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의 옆자리에 있었어요.
한 몸처럼 꼭 붙어서
서로를 지켜주라고 정해진 운명 같았죠.
태어날 때부터 몸이 작은 내가
그 애한테 도움을 준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애는 나와 달리 몸이 커서
옆에서 보기만 해도 참 듬직했어요.
나보다 덩치는 몇 배로 큰 애가
나를 내려다보며 방긋 웃으면
미소는 왜 그렇게 아기같이 귀여운 건지
보는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지더라고요.
그 애의 머리는 언제나 나를 향해
살짝 기울어 있었거든요.
나만 제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한 미소였어요.
그 애의 옆자리는
마치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 지정석처럼 느껴지곤 했어요.
그 애의 옆자리에 쏙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작은 건,
이 마을에 오직 나밖에 없었거든요.
이렇게 작게 태어난 나를 지켜주려고
그 애가 함께 태어나주었나 봐요.
우리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무서운 게 없을 것만 같았어요.
우리는 표고 마을에서 태어난
이란성쌍둥이예요.
이름은 '표고 돌'과 '표고 순'이랍니다.
사실 우리 표고 마을에서도
우리처럼 한 몸으로 붙어 있는 버섯은
흔하지는 않거든요.
쌍둥이 버섯이 우리밖에 없었던 데다
이름까지 돌이와 순이로 구수하고 정겨워서
다른 표고들은 우리를 부를 때 합쳐서
"헤이 돌순"이라고 부르곤 했어요.
지금보다 어렸을 땐 돌순이가 뭐냐며
이름으로 놀리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는데요.
지금은 우리만의 특별한 애칭 같아서 좋아요.
돌이는 내게 큰 힘이 되는 존재였어요.
몸집이 작고 약한 나는 돌이에게
많이 의지했거든요.
내가 바라는 것은 조용한 이곳에서
돌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지만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우리가 언젠가는 맛있는 요리가 되기 위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래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요.
돌이와 나는 태생이 한 몸이라
우리가 도착하게 될 그곳이 어디든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나는 돌이만 같이 있다면
어디로 가든 무섭지 않을 것 같았어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돌이와 나에게도 드디어
마을을 떠날 시간이 다가왔어요.
우리가 한참 이동을 하고
마트를 거쳐 도착한 이 집에는
버섯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주인이 살고 있었죠.
우리가 표고버섯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의 마지막 사명은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버섯이 되는 일일 거예요.
돌이도 나도 결코 잊지 않은
표고로서의 사명이었어요.
돌이와 나는 함께 붙어 있었지만
다른 표고 한 개보다는 크고,
다른 표고 두 개보다는 훨씬 작았어요.
내가 워낙 작은 몸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혼자서는 다른 버섯 한 개의 양도 못 되지만
그래도 돌이와 나는 함께 힘을 합쳐
깊은 버섯의 맛을 내보자며 파이팅을 외쳤답니다.
우리가 어떤 요리에 들어가게 될까 궁금했어요.
오늘의 메뉴는 버섯볶음으로 정해졌다고 하네요.
돌이와 나는 그동안 아주 다정한 사이였던 만큼
우리의 버섯볶음은 사랑이 배인
깊고 진한 맛의 버섯볶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표고로서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게 되겠네요.
근데 있잖아요.
사실 나는 너무 무서웠어요.
싱크대에서 말로만 듣던 이 집 프라이팬을
처음 스치듯 보았을 때,
프라이팬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크더라고요.
나의 몸은 이렇게나 작은데
저렇게 큰 프라이팬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치지지직 볶아질 때
뜨거운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면 어쩌죠?
얼마나 뜨거울지 상상만 해도 무서웠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 돌이를 생각하면
좀 진정이 됐어요.
아무리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 있더라도
돌이가 나를 꼭 안아줄 테니
뜨거움쯤은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죠.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리 표고 팀들이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게 된 곳은 도마 옆이었는데요.
버섯볶음을 하려면 우리를 썰어야 된다지 뭐예요.
나는 이때까지 볶음 요리가 되기 위해
우리가 썰릴 수도 있단 걸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돌이와 떼어지게 되는 걸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단 뜻이기도 해요.
돌이와 나는 한 몸으로 붙어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단 말이에요.
내게 어떤 상황이 와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건
돌이와 내가 반드시 함께 붙어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그런 우리를 갈라놓겠다고요?
그것도 저 커다란 칼로 썰어서?
아, 안 돼요! 싫어요! 싫어요!
나는 돌이와 절대로 떨어질 수 없단 말이에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재하는 내내
함께 붙어 있었는데, 그 애를 떼어 놓은 나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요.
내가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으니까
돌이가 괜찮다면서 나를 꼭 안아주었어요.
그 어느 때보다 돌이의 존재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순아! 겁내지 마. 괜찮을 거야.
