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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Jan 29. 2022

15. 정신 병원에 가보길..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차별



15. 정신병원에 가보길..  

   

우리는 차별이라는 단어를 참 미워하곤 했다. 내가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거나, 무리의 소속감을 느낄 수 없을 때면 그것을 ‘차별’이라 칭하며 소외감을 느끼곤 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차별이란 단어를 제 좋을 대로 사용하곤 하였다. 

이를테면 장애인, 노약자 등의 사회 소수층을 ‘차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화를 내었지만, 자신이 회사나 무리 중 어떠한 계급에서 한 단계 올라가 ‘차별’이라는 진급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하위계급들과 나를 구별 지을 수 있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불리하게 당하면 ‘차별’이었고, 내 기준 합리적인 듯 선택받거나, 선택한 것이라면 그것은 ‘특별’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그 차별이란 단어를 혐오하지만, 내면에는 차별받고 싶은 적이 더러 있을 터였다.


차별이라는 단어는 원래 ‘구별’의 소분류이다. 구별이 조금 더 둥글둥글한 느낌이라면, 차별은 발음이 조금 거센 치읓이 들어가서 그런가 무언가 뾰족한 느낌이 들뿐이다. 사실 알고 보면 같은 단어일지니라.      


차별

[명사]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라는 성격 분류 유형에 관하여 들어 본 적이 있는가?

A, B, O, AB형 네 가지 분류 로만 구별하던 좁은 카테고리와는 달리, 4배나 늘어나 16가지 유형이 있다는 점에서 나 또한 흥미롭기도 하고, 나름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면 대뜸 당신의 mbti가 무엇이냐고 물을 만큼, 이것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것은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포괄적으로 물을 수 있는 하나의 자기소개서 정도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 mbti라는 논문이 있다면, 당신과 조금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으며 당신을 파악하기도 쉽다는 듯, 몇몇의 사람들은 이것을 학술지라도 되는냥 생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기도 했다. 


유행에 따라 나도 몇 번 해보았는데, 앞자리는 변하더라도, 뒷자리는 항상 ‘xstp’로 나오곤 했다. 이 유형의 특징을 찾아보니, 대부분 직설적이며 효율성을 중요시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부족, 추진력 등을 꼽을 수 있었다. 

나는 테스트 결과를 보고, 나를 정립할 수 있는 이러한 결과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 ‘xstp’ 유형은 나름 소수에 속한 유형이었는데, 나는 나를 이렇게 ‘특별’하게도 표현해 줄 수 있는 검사결과지가 제법 흡족했다. 나는 남들과 ‘차별’된 ‘특별’한 인간인 것 마냥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mbti라는 카테고리에 속해 차별받길 원했다. 16가지 유형 모두 자신들이 속한 그룹의 자부심이 있곤 하였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게까짓게 자랑이도 된 듯냥,     


“나는 ‘xstp’ 니까 이러이러해~”     


하고 나를 이해해 달라며 무언의 떼를 쓴 적이 있기도 하였다. 나는 그러한 유형이기 때문에, 당신과 생각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었다며 나를 소개하기를 좋아했다. 나는 그렇게 남들과 다르게 ‘차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정 반대의 분류의 검사결과지(예를 들어 enfj)를 읽어보아도, 그것 또한 ‘나’와 비슷했다. 나머지 15개의 유형을 모두 읽어보아도, 곳곳에 나의 성격이 모두 있었다.

내가 I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I였고, E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E였다. 


실상 검사결과지는 모든 인간의 내면을 통합하여 관찰하듯, 똑같은 답안지만 있었는데, 우리는 우리가 테스트당한 그 답안지만 정답이라 믿고 싶을 뿐이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듯 하나의 말장난에 불과했다.

같은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추진력’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내 이야기 같고, ‘충동적’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니 이야기 같더랬다. 우리는 그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 혹은 차별을 받고 싶어서 그러한 유형에 자진해서 속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이러한 말장난에 불과한 mbti는 실제 의학계에서 굉장히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심리검사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심리 불안정 요소의 해결과, 병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닌지 검사하는 정신계열 쪽 학문의 일종이었는데, mbti 유형은 그저 ‘성향’을 물어보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친구들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본다.     


“내 애인이 f성향인데 화나면 어떻게 풀어주면 좋을까?” 라거나,     


“나는 n 타입이라서 우울한데 어쩌면 좋지?”     


하고 말이다. 그럴 때 나는, 그들에게 저들끼리 차별하며 말장난 짓는 mbti를 맹신하지 말고, 명쾌한 정답을 알고 싶다면 정신과 병원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과 같은 심리검사를 추천한다. 국제적으로 검증된 심리검사이니 mbti 보다는 믿을만할 것이다.      


[웩슬러 지능검사, 로샤 검사, BGT, HTP, SCT, MMPI-2 검사, TCI검사]     


법원에서 폭행죄로 기소되어 있는 당신은 판사에게 ‘제가 enfp라서 분노조절이 안되네요’ 하는 것 보다야, ‘제가 다중인격장애로 판명되었습니다. 소견서를 제출합니다.’ 하는 것이 조금 더 감형받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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