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타닥... 탁... 타다닥...
타닥... 탁... 타다닥...
아니 어떻게 이 소리를 못 들을 수가 있어요?
내가 팝콘이에요?
내가 장작이냐고요?
왜 이런 소리가 나게 만드는 건데요.
아... 뜨거워!!!
이러다 내 몸이 모두 타버리겠어요.
오늘의 이 당황스러운 사건에 대해
내가 대표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나는 오늘 이 여행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었단 말이에요.
우리들이 모든 코스를 잘 마칠 수 있게
물 관리를 잘해주어야 할 주인이
구역을 이탈해서 딴 데로 가버리는 바람에
우리들은 단체로 멘붕 상태랍니다.
사고 쳐놓고 돌아오지 않는 주인 때문에
나는 애꿎은 프라이팬에게 짜증이 나더라고요.
사실 프라이팬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프라이팬은 자기 맡은 일을 잘하고 있었거든요.
불도 제일 약했고 물의 양도 부족하지 않았어요.
그대로 잘 끓여주면 됐었답니다.
우리들은 그냥 따뜻한 물에서 몸 불리면서
보드라워질 때까지 보글보글 잘 끓고 있으면
되는 거였다고요.
그런데,
모든 과정을 체크해야 할 주인이
이 구역을 이탈해 버리다니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처음에는 정말 좋았어요.
냉탕에서 몇 시간 동안 몸을 불릴 때는
시원해서 좋았고요. 장소를 이동해서
프라이팬으로 옮겨진 다음에는
따뜻한 물에 푹 잠겨 노곤해지는 그 느낌이 좋았죠.
그동안 건조하고 단단하기만 했던 내 삶에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푹 몸을 담글 수 있단 게 정말 좋더라고요.
딱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기분이 좋은 최상의 상태에 도달했는데도
주인이 돌아올 생각을 안 하지 뭐예요.
보글보글 끓던 물은 이제 너무 오래 끓어서
뜨거운 고통에 괴로울 지경이 되었는데도
주인이 돌아오질 않으니까 초조해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우리들은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성격도 모난 데 없는 콩이거든요.
아무런 불만이 없는 우리들이었어요.
우리들이 편히 몸 담글 수 있게 해주는
프라이팬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점점 바닥이 달궈지는 프라이팬 때문에
괴로워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이게 다 우리 주인이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왜 다른 구역으로 사라져서 오질 않는 거냐고요.
그나마 위쪽에 있어서 아직은 참을만했던 내가
프라이팬에게 부탁을 해보았어요.
"조금만 천천히 달궈지면 안 돼?
너무 뜨거워. 몸이 탈 것만 같아."
"이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야.
멈추고 싶어도 불이 계속 나를 달구는데 어떡해."
"그래도 프라이팬 너는 단단하니까
쭈글쭈글해지는 우리 피부보다는 오래
버틸 수 있잖아. 제발 부탁이야."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된다니까.
너네들이 덥다고 물을 다 먹어버려서
지금 내 몸도 타려고 하잖아.
물 좀 아껴서 먹지 그랬니?
너네 때문에 매끄럽던 내 피부가
거칠거칠하게 타들어가고 있잖아."
"프라이팬 너 말 다 했어?
네가 너무 뜨거워지고 있어서
우리가 물마저 안 먹으면 버티지 못해.
새까맣게 타버린단 말이야."
프라이팬도 답답하고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자꾸만 프라이팬한테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때 프라이팬이 뭐라는지 아세요?
"너는 원래 까만 콩이잖아.
어차피 까만데 좀 더 타는 게 뭐가 문제야?
나는 타서 벗겨지고 거칠거칠 해지면
폐기처분당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제발 물 좀 그만 먹어.
내 몸이 타기 시작하면 너희들도 지켜줄 수가 없잖아."
프라이팬이 하는 말이 맞고 이해도 되는데
원래 까만데 좀 더 타는 게 뭐가 문제냐는
그 말에는 화가 나더라고요.
피부가 까만 거랑 화상 입어서 살이 타는 게
어떻게 같아요!!!"
근데 프라이팬이랑 한참을 싸우다 보니
우리끼리 왜 싸우고 있나 싶은 거예요.
정작 책임져야 할 주인은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프라이팬이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뜨거운 불이 계속 엉덩이를 지지는데
물도 다 졸아든 마당에 무슨 수로 버티겠어요.
주인이 방에 가지만 않았어도,
아니 갔다가 빨리 돌아오기만 했었어도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잖아요.
건강한 까만 콩인 우리를 몸에서 탄내 나도록
만들어버리고 있는 이 상황 어쩔 거냐고요.
아마 우리가 타버리는 순간 몸에 안 좋다며
버림받는 건 프라이팬과 똑같을걸요?
우리 검은콩들의 오늘 활동이
알갱이 연맹의 단체 활동이다 보니
물이 너무 빨리 부족해지더라고요.
위급 상황에 놀라서 너무 많은 물을 마셔버리긴 했어요.
프라이팬이 버틸 만큼의 물을 남기지 못한 건 미안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고요.
자르르 윤기 나는 콩자반이 되어야 하는데
그전에 다 타버리게 생긴 걸 어쩌냐고요.
더 지체할 수 없었어요.
우리끼리 백날 싸워봐야 소용없고
조금이라도 빨리 주인에게 이 위급상황을
알려야만 했어요.
프라이팬과 우리들은 힘을 합쳐 외쳤어요.
비상! 비상!
타닥 탁 타다닥 비상경보 발생!!!
프라이팬과 콩들이 타들어가고 있다고요!
탁탁 타다닥... 탁탁... 타타닥...
나는 검은콩!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었어요.
나는 따듯한 물에서 온천을 즐기다가
간장수에 몸을 담가 선명하게 화장하고
설탕수에 몸을 담가 달달한 내음도 더하며
그렇게 자르르 윤기 나는 아름다운 콩자반으로
변신하는 날이었지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 아름다운 콩자반이 될 수 있었을 거예요.
우릴 잊어버린 주인이 미워요.
앞으로는 이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제발 시간 좀 놓치지 말아 주세요.
누군가의 소중한 변신 여행이
당신의 부주의로 인해
슬퍼질 수도 있답니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