다른 표고들은 혼자서도 해내는 일인데
우리는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였잖아.
그것만으로도 복 받은 거였어. 그러니
도마 위에 올라가도 서로의 기운이 전해져
덜 무서울 거야."
"돌아, 정말 그럴까?"
"응, 그럴 거라고 나는 믿어."
이렇게 무서운 순간에 우리 돌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돌이와 내가 주인에게 잡혀
봉지 밖으로 나왔을 때,
주인은 갑자기 깔깔 웃기 시작했어요.
"어머머, 요 작은 버섯은 뭐야?
큰 버섯에 작은 버섯이 찰싹 붙어 있네.
너무 앙증맞잖아. 아고 귀여워라.
어쩜 얘들은 안아주고 안겨 있는 것처럼
이렇게도 사랑스러운 모습일까?"
봉지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웠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깔깔대는 주인의 웃음소리 때문에
나도 긴장이 좀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돌이를 올려다봤죠.
"돌아, 너도 들었지? 나보고 귀엽다는데?
어디서나 흘러넘치는 이 매력 어쩌냐고..."
어깨를 으쓱으쓱하는 나를 보며 돌이가 말했어요.
"그래 축하한다! 버섯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통하는 너의 귀여움 멋지다 멋져!"
너무 두려워하는 나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돌이가 내 말에 장단을 맞춰 주더라고요.
방금 전까지 벌벌 떨던 나는 어디로 가고
장난칠 여유가 다 생기더라니까요.
우리 돌이가 얼마나 다정한 표고인지
인간 세상에도 널리 알려야 하는 건데...
그걸 오직 나만 알고 있네요.
대기 중이었던 다른 버섯들이
우리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고요.
아직 볶음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기름 한 통을 쏟아부은 것처럼
분위기가 느끼하냐고 말이에요.
나는 무서워서 눈물까지 찔끔 났었는데
돌이가 내 말에 장단을 맞춰준 덕분에
긴장도 풀리고 좀 편안해졌어요.
돌이는 언제나처럼 나를 보면서
편안하고 예쁜 미소를 지어주었어요.
이제 정말로 시간이 된 거 같아요.
우리가 프리이팬에 들어갈 시간!
우리는 마지막 대화를 담담히 나누었어요.
"순아, 이제 괜찮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되게 무서웠거든.
근데 네가 너무 무서워해서 달래주다 보니
나도 덩달아 안정이 되더라.
그리고 너는 몰랐겠지만 덩치 큰 나도
사실은 너한테 기대서 많이 의지했었어."
"정말? 와... 너무 다행이다.
내가 너한테 도움도 못 주면서
너무 일방적으로 기대기만 한 거 같아서
좀 많이 미안했거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돌이는 내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나를 더 꼭 안아주었답니다.
나도 돌이를 꼭 안아주었어요.
이제 나도 프라이팬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어요.
아, 그런데 뭐야 뭐야.
겨우 마음 잡았는데 자꾸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네요.
우리가 봉지에서 나온 순간부터
귀여워하며 보던 주인이,
돌이와 나만 다른 통으로 옮기지 뭐예요.
우리가 너~무~~~ 귀여워서
오늘은 도저히 볶아버릴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뱃속에 들어가 버리면 귀여운 모습을 못 보니까
며칠만 더 본 후에 결정하겠다고 하더군요.
만약에 다른 친구들은 다 버섯볶음이 되고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았다면
너무 싫었을 것 같은데,
돌이와 함께라서 좀 안심이 됐어요.
뜻밖의 보너스 시간이 생긴 덕분에
돌이와 며칠을 즐겁게 보냈지요.
그런데 즐거움 뒤엔 우리에게
또 생각지도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른 것도 아닌, 무더운 날씨 때문에
우리가 위기를 맞을 줄은 몰랐네요.
이게 방심했던 주인 때문이에요.
날도 더운데 냉장고에라도 좀 넣어주지
무슨 관상식물 감상하듯이
돌이와 나를 실온에 그냥 두니까
더위 때문에 냄새도 이상하게 변했잖아요.
추가시간이 생겼다고 좋아했더니
우리 돌이만 아프게 되어 너무 속상했어요.
주인이 우리를 귀여워해 준 것은 고맙지만
이 무더위에 습기 가득한 우리를
실온에 그냥 둔 건 원망스러워서
엉엉 울고 있었더니 돌이가 그러더라고요.
주인 덕분에 며칠 동안 행복했으면서
그렇게 원망하면 안 된다고 말이에요.
이렇게 덥고 습한 날씨에
돌이 옆에 찰싹 붙어 있었는데
의외로 나는 아프지 않고 멀쩡했어요.
모두 돌이 덕분이에요.
버섯볶음 되기 전 1초 샤워 때도
나는 몸이 작은 덕분에 돌이의 몸에 가려져
많이 젖진 않았거든요.
