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창작스토리-2
며칠 후면 민수의 생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민수한테 작은 것 하나라도 내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 싶었죠.
"뭘 선물해 주면 좋을까?"
아무리 돌고 돌아도 딱히 마음에 드는 걸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목도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민수가 하면 잘 어울리겠다 싶은 거예요.
좀 더 가까이 가서 봐야지 했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민수를 만났습니다.
"어? 민영! 너도 쇼핑 중이야?"
"어, 너도?"
"어... 선물 하나 살게 있어서.
마침 잘 됐다. 민영아, 네가 좀 골라줄래?
만약 내가 한다면 제일 잘 어울릴 게 어떤 걸까?"
"네가 한다면? 이거!
민수야, 나는 이게 제일 좋아."
"음. 알았어. 그럼 이걸로 해야겠다."
"잠깐만, 그냥 갖고 가면 어떡해.
눈으로 보는 거랑 직접 했을 때랑
좀 다를 수도 있어.
한 번만 목에 둘러봐. 내가 봐줄게."
"그럴래? 어때 잘 어울려?"
"너무 예뻐. 잘 어울리네"
목도리를 목에 감고 환하게 웃는
민수의 모습을 보는데,
"너는 왜 이렇게 웃는 것도 예쁘니?"라고
나도 모르게 말할뻔했어요.
민수는 언제나 그랬지만 웃을 때
입꼬리가 참 예뻐요.
오늘도 예외가 아니네요.
"목도리 골라줘서 고맙다.
내가 오늘은 좀 바쁘고 다음에 차를 마시든
밥을 먹든 하자."
"알았어, 잘 가."
민수와 헤어지고 난 후에,
나는 민수에게 골라줬던 목도리와
똑같은 색깔의 목도리를 하나 샀습니다.
민수가 산 것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줄 거라고 했으니
나는 민수에게 잘 어울렸던 이 목도리를
꼭 선물해주고 싶었거든요.
겨울에 따뜻하게 보내라는 의미로
목도리를 사는 것까지는 했는데
막상 주려니까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가장 자연스러울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그다음 날, 머릿속이 복잡해서
영화나 한편 보려고 극장에 갔어요.
그런데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민수를!
어떤 여자와 다정하게 웃고 있었어요.
내가 골라준 그 목도리를 하고서.
아... 왜 하필 이곳에서?
민수가 목도리를 골라달라고 한 게
다른 이에게 줄 선물이 아니라
데이트 룩에 필요한 거였던가 봅니다.
예쁜 여자 친구와 함께 행복하게 웃고 있는
민수를 보니,
자꾸만 내가 골라준 목도리만 보입니다.
민수한테 주려고 몰래 하나 더 샀던
똑같은 목도리까지 떠올랐고요.
내가 민수한테 선물하고 싶은 목도리를 하고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민수를 보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슬픈 걸까요.
아주 많이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민수를 본 이후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내용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고,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휑해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정말 다행인 건 영화가 슬픈 내용이라서
내가 이렇게 울고 있는 게 생뚱맞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그걸로 위안을 삼았어요.
내가 산 목도리는 환불을 할까
다른 사람에게 줄까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마음을 접는 기념으로 그냥 민수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주면 여자친구랑 커플 아이템으로
잘 사용하겠구나 싶으니까
그마저도 슬펐어요.
그리고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민수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 기회는 사라졌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딱 한 번만 표현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민수의 생일이 지나고 나서
학교에서 마주쳤어요.
포장된 선물을 내밀었더니,
민수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나를 보더군요.
"와... 민영! 이거 나 주는 선물이야?"
"응"
"이거 그날 네가 골라준 목도리랑 똑같네?
그날 나한테 너무 잘 어울리긴 했지?
이거 너무 마음에 들어. 고맙다!"
그 순간 나는...
민수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 줄 선물이라고 하더니,
자기가 직접 두르고 있었단 말이죠.
내가 골라준 목도리를 하고 데이트도 했으면서
똑같은 선물을 또 내게 받았는데도
민수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어요.
