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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Jan 29. 2022

14. 오타쿠가 되고 싶다.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오타쿠



14. 오타쿠가 되고 싶다.     


오타쿠라는 단어 또한 그닥 좋지 않은 어감이었다. 마치 화농성 여드름이 얼굴 전체에 짙게 분포되어있고, 살이 뒤룩뒤룩 쪄서 팔꿈치에는 검은 땟국물이 드리웁고, 덥수룩한 정돈 되지 머리에 안경을 필수이고, 언제 씻은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악취가 풍기며, ‘미미 쨔응-’ 하면서 말 그대로 ‘오덕 오덕’이라고 소리 낼 것만 같은 어감이었다. 


허나, 나는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고서는, 이러한 오타쿠들을 높게 평가하는 바이다.

오타쿠들의 사전적 의미는, 본디 ‘오덕후’가 근원이며 무엇인가 [한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한 분야에 광적으로 몰두하며, 집중력이 훌륭한 그 사람들을 우리는 고작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뚱뚱한 사람’이라는 캐릭터에 묶어놓곤 하였다.


그러한 캐릭터로 묶어놓기에 오타쿠 들은 너무나도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나 또한 오타쿠가 될 수만 있다면 수백 번 그리 할지어다. 전기자동차인 테슬러 주주 일론 머스크를 보고, 사람들은 ‘성공한 오타쿠’라고 표현하던데, 나는 비단 성공하지 않더라도 오타쿠 자체가 성공을 지칭하는 바가 아니지 않나 한다. 


나와 당신 포함, 우리는 어느 한 분야에서 진정한 오타쿠가 되었다면 이리도 쓸쓸한 밤 방구석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진 않겠지. 우리는 갈망하였지만, 목말랐지만, 실은 조금 부족한 오타쿠였나 보다. 진정한 오타쿠라면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내 발밑에서 발 닦아주는 하녀 둘셋 정도는 거느려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만큼 염원하며 갈망하던 분야가 있었느냐고 내게 묻고 싶다. 될 대로 되라지,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흘려보내던 아까운 세월들이 얼마였더냐. 나는 그렇게 진정한 오타쿠가 되지못했다. 내가 책을 조금 더 사랑했더라면, 말 그대로 문학 오타쿠였더라면 지금쯤 나는 한국의 셰익스피어 정도로 불릴 것이었다. 

하지만 제 입맛 맞는 것만 골라보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나는 오타쿠가 될 만한 자질이 부족했다. 그러므로, 나는 한 분야의 오타쿠들을 매우 비범하며 위대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한 일례로, 나는 저마다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매우 멋지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에 열중하며, 그로 인해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면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량이 늘어나 우울감이 완화된다고 한다. 그것이 게임이 되었던, 책 읽기가 되었던, 등산이 되었던 우리는 그 활동으로 인해서 의욕, 흥미가 들어있는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도파민을 전달받곤 한다. 


나는 무엇인가에 열중할 때, 주위 소리가 시끄러워진다거나,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다면 집중력이 깨지면서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곤 하였다. 

그래서, 취미생활을 할 적에는 핸드폰을 멀리하고, 방문을 콕 닫아놓는 습관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은 연락이 잘 되지 않는 나를 더러 이해하지 못하곤 했다. 그런 사람들의 꾸지람을 듣고선, 멀티플레이가 전혀 되지 않는 내가 혹시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닐까 스스로 의심하던 적이 있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언어나 인지 능력은 비교적 정상인 듯 보이지만,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만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 하고, 관심 없는 분야라면 갑자기 먼산을 보며 딴소리를 하는 사회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흥미 있는 분야가 생긴다면 3일이건 며칠이 되었건, 밤을 꼴딱 새우며 관련 자료를 찾아야 하는 광기 어린 행동 또한 한몫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오타쿠의 정의를 알고부터, 나를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 오타쿠가 되려 잠자고 있는 애벌레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의학적 소견이 아니라, 통계학적인 ‘다수’ 이듯이 아스퍼거 또한 장애라고 표현할 수 없지 않을까 한다. 

오십 년쯤 뒤에는, 한 과목에 집중하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되려 ‘비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분류되어 의학적 장애판정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거나, 나는 오늘도 진정한 오타쿠가 되고 싶다.  

   

“오덕 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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