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감사 시즌이 오면 팀장중에 꼭 한 명은 잘렸어요. 사적으로 법카를 쓰다가 들킨 거죠.”
부장님은 운을 띄웠다.
“사람들이 좋을 때는 좋아. 잠잠하게 있는다고. 하지만, 한번 일이 터지면, 벼르고 있다가 그 사람의 이전 것도 다 끌고 와서 한방에 가는 거예요. 그게 회사생활이고, 야비해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완결무오한 회사생활을 영위하는 게 중요하단 거. 이젠 아시겠죠?”
월급 같은 가을이 가시고, 검은 기모외투를 입으신 부장님과 함께 마포대로변을 걸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성범 씨, 예전에는 그런 말들도 있었어요. 성범 씨가 노조위원장처럼 사람들 선동했다는 거. 그렇지만 이후부터는 (끄덕) 다행히 잠잠해졌고.”
그는 유재석의 예시를 들었다. 유재석은 카메라가 없을 때도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그래서 어디 논란될거리 단 한 가지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마치 공자가 일흔에는 종심(怂心) 한다고 말한 것처럼,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입에 재갈을 물리고 기나긴 시간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모두가 뒷담 할 때 나서서 홀로 이야기했다. 모두가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다른 행위들을 반복하고 있었고, 그 문제에 쌓일 대로 쌓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나서서 총알받이가 되었고, 그전에도 이미 마이웨이 회사생활 덕에 사소한 문제들로 간부들에게 안 좋게 찍힌 상태였다는 것을, 나에게 얼마큼 비우호적인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을 누구보다 잘한다는 프라이드가 있었다. 그건 이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잘해봤자, 회사에 녹아들지 않은 이방인과 같았다. 정말 경영진을 이해하려고 했는가?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내가 먼저 고고한 태도로 선을 긋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쌍팔년도 대기업 입사 질문 중 이런 게 있다. 다음은 회사 구조조정시 가장 먼저 내보내야 할 사람이다. 누구인지 맞춰보시오.
① 멍청한데 게으른 사람
② 멍청한데 열심히 하는 사람
③ 똑똑한데 게으른 사람
④ 똑똑한데 열심히 하는 사람
답은 2번이다. 무엇이 기업을 위한 것인지 모르고 열심히 무엇이든 하면 위험해진다. 일방적으로 회사를 자신이 해석하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무시하면 질서가 흐트러지고 리스크가 생긴다.
상사에게 먼저 다가가 고개 숙이고, 최근 들어 있던 일과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아룄다. 그들도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진심으로 말했다.
상대를 멍청하게 여기면 소위 나도 멍청한 짓을 한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는 상대가 가진 문화적, 사회적 입장을 한번 더 숙고해 보는 것에 있다.
나는 문화 속으로 잠수하는 법을 잘 배우고 있는가, 발목만 담그고 문화에 대해 평가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