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꾹꾹 눌러 담았죠

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나는 딱 한마디만 할 수 있어요.

그건 바로 '좋아요'라는 말이랍니다.

나에게 허락된 말이 이거 하나뿐이라

아주 소중한 말이에요.

그래서 나는 이 말을 할 때면

더욱더 진심을 꾹꾹 눌러 담곤 했죠.


내가 선명하게 좋아요라고

꾹 눌러 말해주면,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나는 칭찬 도장이에요.

내 칭찬의 한마디는 '종아요'랍니다.


나의 말 한마디가 입가에 미소도 짓게 하고

어깨도 들썩이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참 좋았어요.



그런데요.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은

점점 나의 칭찬에 만족하질 못했어요.

좋아요라는 나의 말이

너무 단순하고 짧고 시시하대요.

좀 더 멋지고 근사한 칭찬을 바라더라고요.


나는 너무 슬펐어요.

좋아요라는 내 말속에는

많은 마음이 담겨 있단 말이에요.

(당신의 이런 느낌과 생각이 참) 좋아요.

(당신이 노력하는 걸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걸 봐서 멋지고) 좋아요.


간결해 보이는 나의 좋아요에는

작은 도장 하나에다 구구절절 다 채워 넣지 못한

많은 마음들이 담겨 있거든요.

내가 진심을 담아 칭찬하는 마음과 응원이

사람들에게는 느껴지지 않는가 봐요.


엄지 척 들어 보이는 내 마음,

하트 뿅뿅 날려 보낸 내 마음도

분명히 칭찬 도장에 같이 담겨 있었는데,

좋아요라는 내 칭찬이 너무 짧다는 이유로

그 모든 마음들이 다 묻혀버리곤 했어요.



어느 날,

더 듣기 좋은 칭찬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칭찬 도장들이 도착했답니다.

빨강, 노랑, 파랑 세 가지 색깔의

손잡이를 가진 도장들이었죠.


세 도장들은 모두 나보다 칭찬의 말도 길었어요.

빨강 손잡이는 아주 칭찬해라고 말했고,

노랑 손잡이는 최고야, 최고!라고 말했고,

파랑 손잡이는 참 잘했어요라고 말했어요.

무엇보다 신상이라서 잉크가 선명하게

잘 나오니까 더 근사해 보였어요.


사람들은 역시 새로 들어온 도장들의

길어진 칭찬을 마음에 들어 했어요.

내가 아무리 좋아요라며

진심을 다해 칭찬을 해주어도

짧게 끝나는 내 말 한마디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길게 말해주는

칭찬들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사람들은 그 칭찬이 진심이든 아니든

별로 상관없는 거 같아 보였어요.

'칭찬해'라는 한마디보다는

'아주' 칭찬한다며 꾸며주어야 좋아했고요.

'최고'라는 말도 한 번 만으론 만족을 못 해서

두 번씩 반복해 주는 것을 좋아했고요.

'잘했어요'라는 말 만으로는 모자라

'참'이라는 한 글자라도 덧붙여주어야 좋아했어요.



사람들은 새 도장들이 들어온 후

이제야 제대로 칭찬을 받는 것 같다면서

좋아하더라고요.


조금 더 기분 좋아질 수 있도록

길게 칭찬해 주는 도장들이 있으니

간결하게 말하는 나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죠.


내가 좀 짧게 말한다고 해서

진심을 적게 담은 것이 아님에도

나는 칭찬을 심심하게 하는 도장으로

불리기 시작했어요.


다른 칭찬 도장들이 인기가 높아져

바쁘게 일하는 동안,

나는 조금씩 일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구석에서

조용히 지내게 되었답니다.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안

내가 속을 끓이는 시간만큼

나의 몸속 잉크는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선명했었던 내 칭찬의 말은

이젠 너무나 많이 흐려져 버렸답니다.


구석에서 하루 종일 대기만 하다가

바쁜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다른 칭찬 도장들을 볼 때면

너무 많이 부러웠어요.

잘 나가는 자기들끼리 놀기에도 바빠

세 도장들은 나의 존재를 신경조차

쓰지 않더라고요.


나는 잉크가 다 마르기 전에

다시 칭찬의 말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나에겐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것이 참 슬프게 느껴지곤 했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간 어느 날이었죠.

빨강, 노랑, 파랑 손잡이 도장들이

셋이서 투덜거리고 있었어요.

그동안 세 도장들은 바쁘게 활동하느라

처음에는 신이 나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지친 상태였거든요.


사실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도

에너지를 보충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렇지만 세 도장들은

짧지도 않은 칭찬의 말들을 계속해서

꾹꾹 눌러 찍어대기 바빠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었답니다.

