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아파트 담장 안쪽에는 노란 꽃들이 피어있어요.
피어난 지 얼마 안 된 노란 꽃들은
모든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답니다.
높고 푸른 하늘도 너무 예쁘다 생각했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시원해서 좋았고,
따스한 햇살 아래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꽃들은 사람구경 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길 건너편에 보이는 중학교에서는
점심시간만 되면 애들이 운동장에 몰려나와서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게 보였어요.
담장 바깥쪽에 보이는 꽤 넓은 인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죠.
아기를 품에 안은 젊은 엄마도 지나가고,
두 손을 꼭 잡은 연인도 지나가고,
장 봐서 걸어가는 아주머니도 보이고,
유모차를 밀면서 천천히 걷는 할머니도 보였어요.
꽃들은 아파트 담장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안전하게 자기들을 보호하면서 담장 밖의 세상을
구경할 수 있었으니까요.
어느 날 작은 아이가 지나가면서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저기 노란 꽃이 있어."
"그래? 어디? 어머 정말이네."
"노란 꽃들아 안녕?
너희들 너무 예쁘다.
다음에 또 보자. 안녕!"
노란 꽃들은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다음에 또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며칠 뒤에 아이는 또 지나갔어요.
"꽃들아 안녕? 잘 지냈지?
나는 엄마랑 마트 갔다 오는 길이야."
"인사했으면 이제 가야지!"
"엄마! 저 꽃들이 가까이 보이면 좋겠어.
저기 안에 있어서 만져볼 수가 없잖아."
"모르는 사람이 와서 막 만지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
"아니... 싫을 것 같아."
"거봐, 꽃들도 똑같아. 예쁜 꽃들은 그냥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봐야지. 사람들이
막 만지고 꺾고 그러면 속상하고 아플 거야.
이제 집에 가자!"
"꽃들아! 다음에 또 올게. 안녕!"
노란 꽃들 중에는
귀여운 아이가 너무 좋아서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하는
꽃이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씩 밖으로 몸을 틀면서
줄기를 담장 밖으로 내밀기 시작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안전한 담장 밖으로 나가려는
노란 꽃이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꽃들끼리 뭉쳐서 같이 있어야 더 안전한데,
혼자서만 자꾸 밖을 향해 뻗으려고 하니
걱정이 될 수밖에요.
저러다 누가 보고 꺾기라도 할까 봐
사람을 조심하라고 말해도
노란 꽃은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담장 밖으로 줄기가 나온 노란 꽃은
아이가 언제 지나가는지만 기다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드디어 아이를 다시 볼 수 있었어요.
"어? 엄마, 엄마!
노란 꽃이 밖으로 나왔어."
"그러네? 사람들에게 인사해 주려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오늘도 안녕?
혼자만 나와 있어서 무섭지 않니?
가까이 보니까 더더더더 예쁘네.'
"한별아!
엄마가 핸드폰으로 꽃 사진을 찍어줄까?
집에 가서 보고 싶을 때 볼래?"
"와... 신난다. 예쁘게 찍어줘."
노란 꽃은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한별이가 예쁘다며 봐주었으니까요.
그 후로도 한 번씩,
지나가는 아이를 볼 수 있어서
노란 꽃은 정말 행복했어요.
어느새 공기가 쌀쌀해지고 있었어요.
혼자만 담장 밖으로 피어 있는 노란 꽃은
날씨의 변화가 확 느껴지는 기분이었어요.
"왜 요즘은 한별이가 안 보이지?
나는 이제 곧 시들 것 같은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던 밤이 지나고
다시 밝은 햇살이 세상을 비추던 날에,
한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담장 옆을 지나게 됐어요.
"엄마, 꽃들 보고 가자.
노란 꽃들아 안녕? 모두 잘 지냈지?"
그런데 담장 밖으로 나와있던 노란 꽃이
보이질 않았어요.
"엄마, 노란 꽃이 없어졌어."
"그러네. 다른 꽃들과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나 보다.
어제 바람이 많이 불었잖아."
딱 한송이만 밖으로 뻗어 있던 노란 꽃은
간밤의 비바람과 함께 꽃잎이 떨어져
훨훨 날아 여행을 떠났나 봐요.
한별이는 엄마 핸드폰 속에 있는
노란 꽃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노란 꽃을 잊어버리지 않고 잘 기억할 거라고 말이에요.
핸드폰 속에 있는 노란 꽃은 여전히 예뻤어요.
한별이에게 "오늘도 안녕?"이라고
웃으며 인사해 주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