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삼이와 토실이

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곰삼이는 오늘 처음으로 설렌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꼈습니다.

노란 원피스에 빨간 두건을 쓴 토끼 인형이

곰삼이가 살고 있는 상자에 새로 들어왔거든요.


곰삼이는 펠트천으로 만들어진 곰인형이에요.


루돌프도 아니면서 코는 새빨갛고

뭐가 그리 좋은지 방실방실 웃고 있는

토끼 인형을 보자마자,

곰삼이는 그 애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말을 걸었어요.

"안녕? 너무 반갑다. 내 이름은 곰삼이야.

너는 이름이 뭐니?"


"나는 토실이야.

너는 네 이름이 마음에 드니?

주인이 바느질을 엄청 열심히 하면서

나를 만들기에, 이름을 정말 기대했거든?

근데 토실이가 뭐냐. 토실이가!

평생 불려질 이름인데 별로 고민도 없이

그냥 툭 던지듯이 옜다 이름! 이런 식으로

짓지 않고서야 이게 말이 되냐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이름 때문에 슬프더라."


"저기 너 흥분하는 중에 미안한데...

토실이가 어때서? 예쁘기만 한 이름인데?

날 봐. 곰삼이도 있잖냐.

너는 이름이 어떻든 상관없이 귀여워.

나는 너를 보자마자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어머나! 그거 환영 고백이야?

넌 기분 풀어주는 법을 아는구나?

이름 때문에 마음 상했다가 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 고마워.

근데 너는 이름이 참 특이하다.

왜 이름이 곰삼이야?

너는 되게 날씬한 곰인형인 거 같아."


"날씬한 곰?

나도 너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하하.

나도 이름에는 진짜 불만이 많아.

나는 세 번째 만들어진 곰인형이라서 곰삼이야.

그러니까 곰 3인 거지.


"아하! 그래서 곰삼이? 푸하하 하하하...."


"얼마니 이름 짓는 게 귀찮았으면

곰일, 곰이, 곰삼이로 짓는 걸까.

이름이 일, 이, 삼인 게 말이 되냐고!

곰사까지 만들까 봐 걱정했는데

나를 만들고 나서는 주인도 지쳤는지

더 이상은 안 만들더라. 너무 다행이야!

우리를 만들 만큼의 정성도 있으면서

왜 이름은 그렇게 지었는지 정말 모르겠어."


"근데 곰삼아! 기억하기는 좋아.

나는 네 이름은 절대 안 까먹을 자신 있어.

그러면 곰일이랑 곰이는 어디 있어?"


"주인이 친구들에게 선물로 보냈어."


"아, 그렇구나.

그럼 우리도 여기를 떠날 수도 있는 거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제 우리 둘뿐인데 설마 보내겠어?

근데 토실아! 진짜 진짜 반갑다.

나 혼자서 되게 외롭고 심심했거든.

네가 이 상자에 새로 오니까 너무 좋다."


"그래. 나도 너무 반가워."


곰삼이와 토실이는 첫만남부터

쿵짝이 잘 맞았어요.


곰삼이와 토실이가 함께 살게 된 집은

예쁘게 지어진 인형의 집도 아니고,

선반 위에 놓여있던 플라스틱 상자였는데요.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어느 날,

토실이와 곰삼이는 주인이

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들었어요.


"응, 나야.

내가 펠트 천으로 인형을 만들었는데

하나씩 나눠주고 두 개 남았거든.

토끼랑 곰이랑 하나씩 있는데 뭘로 줄까?"


주인의 통화를 들으면서 곰삼이와 토실이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특히 곰삼이가 헤어짐에 더욱 예민했답니다..

다른 인형들과는 일찍 헤어져서

정들 사이도 없었지만, 토실이는 달랐거든요.

혼자였던 곰삼이에게 생긴 첫 번째 친구이자,

말이 잘 통하는 친구였으니까요.

토실이가 없이 혼자 상자에 남거나

혼자 떠날 생각을 하면 참을 수가 없었어요.


"있잖아. 토실아!

너는 나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내가 만들어지자마자

처음 만난 친구가 너잖아.

나는 처음부터 너랑 함께였기 때문에

너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어."


"그래, 토실아!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어떻게든 꼭 붙어있자."


곰삼이와 토실이가 함께 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주인은 누구를 친구에게 보낼지

결정한 것 같았어요.


주인은 우리에게 다가와 토실이를 잡더니

상자에서 빼서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아, 싫어. 싫어. 나는 가기 싫어요.

곰삼아! 나 안 갈래!"

토실이는 곰삼이를 부르면서 훌쩍이기 시작했어요.


"토실아! 걱정하지 마.

내가 상자에서 뛰어내려서라도

꼭 너를 따라갈게."


곰삼이가 상자 밖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주인이 곰삼이도 확 잡더니

바닥에 있는 토실이 옆에 세워주었어요.

둘이 손이 닿게 말이에요.


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건지

곰삼이도 토실이도 어리둥절했어요.


주인은 곰삼이와 토실이에게 다정하게

눈을 맞추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얘들아!

내가 너희 둘 다 핑크천으로 만들어서인지

너희는 꼭 한 세트 같아.

그래서 떨어뜨려 놓을 수가 없더라.

하나만 다른 데 보내면 다른 하나가 외로워서

슬퍼할 거 같아서, 너희를 헤어지게 못하겠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너희를 보낼 건데,

둘이 꼭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해. 알았지?"


토실이와 곰삼이는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이제야

웃을 수 있었죠.


주인의 말이 이어졌어요.

"너희들을 정말 정성스럽게 만들었단다.

혹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건

내가 이름 짓는 센스가 없었기 때문일거야.

그래도 대충 지은 이름 아니고,

나한테는 정겨운 이름이었어.

새로운 집에 가면 내 친구가 너희들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줄지도 몰라.

잘 가라. 나의 이쁜이들!"


그동안 주인을 오해하고 있었네요.

대충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이 아니라

센스 부족이기 때문이라는 말에

속상했던 마음이 사라졌답니다.


그리고, 주인의 말을 들으면서

곰삼이와 토실이는 깨달았어요.

이미 자신들의 이름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요.


그동안 곰삼이와 토실이가

서로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동안

그 이름에 정이 듬뿍 들어버렸거든요.


헤어지지 않고 같이 있게 해 준 주인에게 고마워서

곰삼이와 토실이는 진심을 담아 인사를 건넸어요.

"안녕, 주인님! 그동안 고마웠어요."



곰삼이토실이202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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