돌이가 제대로 나의 우산이 되어주었던
순간이었던 거죠.
며칠 대기하는 동안 내 몸은
비교적 빨리 말랐어요.
몸이 작아서 좋은 건 이럴 때였어요.
그렇지만 덩치가 큰 돌이는 나처럼
빨리 마르지를 못했어요.
주인은 젖은 우리를 실온에 두고
귀엽다고 감탄이나 했을 뿐
우리가 몸에 습기를 머금고
공기까지 습한 날씨에 얼마나 힘든지는
알아채지 못하더라고요.
그러다 돌이의 색깔이 칙칙해지기 시작했어요.
"돌아, 너 괜찮아? 많이 아파 보여."
"괜찮아. 괜히 내 옆에 있다가
너까지 아플까 봐 걱정이야."
우리 돌이가 얼마나 듬직하고
건강한 표고버섯이었는데,
색깔도 칙칙하게 변해가는 것을 보니까
너무 속상하고 한편으론 무서웠어요.
요리도 되지 못하고 저렇게 썩어버리면 어떡해요.
나는 있는 힘을 모아 외쳤어요.
"우리 돌이가 아파요.
제발 좀 냉장고에 넣어달란 말이에요."
언제나 그렇듯 인간들은 꼭 중요한 순간에는
우리들의 말을 듣질 못했죠.
그렇게 속만 타들어가고 있었어요.
그러다 주인이 우리의 모습을 보았을 때
돌이를 보면서 깜짝 놀라더라고요.
"버섯 빛깔이 왜 이러지? 날이 더워서 상했나?"
냄새를 킁킁 맡아보던 주인은
아무래도 버섯 냄새가 이상한 것 같다면서
자꾸만 옆에 있는 나를 쳐다보는 거예요.
그러더니 나만 따로 떼어내겠다네요.
상태가 안 좋은 돌이 옆에 있으면
나까지 상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였어요.
그런 상황을 다 들은 돌이가
주인을 향해 외친 말 때문에
나는 너무너무 슬펐어요.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제발 순이 좀 나한테서 떼어주세요.
내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러다 순이도 나처럼 아플까 봐 걱정이에요.
제발 빨리 좀 떼어주세요."
시들시들 기운도 없는 돌이가
내 걱정하느라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던지
마음이 아파서 눈물 났어요.
나를 떼어내 달라고 말하는 그 마음을 알면서도
돌이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을 막상 들으니까 속상했어요.
"돌아,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
나는 처음부터 너랑 같이 붙어서 태어났고
끝까지 너랑 같이 붙어 있을 거야."
"순아, 이러다 너까지 이상하게 변하면
어쩌려고 그래?
"괜찮아. 그래도 우리 함께 있잖아.
나는 너랑 같이 있으면 그런 거 안 무서워."
사실 우리가 아무리 외친다 해도
자기들 말만 중요한 인간들에겐
우리의 말 따윈 들리지도 않겠지만요.
그래도 제발 돌이와 함께 있고픈 내 마음을
주인이 싹둑 잘라내는 일이 없길 기도했어요.
나의 마음이 주인에게 닿았을까요?
생각지 못한 사과를 하더라고요.
상하게 해서 미안하다고요.
냄새나는 큰 버섯 옆에 계속 두면
내가 상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주인은 돌이와 나를
갈라놓질 못하겠더래요.
자신이 떼어내 버리면 돌이와 내가
너무 많이 슬퍼할 것만 같아서 못하겠더래요.
나는 주인의 그 말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아주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니요, 절대로 미안해할 것 없어요.
내가 원했던 것이 바로 그거니까요.
사실 당신 좀 미워하고 원망했는데요.
당신의 그 결정은 정말 고마워요."
내 말을 들은 돌이가 물었어요.
"정말 괜찮겠어?"라고.
나도 대답해 주었어요.
"내가 너무 작아서 너처럼 든든한
우산은 못되어 주겠지만,
대신에 너를 더 많이 꼭 안고 있을 거야.
네 옆에 딱 매달려서
네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 줄 거야."
돌이는 다시 묻더라고요.
"냄새가 점점 심해지면 그 소리
쏙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나도 대답했죠.
"돌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지금은 그냥 같이 있는 것만 생각할래.
그래도 우리 함께 있잖아.
너도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푹 쉬어."
"고마워. 네 덕분에 되게 든든한데?"
기운도 없으면서 돌이는 살짝 웃었답니다.
내가 늘 원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이렇게 같이 있어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서로에게 기대어 편안하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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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말이에요.
꿈속에서 주인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아요.
"버섯들이 참 다정하게도 말랐네.
큰 몸이 쪼그라들면서도
자기보다 훨씬 몸이 큰데도
어떻게든 서로를 지키려고 했나 봐.
힘주어 서로를 꼭 안아주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