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1초만 더!

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나는 요즘 많이 지쳤어요.

이게 도대체 뭔가 싶다니까요.

어떻게 나는 쉬는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있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나도 씩씩했어요.

부지런히 사는 거 좋았으니까요.

그렇지만 일을 했으면

휴식도 필요한 거 아닌가요?


오늘 24시간 근무했으면

그다음 날에라도 좀 쉬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나에겐 1년 내내

쉬는 날이라는 것이 없어요.


날마다 열심히 일하는데

교대 근무도 없이,

단 1초의 휴식이 보장되지 않았답니다.


나만 너무 힘들게 느껴진 데에는

매일 보는 친구들의 탓도 있어요.

나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두 친구는 나처럼 살지 않거든요.


우리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한 팀인데

나만 쉬지도 못하고 일한다는 생각에

점점 일하기가 싫어지지 뭐예요.


요즘엔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우리 팀 중에 내가 제일 말랐어도

그동안은 에너지가 넘쳤는데,

이젠 힘들어서 자꾸 짜증만 나요.


몸도 가녀린 내가 나보다 두껍고 튼튼한

두 친구보다 몇 배로 돌면서 움직이고 있으니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했어요.

늘 나만 숨 가쁘게 종종걸음이고

친구들은 느릿느릿 여유로워 보였으니까요.


두 친구에겐 한 바퀴 도는데도

쉬어갈 틈이 일정하게 보장되어 있는데 비해,

나에겐 '쉼'이라는 단어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이 구조가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졌어요.



아, 우리 팀 이야기를 하는 걸 깜빡했네요.

나는 탁상시계의 시곗바늘 팀에서 근무하고요.

담당 파트는 초침이랍니다.


친구들은 나를 '초'라고 불러요.

나는 찰나의 1초를 관리하고 있어요.

돌고, 돌고, 또 돌고, 하루 종일 돌아요.

그게 뭐가 힘드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하루 종일 같은 방향으로만 빠른 속도로

째깍째깍 돌아보세요.

말이 쉽지 얼마나 어지러운데요.


나는 365일 내내 쉬지도 않고 돌고 있어요.

아무렇게나 대충 도는 것도 아니고

일정하게 간격 맞춰 60걸음을 걷고 나야

겨우 한 바퀴를 돌 수 있답니다.


이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쉼 없이 걷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얼마나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데요.

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맘대로

멈추어 버릴 수도 없어요.

내가 그래도 책임감은 있는 초침이거든요.


이 질서를 깨뜨릴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시침이나 분침에겐 있는 여유가

나에겐 아예 없으니까 너무 힘들어요.


물론 나만 일하는 거 아니고

두 친구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긴 하죠.

근데 걔들은 나처럼 쉼 없이 돌지는 않으니까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잘 모르더라고요.

자기들이 대기하며 쉴 때도 계속 움직이는 나랑

어떻게 피곤함이 같을 수가 있겠어요.


나 아무래도 번아웃이 온 것 같아요.



탁상시계가 잘 돌아가게 하려면

우리 팀(초침, 분침, 시침)의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하는데요.

분침이(긴바늘)가 한 바퀴를 돌게 해주기 위해서

나는 자그마치 3600 걸음이나 걸으며

60바퀴를 돌아야 한다니까요.


아... 너무 바빠!

그러니 내가 휴식 시간이 어딨겠어요.

돌고 돌아 얼마나 어지러운지 몰라요.


내가 계속 도느라고 숨을 쌕쌕거리면

분침이는 내게 왜 그렇게 숨을 가쁘게 몰아쉬냐고

하더라고요.

"으이그, 네가 나처럼 돌아봐야 내 심정을 알지."

곁에서 아무리 봐도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거 같아요.


시침이(짧은바늘)는 분침이 보다 더 한가해요.

내가 시침이를 한 바퀴 돌려주려면

장장 12시간이 걸린답니다.


내가 자그마치 43,200 걸음을 걸어

720바퀴를 돌았을 때에야

겨우 한 바퀴 도는 시침이가

나의 이 바쁜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시침이는 어쩌면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서

지루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잠시도 쉴 틈이 없어서 동동거리는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에요.


그렇게 천천히 쉬어가면서 돌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난 자꾸 속상했어요.

"쟤들은 저렇게 편하게 잘만 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침이랑 분침이 빛내주자고 나만 힘겹게

뒤치다꺼리하고 있는 기분이 들더란 말이죠.

자꾸만 우울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 집의 주인이 어느 날인가부터

시침이랑 분침이만 보는 게 아니라,

자꾸만 나를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어요.


시침이와 분침이 보다

초침인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뭔가 신선하게 와닿았어요.


주인이 잘 안 되는 몸의 동작을 할 때마다

나를 뚫어져라 보면서 자꾸만 외쳐대는 거예요.


"윽... 1초만 더!"


특히 플랭크를 할 때는

1초가 왜 이렇게 기냐며

괴로워하지 뭐예요.

순식간에 지나가는 1초를 못 버텨서

힘없이 파드닥 거리는 몸짓이 너무 웃겨서

내가 얼마나 깔깔댔는지 주인은 모른답니다.


처음에는 정말 너무 못해서

보기만 해도 웃겼는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했어요.

안쓰러운 기분이 들더라고요.


내가 쉬고 싶다며 투덜거리는 1초가

주인에게는,

"조금만 1초만 더"라며 버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의 순간이었으니까요.


나에게는,

쉼 없이 째깍거리는 1초의 순간이 지겨워

멈추어 버리고 싶다 생각했는데

주인에게는 너무나 원하지만 잡히지 않는

그래서 반드시 넘어서고 싶은 1초더라고요.


"1초만 더"라고 외치기를 반복하더니

조금씩 나아지는 주인을 보니까요.

내가 부지런히 만들어내는 1초가 주인에게

희망을 주는 1초가 되어가고 있단 생각에

마음속에 기쁨이 차오르지 뭐예요.

오랜만에 보람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며칠 전에는 정말 생각지 못한

강제 쉼의 시간이 생겼었답니다.

건전지가 소진되어 시곗바늘 팀이

강제로 멈춤을 당했거든요.


강제로 쉬어 보니까 좋았냐고요?

아뇨~~~~.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1초 단위로 움직이던 내가

그렇게 정지하고 있으려니

그게 더 힘들었어요.

답답하고 무료하고 몸이 근질근질거리더라고요.

차라리 일하는 게 더 좋다는 걸 알게 됐죠.


결정적으로 너무 무서웠던 건요.

내가 멈췄어도 핸드폰 타이머 기능도 있고

주인이 자신의 1초를 더해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거였어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나는

건전지 다시 안 넣어줄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중요한 걸 잊고 있었어요.

내가 힘이 넘치던 때에는

1초의 순간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었는지를 말이에요.


그동안 내가 지치고 우울했던 건

건전지의 수명이 다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에너지 충전도 했으니까

지금부터 다시 힘차게 잘 돌아볼게요!


째깍 째깍 째깍...

지금 당신의 1초는 어떤가요?





초침이야기.jpg

ㄴ 초침인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이 지쳐있었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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