그래서 다들 너무 많이 지쳐있었어요.

그들은 동시에 입이라도 맞춘 듯이 말했어요.

"우리는 너무 지쳤어!"


그들이 투덜거리면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대략 내용이 이랬어요.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었죠.

사람들은 너무 금방 싫증을 느낀대요.

계속 반복되는 칭찬의 말이 지겹다면서

더 새로운 칭찬의 말이 없는지 찾는대요.


내가 너무 간결한 말로 칭찬을 해서

사람들에게 외면받았던 것처럼,

나보다는 긴 칭찬으로 인기를 끌었던

세 도장들의 인기도,

이젠 시들해져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은 또 다른 달콤한 칭찬을 찾아

마음이 떠나갔대요.

자신들의 인기가 영원할 줄 알았던 세 도장들은

너무 지치고 슬퍼 보였어요.


저렇게 외면당하는 기분을

나는 이미 먼저 느껴봤던 도장이라서

저들의 슬픔이 남일 같지가 않았어요.

남들 칭찬해 주느라 바빠서

정작 자기들은 지쳐버린 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도 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어떻게 모른 척 지나칠 수 있겠냐고요.



나는 용기 내어 말을 걸어 보았어요.

"저기... 여러분들!

내가 그쪽으로 좀 가도 될까요?"

세 도장들은 그제야 나의 존재를 발견한 듯이

나를 보더라고요.


나는 세 도장을 보면서 말했어요.

"자, 칭찬 도장님들!

내가 먼저 다 겪어봐서 그 기분 아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즐거운 일을 찾아야 해요.

오늘은 이 종이 위에 가만히 서보세요.

내가 여러분을 칭찬해 드릴게요."


세 도장들은 무슨 소린가 하면서도

내가 말한 대로 종이 위에 서더라고요.

나는 그들에게 좋아요라는 나의 칭찬 멘트를

그 어느 때보다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 찍었답니다.

그리고 내 칭찬의 말이 너무 짧은 만큼

부족한 부분들은 더 추가해서 들려주었어요.


"빨강 손잡이 도장님!

당신의 아주 칭찬해라는 말은

칭찬이라는 기분 좋은 말을

더 많이 강조해서 해주는 칭찬이잖아요.

그래서 당신의 칭찬이 참 좋아요.


노랑 손잡이 도장님!

당신의 최고야, 최고!라는 말은

칭찬 중에서도 한껏 더 높여주는 칭찬이잖아요.

그래서 당신의 칭찬이 참 좋아요.


파랑 손잡이 도장님!

당신의 참 잘했어요라는 말은

내가 잘했다는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쉽게 알려주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당신의 칭찬이 좋아요.


세 도장님들!

그동안 모두 수고 많았고

당신들의 활약은 정말 멋졌어요.

칭찬 도장인 당신들을 위해 칭찬 도장인 내가

이렇게 칭찬을 해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러한 내 마음이 잘 전달된 것일까요?

세 도장들은 좋아요라는 나의 말을 들을 때마다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어요.

도장들은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목이 메어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가장 활발해 보이는 노랑 손잡이 도장이

결심한 듯이 나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말을 못 꺼내니

제일 수다스러운 내가 대표로 말할게요.

좋아요라는 말이 이렇게 설레고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칭찬인 줄 몰랐어요.

너무 고마워요. 정말 최고야, 최고!"


노랑 손잡이 도장의 말을 듣는데,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어요.

나도 다른 사람들을 칭찬하는 도장으로만

활동을 했었지, 이렇게 나를 위해

최고야 최고라고 칭찬의 말을 해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처음이잖아요.

겨우 마음을 추스른 빨강, 파랑 손잡이 도장들도

내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더라고요.


야호! 나도 칭찬 도장들이 인정해 준

칭찬 도장이라고요!

나의 칭찬이 시시한 말이 아니라

최고일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고요.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거 같아요.



그동안 나의 칭찬 멘트가 외면당해서

많이 우울했던 시간을 보냈었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오늘의 내가

최선을 다해 다른 도장들을 위해

칭찬 도장을 찍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거의 희미해진 잉크로

온 힘을 다해 쥐어짜듯 찍어야만 했던

불편함은 있었지만요.

그래도 나는 오늘이 참 소중했어요.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내가 칭찬 도장이라서 행복했던 이유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거든요.

세 도장들의 감동받은 표정을 보며

오랜만에 칭찬 도장으로의 큰 기쁨을 느꼈답니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나를 위해

칭찬의 말을 해준 적이 없었네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칭찬하며 꾹 눌러봅니다.


(나는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칭찬도장이야기.jpg


keyword
이전 04화껍데기를 벗어야만 행복해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