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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Jan 30. 2022

16. 영원불멸의 존재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영원



16. 영원불멸의 존재     


‘영원’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는 존재하는 단어이고, 누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이다.


나 같은 경우는 아주 살짝 치우친 후자에 속하긴 하는데, 만일 영원이 존재한다면 ‘영원은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영원이라고 말장난을 한번 쳐 보려 한다. 나는 그것이 전혀 없는 단어라고, 혹은 필히 존재하는 단어라고 단언하지 못한다.


쉽게, 영원이라는 단어를 캐릭터로 표현하자면, 종교인들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유일신 정도가 되겠다. 그들은 전지전능하며, 영겁의 시간을 지내며, 변하지 아니한 말 그대로 무한한 캐릭터이다. 

나 같은 무교인들에게 영원이란 단어는 공(空) 한 것, 또는 나(我)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 자꾸 종교를 거들먹거려서 정말 미안하게도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 같은 무교인들도 사실은 지식이 부족하면 신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나 또한 믿지 않는 척 하지만,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그 무엇들은 모두 신의 부산물들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설명이 되지 않는 세세한 모든 것들은 신의 뜻일 것이니라.     

 

우리는 한 번씩 나보다 꽤나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혹은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울 점을 찾은 적이 있을 것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 어린 영혼들이 내뱉는 말은 너무나도 천진하고 아름다웠다. 그 속에 마치 진리가 있는 것인 듯 우리는 그 어린아이의 말을 되씹으며 감동받은 적이 한 번은 있을 터였다.

그 아이들은 지켜줘야 하며 더럽히지 않아야 하며 소중한 존재였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와는 다른.


허나, 당신 또한 나에게 그런 조그마한 어린아이였던 적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기억나지 않겠지만, 언젠간 필히 속싸개 속에서 눈도 뜨지 못하고 옹알이만 할 수 있는 순수한 영혼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모두 아이였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나이 불문한 권장도서가 된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8살 때 읽는 나와, 20살이 된 나와, 50살이 된 나는 그 책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 뿐일지라. 

시각이 달라졌어도, 나는 단지 나일뿐이었다. 그 조그만 아이 시절도 당신이었고, 몸집이 제법 커졌지만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신이었다. 

나는 영원함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써 정의하여 보라면, 그저 그것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당신만이 온 우주에서 절대적으로 유일무이하며 영원불멸한 단 하나의 존재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어 줌으로써, 나는 오늘도 잊혀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 

나의 유일하고 영원한 당신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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