부어주는 걸 잊지 않았어요.

"예쁘다 예쁘다"하면서

나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그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처음엔 솔직히 불만이 많았죠.

이왕 사랑해 주는 거,

예쁜 집도 마련해 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꾸미는 거에 별로 관심도 없는 그녀의 취향을

내가 존중하기로 마음먹고 나니까요.

시커먼 내 집마저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녀와의 생활에 적응해 가던 어느 날!

그녀가 나를 보며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와... 행우니!

너 새로운 싹이 돋았어! 너무 귀여워!"


"치... 그걸 이제 알았단 말이에요?

내가 며칠 전부터 얼마나 옆구리가

간지러웠는지 알아요?

그 간지러움을 참고서 쑥쑥 밀어 보낸

잎사귀라고요. 나 잘했죠?"


그녀가 너무 기뻐하니까

나도 기분이 좋긴 했어요.

내가 새로운 싹이 돋아 나올 때도,

싹이 조금씩 더 크게 자라날 때도,

잎의 색깔이 점점 짙어질 때도,

잎이 무럭무럭 자라 길어질 때도,

그녀는 계속 나를 예뻐해 주었답니다.


매일 예뻐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어느새 나는 이 집에서 행복해졌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잎사귀의 끝 쪽에서부터 시들면서

자꾸만 아프기 시작했어요.


"나 너무 아파요.

힘이 하나도 없어요."


물론 그녀에겐 들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프니까 아기처럼 기대어서

울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행우니야, 너 왜 자꾸 잎이 마르고

색이 변하니? 건강해야지.

내가 아프지 말라고 했잖아."


누군 아프고 싶어서 아프나요.

나도 아프고 싶지 않은데

마음대로 안 되는걸요.

몸이 무겁고 축 늘어지는 기분이 들 때마다

잎사귀 끝 쪽이 갈색으로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내 수명이 끝나는 건가 싶어

걱정이 되기 시작했죠.

처음엔 별로 기대도 없이 온 집이지만

점점 이 집 생활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날 새벽에도 시들어가는 몸 때문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자는 줄 알았던 그녀가 거실에 나오더니

내 잎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면서

뭐라고 그랬냐면요.


"행우니야, 너 아프면 안 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고 했던 말

안 잊었지? 죽으면 안 돼.

식물한테도 이렇게 말해주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더라.

내 말 듣고 있니?

사랑해."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내 잎을 쓰다듬고 쓰다듬으면서

그녀가 내 옆에 앉아 있더라고요.


나 그때 진짜 울컥했어요.

그녀와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을

그때 진심으로 간절히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나를 사랑해 주는데

이곳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날부터 나는 절대 시들고 싶지 않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외치며

힘내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었어요.


"사랑해"라는 그 한마디가

나를 살고 싶게 해서인지

점점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도 잎이 시드는 것이

멈추었어요.


다시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을 때

우리 주인은 나에게

딱 한마디 했어요.

"고마워..."

그 말이 정말 따뜻했어요.


아프고 난 이후로 나는

물도 더 조심조심 마시게 되었고

지금은 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뿌리도 잘 뻗어나가고

잎들도 싱싱하게 커진 덕분에

버섯 통이 좁아지기 시작한 어느 날이었어요.


"우리 행우니 착하기도 하지.

잘 이겨내고 다시 건강해져서 고마워.

네가 무럭무럭 잘 자라니까

이젠 집이 좁아 보이네.

너도 이제 이사 갈 때가 된 거 같다."


와... 이사요?

드디어 시커먼 버섯통을 벗어나겠구나.

이게 얼마만이야.

그런데 이사할 집은 어디 있나요?

너무 설레더라고요.


"행우니, 이번엔 말이야.

기분 전환도 할 겸

집 색깔을 바꾸기로 했어.

통도 전보다 훨씬 커졌다고!

네모난 검은 집에서 살아 봤으니

이번엔 하얀색 둥근 집이란다."


하얀색 둥근 집?

와... 어떤 집인데요?



이번엔 정말로 기대했다 이겁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우리 주인이 이번에 들고 온 통은

전에 냉족발을 시켜 먹었던

하얀색의 원형 플라스틱 통이었어요.


집 바꿔 준다고 말해서

기대하도록이나 말지.

이번엔 마트 버섯 통이 아니라

아예 배달 음식 통이라니!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내 집이 족발통이라고요?

내 이름이 행우니인데 자꾸 이러면

나부터가 행운이 없는 것만 같잖아요.


달라진 거라고는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뀐 것뿐이고,

여전히 재활용품 통에서

살라고 하는 것도 똑같아요.

버섯통에 비하면 족발통이 좀 크긴 하네요.


나 정말 죽다 살아났는데,

예쁜 집도 안 구해주고

정말 이럴 거예요?

너무한 거 아니냐고요.


주인님 당신은 진짜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사람이 낭만이라고는 없네요.


내가 진짜 "사랑해"라는 그 말만 안 들었어도

이 동그란 집에서 탈출이라도 하고 싶다고요.


"족발통이 뭐야. 족발통이!!!!...."


족발통집행우니.jpg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