뭐지? 똑같은 목도리 하나 더 생겼다고
정말 여자 친구랑 커플 아이템으로 사용하려는 건가 싶었죠.
그래서 맘속에 있던 말을 쏟아냈어요.
"민수야!
나 사실은 극장에서 너 봤어.
그때 내가 골라준 목도리를 하고서
여자친구랑 데이트 중이더라?"
"극장에서 똑같은 목도리?
여자친구? 그게 무슨?
아................. 너, 우리 형 봤어?
참, 세상이 좁네. 하하하하하
우리 쌍둥이야. 네가 본 사람이 형이고."
"쌍둥이?"
"그래서 내가 그랬었잖아.
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걸로 골라달라고.
얼굴이야 어차피 똑같으니까.
준수도 목도리 마음에 들어 하더라.
아, 우리 형 이름이 준수야.
"아... 형 이름이 준수구나!
(민수가 아니었구나. 정말 다행이다.)
"우리가 남자형제 치고는
생일 때 선물하고 그러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좀 잘하는 편이야.
그날은 고마웠어.
준수가 한 거 보니까 예뻐서
나도 하나 살까 생각 중이었거든.
어떻게 내 마음을 알고 이렇게 선물도 해주냐?"
"그날, 너한테 너무 잘 어울렸거든."
"너무너무 고맙네.
이건 형거랑 섞이지 않게
따로 표시라도 해 둬야겠다."
아, 너무 떨려요.
심장이 쿵쾅쿵쾅 방망이질을 합니다.
왜 하필 그곳에서 민수를 마주친 걸까라고
눈물까지 쏟아가면서 슬퍼했던 그날이 떠오르네요.
보고 싶던 영화도 제대로 못 봤는데,
그 사람이 민수가 아니었답니다.
아직은... 아직은...
내 마음을 포기할 때가 아니랍니다.
너무 기뻐서 또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하늘이 내게 주신 기회 같았어요.
바로 지금이야라고 말이에요.
"저기 민수야! 혹시 그 영화 안 봤으면
나랑 같이 볼래?"
"너, 그 영화 극장에서 봤다며?
또 보고 싶을 만큼 그렇게 재밌었어?"
"사실은... 그 영화... 제대로 못 봤어.
그 목도리 하고 온 너 때문에 신경 쓰여서...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한번 보려고."
"나 때문에 신경 쓰여서?
너... 혹시.. 지금... 그거 고백하는 거야?
나한테 그렇게 들린다?"
민수의 표정이 진지해졌어요.
"응, 맞아. 고백하는 거야.
내가 골라준 목도리 하고 다른 여자랑 있는 거
눈물이 날 만큼 너무 싫었다고...
고백하는 거야.
그리고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나랑 같이 영화 보러 갈래?"
나는 그 순간 보았습니다.
민수가 활짝 웃는 모습을 말이에요.
원래도 예쁘던 입꼬리가 한껏 신나서
더 예뻐졌어요.
"물론이지. 기꺼이...!!!
이 목도리도 꼭 하고 갈게."
"박민수!
너 정말이지? 분명히 간다고 했다?"
"민영, 근데 잠깐만!
넌 무슨 고백을 너만 씩씩하게 하고
끝내려고 하냐?"
내 고백도 못 들었잖아, 너!
성질 급한 민영이 고백까지 먼저 해버리고 말이야."
"치... 고백을 누가 먼저 하든
그게 뭔 상관이야. 마음이 중요하지."
"그런 너를...
내가 좋아해. 아주 많이!
민영아, 우리 지금 당장 목도리 사러 가자.
이거랑 같은 모양 사서 커플 목도리 하는 거야.
우리 오늘부터 커플 하자! 이건 내 고백이야."
"아, 떨리는데 너무 좋다!
민수야, 너 그거 알아?
우리는 이름도 비슷해서 민민 커플이야.
너무 좋아서 별 게 다 신나는 거 있지."
"정말 그러네?
가자, 우리 목도리 사러!"
목도리에는 내 마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젠 민수의 마음까지 담긴 목도리가 되었으니
우리의 겨울은 더 많이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